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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내가 사랑했던

물에 비친 사내

by 민감성





한참 길을 걷다 우연히 물속에 비친 한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온전한 모습 그대로의 평온한 사내가 보였다. 그 모습이 그리워 물끄러미 한동안 쳐다만 보았다.


물가에서 놀던 아이 하나가 돌멩이를 던지자 강물이 출렁이고 익숙해진 사내의 모습은 여러 형태와 여러 갈래로 나눠졌다. 그 모양은 일그러지고, 길쭉해지고, 얼굴과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사나워지는 등 제각각의 여러 사내가 보였다. 시간이 제법 흐르니 여러 개로 나뉘었던 사내의 모습은 서서히 형태를 갖춰졌다. 나는 안심하고 눈을 돌려 다시 가려던 걸음을 걸었다.


정들었는지 물에 있던 사내가 내 보폭에 맞춰 나를 따라왔다. 내가 멈추면 그도 멈췄고, 내가 웃으면 그도 웃음을 보였다. 강물이 끝나는 길을 만나서야 그 사내는 발길을 돌렸다. 그동안 나는 내 밖의 것들만 신경 쓰느라 내 안의 나를 돌보지 못했다. 오늘 물에 비친 그는 한때 내가 몹시 사랑했던 내안의 나였다.


이번 비가 그치고 다시 그를 만나러 가려고 한다. 그때는 이전보다 더 사랑할수 있는 사내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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