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
똑 똑 똑!
누군가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아무도 없어요”라고 말을 하고 싶어도 아무도 없기 때문에 아무 말 못 한다. 아니 어쩌면 누군가 없다는 걸 알아서 그런지 계속 문을 똑똑똑 하고 두드린다.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어느 한 사람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늘 내 주위에서 서성였고, 내 옆자리 혹은 근처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내가 둔했던 것인지 그것을 눈치채는데 1년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분명 먼저 다가온 것은 그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먼저 그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한다. 그리고 빈자리에 가서 자리에 앉는다. 그 사람이 내 곁으로 오는지 안 오는지 계속 그 사람에게 눈길이 간다. 이쯤 되면 그 사람은 확실히 내 마음에 한자리를 꿰찬 것 같다.
전시회를 핑계로 그 사람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식사를 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그 사람과 나는 정반대의 특징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는 말이 많고, 그 사람은 말수가 적다. 그 사람은 내성적이고 조용한 반면, 나는 외향적이며 조용한 성격이 아니다. 그 사람은 얼굴이 빨개지며 조용히 웃는 사람이라면, 나는 껄껄 걸 하고 소리 내며 크게 웃는 놈이다.
내성적인 그 사람은 낯을 상당히 가리지만, 나와는 처음 만날 때부터 느낌이 잘 통했다. 서로 일본어를 할 줄 알아 가끔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눈다. 그 사람에게 나는 유일하게까지는 아니지만 나는 가장 친한 사람일 것이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대화 나누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그것은 혹시 내성적인 성격이라 그렇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양파같이 계속 새로운 뭔가가 나오는 그 사람이 신기했다. 우선 그 사람은 나이에 맞지 않게 아재 개그를 좋아한다. 그래서 내게 늘 되지도 않는 아재 개그를 시전한다. 내가 대체 이런 개그를 왜 하는지 혹은 재미없다는 식의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면 그녀는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것 같다.(아뿔싸 나는 이용당했다.)
그 사람은 웃기려고 개그가 아니라 오히려 나와 같은 반응을 만들게 하려는 듯 보였다. 만일 내가 그녀의 아재 개그를 듣고 웃는다면 분명 그녀는 실망할 게 틀림없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그녀의 아재 개그에 웃은 적이 없다.(웃고 싶어도 웃기지 않는다) 나는 본능적으로 웃음의 타이밍과 포인트를 안다. 그래서 늘 다른 사람들을 웃게 만든는데 그 사람에게도 가르쳐 주고 싶어도 본능적인 요소라 어쩔 수 없다.
이야기 중에 그녀는 자신만의 추구미가 있다고 했다. 똑똑하고, 야물지고, 지적인 것이 자신의 추구미라 했다. 하지만 실상은 자주 덤벙대고 어리바리하다며 ‘띨빵하다’는 단어로 자신을 표현했다. 나는 아니러니한 그것을 보고 한참을 아주 크게 웃었다. 이때 그녀는 다시 한번 얼굴이 붉어진다. 얼굴이 붉어진 그녀를 보며 순진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추구미가 있다고, 허세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있어 보이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없어서, 있어 보이는 척까지만 하고 치고 빠진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가끔씩 제대로 된 선수를 만나면 한없이 초라해짐을 당한다고 말했다. 수줍게 그녀가 웃었다. 그녀의 수줍은 미소가 좋았다. 며칠 전 그녀가 꿈에 나왔다고 말했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이제 하다 하다 꿈속에까지 나오냐고 말하며 그녀와 함께 웃었다.
이쯤 되면 누가 누구에게 관심이 있는지 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