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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an 02. 2023

온천과 짬뽕

작은 행복감을 느끼다.



  




  12월 31일 한 해의 마지막 날 온천을 다녀왔다. 한 해를 마무리할 겸 그동안의 묵은 때도 씻어 낼 겸 화성 근처로 다녀왔다. 여기 온천은 들어가면 다름이 바로 느껴진다. 썩 좋지 않은 내 피부도 들어가서 몇 분 지나면 뽀드득거리며 고와지는 느낌이 아주 좋다.(정말로 고와지면 좋은 런만) 물론 때를 빼면 더 좋아지는 것 같고, 그 온천의 광고로는 관절에도 좋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일반 대중탕 물과 다른 거 하나는 확실하다.


  원래 계획은 온천을 다녀온 후 우리 집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부천의 짬뽕집에 가서 맛난 짬뽕을 먹으려 했다. 하지만 그놈의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하기야 연말이기도 하니 사람도 많을 것 같고, 또 차도 많을 것 같다는 합리적인 이유를 둘러대며 집으로 돌아와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인 1월 1일 새해가 밝자 여러 곳에서 새해 인사가 도착한다. 자신들이 찍은 새해 일출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 여러 이모티콘을 포함해서 아침부터 알람이 꽤나 자주 울려서 좋았다. 그만큼 날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많은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약간 늦은 아침을 먹고 개들과 산책을 다녀오고 오늘 어김없이 책을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 고양이를 버리다.- 란 책과 이슬아의 -일간 이슬아 수필집- 번갈아 가면서 읽는데 두 책 모두 재미있다. 수필은 그 내용이 길지 않아 중간중간 언제 다시 읽어도 그 흐름을 금방 탈수 있어 좋다. 그러고 보니 난 소설보다는 수필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책을 좀 읽었더니 졸음이 오기 시작했다. 12시가 거의 다 될 무렵이었지만 한숨 자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으려 했다. 그때 옆방에서 누나가 일어났다. 난 농담 삼아 “새해에도 여전 하시구먼요~ 지금 일어난 거야??”라는 말로 누나에게 새해 인사를 대신했다. “어”라는 짧은 대답으로 인사를 내게 하고는 여전히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향한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거기 오늘 영업하네”라고  말한다. 이 말인즉슨 “자 뭐 하시는 겁니까?? 얼른 어제 못 먹은 짬뽕 먹으러 갑시다. 다들 갈 준비하시오!!”라는 말로 돌려서 명령한 것이다. 이내 다들 갈 준비를 하고 부천에 있는 짬뽕집으로 출발하였다. 


  짬뽕집에 도착해 보니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항상 붐볐던 평소 때와는 다르게 빈 테이블이 몇 개 보여서 금방 들어가서 먹을 수 있었다. 가게 이름을 말하면 광고를 하는 것 같아 부천에 있는 짬뽕집으로 밖에 설명을 못하지만 여기는 진짜 전국에서 몇 안 되는 짬뽕 맛집 일 것이다. 내가 데려간 사람들 한 명도 빠짐없이 인정한 맛집이고 평소에 술을 잘 마시지 않는 나도 여기서 짬뽕을 먹을 때면 술이 땡길 정도로 맛집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여기 메뉴 중에는 일반 짬뽕과 차돌박이 짬뽕이 있는데 누나와 엄마는 그냥 일반 짬뽕을 먹지만 나는 차돌박이 짬뽕만 먹는다. 이유는 일반 짜장과 간짜장의 차이인데 한번 간짜장을 먹어보면 다시는 일반 짜장이 그렇게 맛있게 안 느껴졌다. 다른 비유를 들자면, TV 리모컨이 없던 시절 아무런 불편함 없이 TV를 사용했지만 한번 리모컨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두 번 다시는 리모컨 없이는 TV를 시청하지 못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비유가  적당한지 잘 모르겠다. 


  12월 중순쯤부터 인가 여러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더니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이 바뀌었다. 다시 한번 스스로 능동적으로 생활하기 시작하니 내 주위의 일들이 조금씩 좋은 쪽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그 수많은 자기 계발서에 나온 내용인 듯싶다. 스스로 정신을 차리고 시작을 하니 하나둘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고, 다르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내게 있는 정말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금 내 옆에서 자고 있는 강아지와 따뜻한 집 그리고 항상 힘이 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  


  어제와 오늘 온천을 다녀오면서, 그리고 짬뽕을 먹으면서 행복감을 느꼈다. 생각을 해보면 어머니가 살아계실 날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걸 알기에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더 많은 곳의 맛집과 멋진 곳을 보여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돌아오는 길 운전하면서 하게 되었다. 부모의 나이가 되면 다들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게 되는 효자 효녀가 되는가 보다. 그러고 보니 올 해는 어머니가 70세가 되는 해이다 다른 거 다 떠나서 어머니와 좋은 곳에 많이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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