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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an 20. 2023

찌질한 편지

TO, 나를 잊고 지낼 당신에게


To. Bella


오랜만 이네요. 

건강하게 잘 지내지요??

이렇게 당당하게 인사하고 싶지만 이별한 연인이라 조심스레 경향을 물어봅니다.

새해가 되어 당신에게 편지를 써 봅니다.


  편지를 쓰기전 몇 번의 연락을 했었습니다. 당신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겨 받지 않은 거라 생각됩니다. 예상은 했습니다만, 좋은 사람이 생겼다면 축하해 주어야 하는데, 기분이 그리 썩 달갑지많은 않은 건 사실입니다. 


  오늘 영화를 보다 당신이 살고 있는 대만의 한 도시가 영화에 나와서 보는 내내 그곳의 생각이 떠올랐습니다.이번에 편지를 쓰게 된 이유는 예전 내 마음을 그린 편지를 혹시라도 가지고 있다면 되받고 싶어 연락을 합니다. 


  헤어지기 전 약속한 서로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생기면, 그 마음을 다시 돌려 받기로 한 것 말이지요. 만약 아직도 혼자라면 가지고 있어도 좋습니다. 다만, 나중에라도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제 마음은 더 이상 필요가 없을테니 되돌려 주었으면 합니다. 연인시절 주었던 것을 되돌려 받는 것이 얼마나 찌질한 짓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후에야 알게 된 것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당신이 내게 주었던 추억들이 참 많았다는 것을 헤어질 당시, 당신의 마음이 제 마음 여기저기 이렇게나 많은 곳에 남아 있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소중한 것들은 항상 때늦은 후회와 함께 찾아오는 것처럼 한참 뒤에야 그것들을 깨달았습니다. 솔직한 제 심정은 이렇게라도 당신과 연락을 하고 싶었기에 이렇게 편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당신의 사정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은 채로 말이지요. 상당히 불쾌할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도 합니다.


  다만, 당신이 좋은 사람과 함께라면 저는 제 마음을 다시 돌려 받고 싶은 것이고, 또한 당신이 제가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한데도 제 마음을 돌려 받겠지요. 돌려 받으려고 쓴 편지이지만, 실은 당신이 언제까지 그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돌려 받을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FROM, 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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