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초대
시간은 어느새 7월 중순을 지나고 있었다. 점심을 마치고 현장으로 돌아가던 나를 부장님이 잠시 불렀다. 계장님이 휴가를 가는 동안 중국사람들을 통제할 사람이 필요했던 부장님은 내게 그 일을 맡기고 싶었던 것이다.
“성일아 혹시 너 이번 주말에 특근 가능하니?”
“이번 주말이요?? 왜요??
“음 이번에 중국인들만 해서 선물세트를 작업해야 하는데 임계장이 휴가를 가서 대신할 사람이 필요한데 너가 적임인 것 같아서”
“그래요? 저야 좋죠~”
“그래 그럼 그렇게 알고 진행 시킬게. 그리고 특근 이니깐 시급은 두배로 나갈꺼야. 자세한 건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다시 알려줄께”
“네 알겠습니다. 부장님”
“그래 성일아 주말에 부탁 좀 할께”
그렇게 토,일 이틀간 나는 20명 정도의 중국인들과 함께 일을 하였다. 다른 곳은 다 쉬고 아무도 없다보니 우리는 마음 편하게 쉬는 시간도 많이 가지며 즐겁게 일을 했다. 할당된 양도 그리 많지 않아 일을 마치면 오후 4시 정도 되었다. 그렇게 토요일 하루를 잘 마치고 퇴근을 하려던 나를 동매가 불렀다.
“청이 밍청이~!!”
“왜 똥매?”
“너 내일 일 끝나고 집에서 같이 저녁 먹을래?”
“내일?? 그래!”
“응 그럼 너 오는 걸로 알고 있을께!”
하루가 지나고, 일요일도 우리끼리 일을 해서 그런지 일하다 순서대로 노래도 부르며 재미나게 일을 했다. 일을 마치고 나는 동매와 함께 숙소로 향했다. 가는 길에 장도 같이 보고 선물용도로 과자등도 샀다.
저녁을 먹기에 시간은 조금 일렀지만 동매와 몇명은 저녁을 준비하러 갔다. 나는 그들이 꺼내준 사진첩을 보며 그들의 지난 시절을 추억했다. 어린시절의 사진을 보면서 이런 추억들을 가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30분 정도 지나자 동매는 나를 부엌으로 데리러 왔다.
동매는 자신이 만든 찐만두와 고기야채볶음을 자랑하듯 보여주었다. 그리고 먼저 먹어보라 권했다. 나는 손님의
자격으로 다른 사람보다 먼저 먹을 기회가 주어졌다.
“청이야 어때 맛있어?”
“오~ 맛있는데 정말 이거 동매가 만든거야?”
“그럼 내가 만들었지” 라고 자랑하듯 말하였다.
모두가 처음 먹는 중국음식들이었지만, 느끼하지도 않았고 의외로 내게 잘 맞았다. 유독 나만 챙겨주는 동매의 모습을 보면서 다들 부러움의 웃음꽃을 피웠다.
내가 계속 맛있다고 하자 다른 사람들은 우릴 놀리듯 “잘하면 매일 먹을수도 있는데?” 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중국말로 해서 나는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 순간 동매의 볼이 붉어지는 것을 보았다. 나는 평소보다 몇 그릇을 더 먹었다.
저녁을 먹고 다과를 즐기며 자리를 이어갔다. 다른 중국사람들의 말을 대부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신기하게 동매의 말은 대부분 이해가 되었다.(사랑의 힘인가??)
시간이 흐르고 날이 어두워졌다. 집에 가야할 시간이 다가왔고 동매가 마중을 나왔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8-1번 버스를 타야 했지만 우리는 남들이 있어서 못한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 대의 버스를 흘려 보냈다. 그리고 4번째 같은 버스가 왔을 때 이제는 가야 할것 같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동매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중국에서 가져온 부적이었다.
“이거 내가 받아도 돼?”
“이거 엄마가 나한테 준건데 너한테 주고 싶었어”
“안돼 엄마가 너한테 준걸 나한테 주면 어떻게?”
“괜찮아 이거 나한테 또 있어”
“정말? 그래 그럼 받아볼까?”
“나랑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고맙긴 뭘 나도 너랑 친구가 되어서 좋아”
잠시 묘한 기류가 흘렀다. 버스기사님이 안 타냐고 물었다. 급하게 나는 버스에 올랐다. 의자에 앉아서 창밖으로 선물해준 부적을 흔들며 “고마워” 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 출발하는 버스를 보며 동매는 손을 흔들며 “내일 봐”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내내 부적을 보면서 자신에게 소중한 걸 내가 받아도 되는지 미안함과 뭉클함이 혼재했다. 나도 뭔가를 동매에게 주고싶은 마음이 생겼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