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혹은 비밀
사람들을 만나면 본인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경험에 대해 말해달라고 청한다. 처음에는 잠시 망설이다 결국 이야기보따리를 꺼내 놓지만 대부분은 본인의 자랑거리들이다.
이야기의 종류는 관계의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데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이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웠던 추억 위주로 들려준다. 반면 깊고 오래된 관계일수록 마음 안에 숨겨놓았던 이야기를 들여준다. 나는 그것을 비밀이라는 단어로 이해하고 있다. 나는 이때가 가장 좋다. 왜냐하면 서로 비밀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기도 하지만 내가 경험하지 못한 삶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얼마나 친해져야 하는지 모르겠으나 상대방이 나를 신뢰하기 시작하면 알아서 그동안 감추었던 비밀을 털어놓는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 비밀이란 것은 슬프기도 하고 때론 추악하기도 하다.
나는 그들에게 또 다른 질문 하나를 던진다. 살면서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것 중 다시 할 수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제각각의 다른 답을 말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 그들의 가슴속에 아직 낭만이 살아있다는 것에 나도 덩달아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낀다.
다른 한편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이야기하는 걸 선호하는 나지만, 꿈을 말하는 상대를 만나면 오히려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 버린다. 예전엔 대화라는 것이 말하는 사람이 주도하여 행해지는 의사소통 방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어떤 이의 꿈을 듣는 순간 화자보다는 청자가 더 중요하고 그 대화를 주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말 많은 나이지만)
몇 년 전 유행했던 MBTI라는 성향으로 본다면 나는 T이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보다는 원인을 파악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어찌저찌하다 보니 사람들의 고민거리를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예전 같았으면 뭔가 도움 되는 말하였다면, 최근에는 그저 그들의 고민을 집중해서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내가 해줄 말은 필요 없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내게는 아무에게도 말 못 한 나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이 내 이야기에 대해 묻는 이가 없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나와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 이외에 다른 이에게는 특별히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다.(유명 인사를 제외하면) 만약에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혹은 비밀)이 있다면 그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는 없나요?? 매우, 아주, 많이, 몹시 그 특별한(혹은 특이한) 경험을 나는 듣고 싶습니다.
들려주실 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