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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an 16. 2023

눈치

세대차이


  실은 나는 눈치챘다. 최신형 핸드폰에 내가 사용하는 기능보다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 더 많게 되었을 때 아 나도 이제는 저물어가는 세대이구나라고 말이다.

 

  젊은 시절부터 최신 유행하는 것들을 따라 하고, 유행하는 것들 범주 안에서 생활하고 싶었다. 그 안에 머물러 있어야만 다른 이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최신 유행어의 그 쓰임새를 알아야 했고, 또 아직 모르는 이들에게 전파를 해야 했다. 그래야만 내가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믿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2년 9월의 마지막쯤이었다. 5년간의 긴 해외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인천공항에 느끼는 오랜만의 한국의 공기는 낯설었지만 익숙한 그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건물들은 몇 번을 봐도 낯설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기나긴 해외 이야기를 한껏 풀면, 그다음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의 과거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 대화가 이어져 갔는데, 친구들의 말을 이해할수 가 없어서 나는 엄청 당황스러웠다. 외국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모르는 단어를 듣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친구한테 모르는 단어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올 때마다 내가 돌아온 곳이 한국이 맞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줄임말을 쓰거나 그새 새로운 단어들이 생겨나서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다시 되묻곤 해야 했다.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되묻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나는 어느새 이곳에서도 이방인이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이 기억 또한 익숙하면서 낯설었다. 줄임말과 신조어가 그 당시 한국에서는 엄청 유행을 해서 젊은 세대와 늙은 세대를 구별짓는 한 잣대로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는 친구들에게 가끔씩 자기들도 알아듣는 못하는 말을 쓰지 말라며, 왜 굳이 말을 줄여서 다른 사람들이 못 알아듣게 하느냐 하며 반문을 해 보았지만, 이미 그것은 그들만의 아니 한국의 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었다. 단순한 그들(내 친구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그런 말들을 사용했고, 그것을 사용하는 젊은이들은 둘째치고, 늙은이들조차 젊은이들 내뱉는 단어를 배우려 하고, 사용하면서 자신이 아직 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려는 듯 애쓰는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나와는 반대로 그것을 문제로 보지 않고, 그들은 오히려 내게 신조어나 줄임말을 가르쳐주는 역할을 하게 되어 기쁘다는 식으로 내게 아주 친절하게 알려주는 기회를 맞이한 것에 기뻐하는 눈치였다. 그들조차 누군가에게 이렇게 가르침 받았을 테니 말이다. 그제야 나는 그 눈치를 보며 눈치채고 알았다. 이제는 나도 한물 갔다고 말이다. 내가 더 이상 젊은 세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변할 수 있는 나이와 대상이 되지 않는 다라는 걸 말이다.    


  나는 핸드폰으로 내가 할 줄 아는 여러 가지 것들만 한다. 사진을 찍고, 인터넷을 하며, SNS를 즐긴다. 여기까지만 보면 모든 기능을 하는 것 같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내가 핸드폰으로 할 줄 앓는 것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한다. 역시 작은 컴퓨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요즘 애들은 핸드폰 없이는 단 하루도 못하는 사람처럼 되어 버린 것 같아 슬프기도 했다. 실은 나도 핸드폰을 집에 두고 나오면 약간은 불안해진 경험도 갖고 있다. 잠시 외출하는 거였지만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왔다는 사실만으로 불안감을 느꼈고, 핸드폰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다. 집에 돌아와 핸드폰부터 찾았으며 아무 연락이 없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그럼 그렇지 하며 괜한 걱정을 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수많은 변화 속에서 나는 점점 뒤처지는 걸 느낀다.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는데 그것들은 처리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더 많이 생겨난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했을지는 모른다. 


  길을 지나다 보면 멋진 젊은이들을 많이 만난다. 나도 한때는 존 레논의 머리를 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 미용사의 조언으로 포기하고 말았다. 머리를 기르려면 여간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확실히 멋을 안다. 그리고 확실한 자기 자신을 우리 세대 보다 아는 것 같다. 그리고 더 솔직하다. 눈치를 보지 않는다. 난 눈치 보고 분위기를 살피며 살아야만 했다. 우리 세대는 그렇게 해야만 했던 세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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