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因緣

Vol.2 친구가 되다.

by 민감성


tempImagenWGyIU.heic



서로의 나이와 이름을 알게 되니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쉬는 시간이 되면 일하다가 궁금해진 것을 종이에 써가며 대화했다. 말은 잘 안 통해도 그것이 무얼 말하는지 서로 단박에 이해하고 알아듣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실제로 외국인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표현하지 못한다는 답답함을 처음 느꼈는데 이것이 뭔가를 배우고 싶다는 열정을 바뀌었다. 그런 연유로 일을 마치고 서점에 들러서 중국어 회화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쉬운 인사말부터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학교를 다닐 때까지만 해도 공부와 담을 쌓은 내가 스스로 공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니던가. 영어는 종이 한 페이지에 가득 적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던 것에 반해 중국어는 단번에 외워지는 게 아닌가!! 이런 낯선 내가 나조차 신기했다. 그들과 소통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나를 마구마구 자극했고 익힌 것을 그들과 바로 사용하니 점점 더 유창해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동매와는 같이 2주일 정도 함께 일을 했는데 오늘은 다른 곳으로 가는지 일하기 전에 잠시 내게 찾아와 급한 손짓으로 나를 불렀다. 다가가니 주머니에서 중국 과자를 몰래 꺼내며 비밀이라는 제스처와 함께 주고 떠났다. 쎄쎄라는 말밖에 못 했지만 내게 작은 선물을 주고 뒤돌아 뛰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괜히 찡했다. 처음 받아보는 중국과자라 신기했다. 나도 뭔가 챙겨줘야 할 것 같아 다음 날 밀크 캐러멜을 챙겨가 동매에게만 몰래 주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굳이 내가 있는 곳에 안와도 되는데, 일부러 내가 일하는 곳으로 지원을 하였다고 했다. 그렇게 동매와 나는 서로에게 좋은 중국어, 한국어 친구가 되었다. 그렇게 매일 여러 단어들을 배우고 실전에서 익히다 보니 한 달이 되어갔을 때 회사 내에서는 계장님 다음으로 중국어를 잘 아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단어들을 많이 알게 되니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내게 좋은 기회가 이어졌다.






다음편에 계속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연 因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