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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an 19. 2023

재발...그리고 제발~!!!

부상회복에 대한 이야기


  작년 한 해를 돌아보니 나는 부상으로 많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마라톤 대회와 축구 대회가 몇 개씩 있었는데, 그나마 축구시합은 약을 먹고 전, 후반 25분과 하프타임까지 합해서 1시간만 참고 뛰면 그때까지 약 효과가 버텨줘서 참고 뛸만했다. 


  허나, 봄에 미리 신청해 놓은 가을 마라톤대회는 부상이 악화되어 그 근처도 밟지 못했다. 마라톤에 나가려고 약을 먹고 연습을 하고 나면 그다음 날은 극심한 통증에 걷기조차 힘들어서 이러다가 더 큰일 나겠다 싶어 기권하고 말았다. 덕분에 대회에서 신으려고 구입한 내가 산 신발 중에서 가장 비싼 마라톤용 신발과 멋지게 입으려고 한 트레이닝복은 전부 새것 그대로 옷장에 처박혀 있다. 운동은 멋이 생명이라는 말로 줄 곳 해왔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이런 게 다 뭔 소용인가 싶기도 했다. 


  내가 입은 병명은 족저 근막염이다. 발바닥에 위치한 근막에 과도한 충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여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체중 부하가 실린 과도한 운동을 무리하게 진행했을 경우 많이 발생한다. 전에는 발생하지 않던 병이 생겨 깨달아 보니 나는 달리기를 하면서 준비운동과 마무리 운동을 잘 안 해줬던 게 생각났다. 젊은 시절에야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니 별로 필요 없었겠지만 40대 중반에 몸은 그렇지 않았다.


  작년엔 11월까지 축구 대회가 있었다. 내가 팀 감독 겸 선수라서 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40대가 부족한 것도 그 원인 중에 하나였지만 암튼 우리 팀이 그리 잘하는 팀이 아니라서 항상 선발로 뛰어야 했다. 물론 결과는 참담했지만 말이다. (내가 뛰어서 그럴지도) 그와 동시에 11월 있었던 마라톤 대회 기권과 환경미화원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다시금 재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참고 뛰고, 달렸는데 모든 것을 멈추고 제로에서 다시 시작했다. 


 병원에서 물리치료와 약을 처방을 병행해 가면서 짐(GYM)에 가서 그동안 뭉쳐 있던 근육들의 스트레칭과 마사지를 해주었다. 책과 학회지에서 찾아보니 족저 근막염은 연결된 근육들과 근막의 유연성과도 많은 연관이 있다고 나와 있어 대둔부와 햄스트링, 종아리 쪽을 집중적으로 치료해 주었다. 반대되는 길항근의 근력을 회복시켜 줌으로써 위 근육들의 유연성을 더욱 높이는데 힘썼다. 예전 같았으면 근력운동을 해주고 마지막으로는 항상 5~10km 정도는 달리기로 마무리 운동을 해주었는데, 달리기는 전면 금지로 해두고 고정식 자전거로 5km를 꾸준히 탔다.  하지만 달리기에 비해 운동량과 재미 그리고 땀은 거의 없었다. 


  3개월가량 재활운동을 한 결과 올해 들어 발바닥의 통증이 많이 줄어들더니, 어제부터는 확실히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통증을 잠시 잊고 지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인지를 못할 정도로 통증이 미비했기에. 아직 완전히 회복되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일상생활하는데 부족함이 없이 회복된 것 같아, 내 몸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어제는 시속 5km 정도(걷는 것보다 조금 빠른 정도)로 천천히 1.5km 정도를 시험 삼아 달려 보았다. 결과는 좋았다. 발바닥 쪽에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40대 중반이라 회복 시간을 최소 6개월은 걸릴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3개월 만에 이렇게 많이 좋아졌으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이 병은 통증이 많이 줄었다가 그다음 날이면 다시 아파지고를 그렇게 몇 번을 천국과 지옥을 맛보게 해주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런 과정속에서 스포츠재활과를 전공한 나조차 이렇게 초조하고, 피 말리기는 경험은 처음 겪어 보았다.


 오늘도 아무 통증 없이 아침에 일어났다. 그래서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하였다. 통증 없이 걸을 수 있다는 게 이렇게 고마운 일이란 것을 새삼 느꼈다. 그동안 내를 막아오던 것으로부터 해방을 알리는 신호이자, 집에 머물며 온갖 집안일을 떠안으며 해온 것(빨래, 설거지, 청소, 그 외 잡다한 것 등등)에서 해방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이제 다시 두 날개를 펴고 멋진 하늘을 가로 지으며 달릴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아마 2월부터는 조심스레 시작해 보려고 한다. 그러니 제발~ 두 번 다시는 재발되지 않길 바란다. 그리고 올해는 꼭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싶다. 작년 목표는 42.195km를 완주하는 것이라면, 올해는 대폭 낮추어 대회 참가 그 자체만으로 의의를 둔다. 서두르지 말고 차근히 지금까지 해오던 것처럼 올해도, 내 목표도, 내 인생도, 제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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