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끝

마음의 빈자리

by 민감성



빈자리는 누구의 몫일까. 남겨진 자일까? 떠나간 자일까?


그동안 소홀히 대했던 것에 마음이 삐쳐 며칠째 돌아오질 않는다. 보통은 하루, 이틀 정도면 은근슬쩍 옆을 기웃거리다 미소 지으며 돌아왔던 그런 녀석이었는데 이번엔 꽤 먼 곳까지 갔는지 돌아오는데도 꽤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이로 인해 생각은 깊어져만 갔다.

손에 잡히는 것 없이 종일 고민만 했댔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론적으로는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고 딴짓을 하다 놓친 버스정류장이 벌써 이틀째였다. 길어지는 고민처럼 하루도 길어졌다. 제집을 떠난 마음을 만난 것은 다름 아닌 꿈에서였다. 보통은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대화를 하거나, 어딘지 모를 곳을 여행하는 꿈을 꾸는데 이번엔 전혀 다른 꿈을 꾸었다.

물에 둥둥 떠 있다가 무언가에 이끌려 깊고 깊숙한 곳으로 끌어 당겨져 점점 가라앉는 느낌을 받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어둠만이 계속 이어졌다. 얼마나 내려갔을까 짐작도 못하는 곳에 다다르니 내려가는 것을 멈추었다. 보이는 것이 없는 것인지, 보이지 않는 것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어둠만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아마 그곳은 마음의 끝이 아닐까 싶었다. 한동안 멈춰진 그곳에 멈춰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도 했지만, 분간이 되지 않아 다른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한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야”


‘오랜만이야?’이라니 하고 생각하는 순간 이곳이 꽤 익숙하고 포근한 느낌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전 언젠가 한 번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어두운 곳 한구석에서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한 아이가 웅크리고 울고 있었다.


“울지 마”

라고 말하는 순간 그 아이가 나를 바라봤다. 처음 마주한 아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내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미안함과 고마움에 안아주었다.


“됐어. 안녕”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렸고, 어둡고 아득한 이곳에서 처음 만난 마음이라 조금 더 있고 싶었지만, 몸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천천히 내려왔던 아까와는 반대로 이번엔 누군가가 머리챙이를 붙잡고 물 밖으로 끄집어져 내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나를 불러 자신이 아프다는 걸 알려주려 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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