Vol. 11 빈틈
여름방학이 끝나갈 때쯤 교수님의 추천으로 내가 취업하게 될 전남에 있는 축구팀으로 미리 인사도 드릴 겸 축구캠프 도우미를 다녀왔다. 축구 캠프를 신청한 초등학생들을 관리하는 일로, 취업을 하는 곳을 미리 알아보기 좋은 선택지여서 지원하였다. 그곳에는 여러 과 후배들과 함께 했다.
체육과의 특성상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학기 중 한 번쯤은 만나봤을 후배들 일 텐데 그곳에 가서 처음 보는 후배들도 여럿 있었다. 우리는 몇 개의 조로 나누어 인원을 배정받았는데, 나는 처음 보는 후배들과 같은 조가 되었다. 이 둘은 1학년으로 4학년인 내가 굉장히 어려웠을 거라 생각해 가는 내내 그리고 지내는 내내 편하게 해주고 재미있게 해주려고 장난을 많이 쳤다.
3박 4일 동안의 캠프를 마치고 대부분은 바로 집으로 향했고 일부는 학교로 되돌아왔다. 나는 학교로 돌아왔는데 나와 같은 조의 후배가 집이 사당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이 학교로 되돌아갔다. 처음에 나는 학교에 볼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녁에 도착한 나와 몇 후배들은 저녁을 함께 하며 3박 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모두 헤어지는 시간에 그 후배가 나에게 물었다.
“선배는 집에 안 가세요?”
“어? 나는 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집에 안 가는데 왜?”
“아니요. 저는 학교에 왔다가 집에 가는 줄 알았는데 학교에 계시는군요.”
“응 나도 일이 있을 때만 집에 가. 넌 사당이라고 했지?? 난 안양에 사는데 가깝네?”
“아 선배는 안양에 살아요? 가깝네요. 나중에 집 근처에서 만나면 밥 사주세요!”
“그래 알았어 연락해~”
이렇게 마지막 인사를 하며 서로의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나는 그들을 보내자마자 진희에게 연락을 했다. 전남에 다녀온 이야기와 거기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문자로 주고받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길었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모든 학생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다른 이들은 방학을 더 보내고 싶었을 테지만 나는 방학이 하루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왜냐 진희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다시 그녀를 매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더욱 발전한 것은 이제 우리 둘만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과 친구를 만날 때 함께 만나 소개를 시켜주고, 같은 방을 쓰는 기숙사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도 하였다. 그동안 내가 만나는 여자친구가 누구였는지 궁금해했던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말하듯 만남을 가졌다. 하지만 이것이 이별의 시발점이었을 지도 모른다.
내 여자친구를 만난 내 주위 사람들은 만남 후 나를 따로 만나 진희와의 만남이 괜찮냐고 물어보았다. 이유인즉슨, 그들은 그녀가 귀가 불편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내게 그녀의 반응이 조금 이상한다는 말을 했던 것이다. 사실 진희와 둘이 대화를 할 때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해서 그녀가 내 입술을 읽으면서 대화를 하니 아무런 문제 없었다.
하지만 3명 이상의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야기를 할 때는 그녀가 대화를 잘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을 느꼈다. 또한 잘못 알아듣고 웃을 때도 있었고, 전혀 다른 뜻으로 이해할 때도 많았다. 그것을 본 친구들이 내게 우려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던 것이었다.
한번은 같이 영화를 보러 갔을 때의 일이었다. 영화를 보다 화장실에 갈 일이 있어 그녀에게 이야기했지만, 어둡고 영화의 소리가 커서 그녀가 전혀 알아듣지 못해 답답해했던 적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중 캠프에 같은 조를 했었던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학교에 왔는데 밥을 사달라고 말이다. 보통은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밥을 사준다. 그래서 나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밥을 사주러 만났다.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다 내게 궁금 것이 많았던지 후배가 내게 물었다.
“선배님! 선배님은 여자친구 있으세요?”
“어 나 있는데? 왜?”
“아 정말요” 한순간에 실망하는 듯한 얼굴이 보였다.
“어 3월에 사귀었는데 다른 과야”
“둘이 어떻게 만났어요?”
“기숙사에서 만났는데?”
“선배 여자친구분은 어떤 점이 마음에 드셔서 만났어요?”
“음 우선 내가 먼저 고백을 했고 그리고 이쁘고 착하지”
“역시 선배님한테 여자친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
“선배님 재미있고 좋으시잖아요?”
“실은 나 이번에 사귀는 게 처음 사귀는 거야?”
“아 정말요?
“어 그래서 사귀고 있는 지금 나도 신기해”
우리의 대화는 밥을 먹는 내내 이어졌다. 후배는 현재 남자친구가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에게 소개를 시켜달라는 말까지 하였다. 그 후배는 내 모든 얘기에 귀 기울여주고 잘 웃어주었다. 나도 그런 후배를 알게 되어 기뻤다. 그런데 한번은 수업을 마치고 편의점에 들렀는데 그 후배를 만났다. 저번에 선배에게 얻어먹었으니 이번에는 자신이 쏘겠다며 내게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었다. 간만에 만나는 예의 바른(?) 후배였다.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우리 둘이 앉아서 먹는 모습을 본 같은 과 친구가 슬며시 다가와 말해주었다.
"제가 너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런 오해는 종종 있는 일이라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그때까지는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