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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an 21. 2023

거부감

밑천이 바닥나다.

 


 예전에도 매일같이 글을 쓰다 보니 어느 순간 글쓰기가 어려워진 적이 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글쓰기에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글머리가 떠올라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해 몇 문장을 쓰고 나면 그 뒤가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머리는 돌처럼 굳어버린 것 같고, 하수구가 각종 이물질에 꽉 막혀 막힌 물처럼 흘러가지 못한 글이 되고 만다. 


  내가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그 첫 느낌마저 잊을 때가 종종 있다. 아마도 하루에 한편이라는 스스로의 목표가 부담감으로 작용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최근에 내가 쓴 글들을 보면 <깊이> 가 전혀 없다. 글을 쓴 나조차 그렇게 느꼈으니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은 오죽했을까. 이점에서는 일단 죄송하다. 다만 글을 잘 써보려고 하는 초짜가 열심히 글을 단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보여주기 바란다. 이렇게 쓰고 나니 내가 마치 작가라도 된듯한 기분이다. 어색하고 기분 묘하다.


 일, 운동, 취미활동들은 매일 매일 노력해 보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즉 어느 것 하나 어지간한 노력 없이 하는 것 조차 힘들다. 그에 반해 먹고, 자고, 싸고 하는 등의 1차 욕구는 하루도 빠짐 없이 매일 해오면서도 힘들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가끔씩 변비로 고생하시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내경우에는 없다.) 오히려 그것들을 안 해주면 힘들다. 위의 것과 아래의 것들이 반대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일 밥 먹듯이 글을 쓰고, 매일 일정한 시간을 자듯 운동을 해주고, 싸는 것 마냥 알람 맞추듯이 내가 좋아하는 일을 시간에 맞춰 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글에는 <하루키> 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고, 현재도 하루키의 책을 틈틈이 읽고 있다. 하루키는 작가라는 직업을 소개하면서 체력을 강조하고, 어느 정도 재충전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찌보면 매일 한편이라는 내 목표가 무식할 수도 있지만 나이키의 슬로건 <JUST SO IT>처럼 우선 쓰고 본다는 마음을 가졌다. HOWEVER,  이 목표도 일주일 정도 지나자  점차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축구로 비유하자면 90분 뛸 체력에는 별문제 없지만, 90분 동안 지속 가능한 글의 다양한 전술이 내겐 없었던 것이다. (이해들 하실런지..) 


 다시 말해, - 나는 밑천이 바닥난 것이다 -. 내가 가지고 있는 글에 대한 무궁무진한 발상과 글 자체의 발전 가능성 그리고 글을 쓰고 싶은 열정이 고작 일주일 정도 만에 글을 쓰는 두려움으로 바뀐 상황이다. 밑천이 바닥나 대신 양이라도 채우려 쓴 깊이 없는 글들로 점점 바닥으로 추락하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은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할 시간, 여유를 가질 시간 그리고 기다림의 시간 등.

운동도 훈련과 휴식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글쓰기도 이와 같은 것 같고, 지금의 나는 훈련중 약간의 부상으로 인해 잠시 재활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려 한다. 훗날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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