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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an 09. 2023

관심 세번째 이야기

일상의 관심

 

  핸드폰 알람이 내 하루를 깨운다. 눈은 깨어 있지만 몸은 아직 움직이지 않는다. 창문에서 비춰오는 빛이 아직 희미한 것을 확인하고 시간을 확인한다. 오늘 하루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생길 때가 돼서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찬물로 샤워를 한다. 작년 12월부터 다시금 시작한 내 루틴이다. 군대에서 한겨울에도 찬물로 샤워를 해 정신 차리고 자 한 경험을 이어 나가기 위한 스스로 내린 결정이다. 찬물로 샤워를 하면 잠시 불알이 얼 정도로 추울지언정, 몸이 각성을 하고 밖에 나가있던 마음도 곧 제자리로 되돌아오게 된다.


  아침을 먹고 뭐 잡다한 여러 가지를 하다 보면 시간은 어느덧 9시를 조금 넘어간다. 이때는 습관적으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던가 글을 써 본다. 최근 -월말 김어준- 을 다시 듣다가 한 철학자의 [ 도시 산책자 ]라는 단어를 듣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내 머릿속으로 그려졌다. 한 철학자는 도시를 텍스트로 바꿨다면, 나는 우리 동네는  이미지로 그려봤다.


 강아지들과 매일 동네 산책을 하니 나는 스스로를 -동네 산책자-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매일 가보지 않았던 길로 개들과 걷다 보니, 이제는 안 가본 길이나 모르는 길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같은 길이라도 자주 걷다 보면, 예전에는 잘 안 보이던 것들과 무심코 지나갔던 것들이 세심한 내 마음에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매번 걸을 때마다 발견되는 것이 있어 같은 길을 지나도 늘 새롭게 다가온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네 주민들과 친해졌다. 특히, 낮 시간의 공원은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계시기 때문에 자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친해진 것은 아니다. 몇몇 할머니들은 강아지 똥과 오줌 때문에 공원에 더러워졌다고, 욕을 아주 찰지게 하셨지만, 자주 마주치고 배설물을 잘 치우는 걸 보시더니 이제는 먼저 인사해 주시고, 농담도 주고받는다. 가끔씩은 개 간식도 주시는 분들도 만난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어정쩡한 시간인 10시에서 11시쯤 사이에 나는 어정쩡하게 다시 책을 읽는다. 하지만 그 집중력도 30분을 넘기기 어렵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대략 일주일에 1권 정도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 같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능숙해지고 익숙해져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고 하는데 나는 왜 몇 년이 지나도록 같은 페이스인지 모르겠다. 30분이 되어갈 때쯤 내 뇌가 먼저 신호를 보낸다. 집중력이 급격히 흔들려서 같은 부분을 두 번씩 읽는가 하면, 글자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기도 한다.(이건 노안 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내겐 배속에도 알람시계가 있지만, 머릿속에도 알람시계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내 오후는 늘 영화와 함께한다. 영화를 보기 위한 나만의 몇 가지 작업을 먼저 한다. 우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화를 찾기 위해 검색을 한다. 둘째로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배우의 출연작을 검색해 내가 놓쳤던 영화를 알아본다. 셋째로 좋은 영화를 만든 감독의 작품을 검색해서 그중에서 고른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포스터가 맘에 들면 본다.(이 부분은 꽝일 때가 많다.) 기본적으로 드라마성 영화를 즐겨 보다 보니 액션, 스릴러, SF, 멜로 영화들은 순위권 밖으로 항상 밀려난다. 그래서 할리우드 영화들 중 최근 SF 액션 영화들은 안 봤다. 내게는 그저 악당이 나와 못살게 괴롭히면 우리 편이 물리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안 본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 내지는 드라마들을 봤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유명하거나 평이 좋은 영화와 드라마들은 대부분 봤다. 그리고 보다 보면 왜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는지, 혹평을 받았는지 느껴진다. 


 저녁을 먹고 나면 재활 겸 줄어든 근육 좀 다시 일으키려 근처 헬스장으로 간다. 그곳에 가면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날 수가 있다. 고등학생부터 60대 어르신까지 열심히 하는 사람도 있고, 운동 반, 핸드폰 반하는 사람들, 자신을 사랑하기에 거울 앞 시간을 많이 보내는 사람, 수다를 떨기 위해 나온 사람들, 뭔가는 해야겠는데 이리저리 운동하는 사람 눈치만 보는 사람들, 참 다양하다. 내 전공 때문에 운동을 하다 트레이너의 부탁으로 몸이 아픈 사람들을 봐주게 되었는데, 내가 배운 것이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 그 덕에 나는 운동시간은 줄어들었지만 근육 대신 인간관계는 늘어났다.


  조만간 다친 다리가 다 회복될 예정이라 이제는 더 이상 집에서 쉴 수 없다. 일을 구하다 보면 지방으로 가야 할 수도 있어 집을 떠나야 한다. 그동안 집에서 편히 쉬고 있으면서 마음이 아주 편안함과 동시에 반대로 수입이 없어 통장의 돈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면 심리적 압박감이 커져갔다. 편안하면서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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