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비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회사 입사전 세미나에서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 우리회사로 왔다. 그와는 반대로 많은 회사를 거치고 중년의 나이에 들어온 나였다. 하지만 우리의 직급은 같았다. 그는 회사 임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모든 일과 모든 발표에도 적극적으로 임하였다. 반면에 나는 내가 궁금해 질문을 한것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듣기만 한 날도 있었다. 그와는 같은 지역에 살아서 같이 퇴근을 하다가 친해졌다. 입사를 한 후 그와 퇴근하는 시간이 겹치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버스와 지하철을 오가며 서로가 가지고 있는 회사에 대한 이미지와 앞으로의 포부 등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다 어느 날 그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내게 털어놓았다. 그는 희귀병을 가지고 있다 말하며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몸 안에 문제가 있어 몸에 좋은 음식만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가공식품 그리고 인스턴트 음식은 먹지 않는다고 말해주었다. TV에서나 본 희귀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팀 동료로 만난 것이었다.
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가량 되었을 때였다. 그가 퇴근 후 함께 저녁을 먹자는 제안을 해왔다. 평소 밖에 나가서 잘 먹지 않는 나로서는 이 기회에 좋은 맛집들을 알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았다. 그는 몸에 좋은 음식을 파는 식당들을 많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엔 나도 좋았다.
밥을 먹을 때마다 이해해 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병에 대해 조금씩 더 자세히 이야기해줬고, 나는 그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며 그를 진심으로 걱정했다. 다행스럽게도 나는 어디 아픈 곳이 없는 아주 건강한 몸을 가지고 태어났다.
여름이 슬그머니 다가서려는 5월의 어느 날이었다. 이번에도 그와 회사 근처 맛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이날은 밥을 먹다 그가 슬그머니 은밀한 그의 사적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것은 바로 그의 연애 이야기였다. 회사 내에 마음에 든 여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평소에도 이런 것에 관심이 많던 나로서는 아니 들을 수 없었다.
“성일에게만 말씀드릴게요. 사실 회사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요! 근데 이게 좋아하는 감정이 맞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왜요?? 그 감정이란 게 어떤데요??
“음…우선 그 사람만 보면 심장이 마구 뜁니다. 얼굴도 붉어지고요”
“축하합니다. 그거 좋아하는 감정 맞는 것 같습니다. 근데 누군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혹시 저도 아는 사람인가요?”
참고로 우리 둘의 나이차는 10년을 넘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그는 젊고 경험이 없다. 나는 늙고 경험이 많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친하고 나이가 어려도 회사에서 만난 사람에게는 존댓말을 사용한다. 내가 경험했던 경험에 의하면 조금만 친해지면 말을 편하게 하다가 결국 그것이 큰 재앙의 시작이 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네 저희랑 다른 다른 파트의 사람인데요. 성일도 아실걸요.?? 부품 파트에 있는 지혜 씨라고 ??”
“지혜 씨라…아! 짧은 머리 맞죠??”
“네 맞아요 눈이 크고.”
“몇 번 인가 본 것 같아요. 오~ 지혜 씨를 좋아하는군요?”
“근데 그게 잘 모르겠어요. 매일 그녀가 생각나면 좋아하는 것 맞겠죠?”
“아 그럼요 그렇다면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성일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아직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성일에게 여쭈어보려고요"
“우선 저도 많이 사귀어 본 건 아니지만 친해지려면 자주 만나야 친해져야 해요”
“만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여기서 잠깐 하고 나는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의 나이가 29살이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 나이면 다들 알아서 세상과 부딪쳐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였다. 그래서 이런 거까지도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연애 경험이 없다는 그의 말에 일반적인 것과 내 경험을 약간 섞어 말해주었다.
“우선 만나면 지혜 씨에게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눠봐요. 대화를 나누어야 친해질 수 있으니깐요. 그리고 당신에 대해 이야기 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 안 해주었지만 그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을 해주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저녁은 자신이 계산하겠다 하였다. 마치 내 짧은 조언에서 무언갈 발견한 듯 보였다. 그와 헤어지고 홀로 돌아가는 길에 그저 그의 사랑이 잘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