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2 마음속 응어리
2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진희와 연락하기도 바쁜 내게 또 다른 한 명의 사람으로부터 연락이 자주 왔다. 전남 캠프에서 급격히 친해진 후배는 학교에 올 때마다 내게 보고를 하듯 연락을 해왔다.
“선배님 저 학교에 도착했는데 어디에 있어요?”
“나 체육관에 있는데?”
“네 체육관으로 찾아갈게요"
“그래 알았어”
학교생활의 대부분을 체육관 주위에서 보내는 나는 체육관 어딘가에서 일을 보고 있으면 후배가 나를 발견하고 내 곁으로 찾아왔다. 4학년인 내게 학교생활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고민거리를 털어놓기도 하였다. 체육관에서 자주 둘이 만나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선후배 또는 동기들이 내게 말을 한다.
“둘이 너무 붙어 다니는 거 아냐?” 또는 “둘이 사귀는 것 같아”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가 하면서도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던 일이라 흘려 들었다. 그저 단순히 오랜만에 나와 잘 맞는 후배를 만난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왜냐 나는 사귀는 진희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후배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하던 중 내게 여자친구에 대해 물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성심성의껏 우리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여자친구의 어떤 모습이 좋은지 이야기를 하였다. 그때는 진희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느라 후배의 얼굴을 확인 못했는데, 이야기를 들은 후배의 얼굴은 썩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렇다. 나는 이때까지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친구가 후배가 "널 좋아하는 거 아니냐?" 는 말을 해줄 때까지 말이다.
동시에 나는 진희와 아무런 탈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비록 좋은 곳은 못가지만 학교와 천안 시내에서만 하는 데이트를 즐겼지만, 시간이 있는 대로 만났고. 틈틈이 배드민턴 데이트도 했다. 진희는 정말 배드민턴을 좋아했다. 진흐와 배드민턴을 칠때면 그녀가 처음 입고 왔던 보라색 츄리닝이 생각났다.
2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부터 진희를 만날 때마다 내 마음 안에서 무언가 아쉬운 뭔가가 내 안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후배와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니 진희와 직간접적으로 비료를 하게 되었다. 생각을 해보니 내가 진희 앞에서는 농담을 잘 안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전에 진희를 만나 몇 번 농담을 해보았을 때, 그녀의 반응이 없다보니 나도 모르게 진희앞에서는 안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후배와 이야기를 할 때에는 이야기에 막힘이 없었고, 얼떨결에 농담을 한번 해 보았는데 한 번에 딱딱 알아듣는 것이 마음속을 관통하듯 뻥 뚫린 시원함 것을 느끼게 되었다. 바로 반응을 해주는 후배가 나는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어 “이게 웃겨?” 하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이때 나는 내 마음속에 응어리 져 있던 답답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도 잘나지 않은 사람이지만 괴연 보통의 연애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된 것도 이 순간부터 였을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