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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Apr 13. 2023

소개팅을 못하는 남자

아는 동생 이야기




  2012년 동생과 한팀에서 뛸려고 다닌 조기축구가 벌써 횟수로 10년을 훌쩍 넘어버렸다. 그리고 지금은 그 축구팀에서 코치를 맡고 있다. 그것도 4년씩이나 보통 1~2년 정도하고 그만두는데, 팀을 이끌 마땅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 4년동안 해오니 조금 귀찮다. 또한 여느 조기축구팀이 다 그렇겠지만 최근에는 들어오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들어 이제 몇년 안 있으면 40대에 이어서 30대로 없어질 예정이다. 20, 30대는 그들만의 팀을 만들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요즘 추세이다 보니, 이대로 가다간 아마 우리 조기 축구도 10년안으로는 없어지는 거 아닌가 걱정을 해본다.


  이번 글은 같은 조기 축구팀에서 뛰는 동생을 대한 글이자 그를 위한 글이다. 그전에 일본 드라마 중에 2008년에 방영한  - 결혼 못하는 남자 - 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뛰어난 건축가 이지만, 여자를 만나거나 사람들을 대하는 것에 서툰  여러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아주 재미있게 봐서 내가 본 일본드라마 중에 순위 안에 든다. 왜 이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냐 하면 우리팀에도 이와 같은 동생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볼때 이 동생은 성격도 좋고, 붙임성도 좋고, 하는 일도 성실하게 한다. 다만, 여자를 사귀어 보지 못했다는 점이 내게는 흥미로웠다. 일명-모태솔로 까지는 아니여도 딱한번 사궈봤다고 한다.  사람들 보는 눈은 다들 똑같아서 그런지 좋은 사람이다보니 여기 저기서 소개팅을 주선을 해준다. 그렇게 몇년 동안 수많은 소개팅을 해왔지만 결과는 전부다 꽝이다. 여기서는 소개팅을 축구에 비유해 대회라 칭하고 소개팅에 나가는 사람을 선수라 칭한다. 선수가 저번주에 대회에 나갔기에 컨디션 관리 잘하라고 응원해줬다. 


  마지막 소개팅은 저번주 일요일에 있었다. 나도 자세한 얘기는 못들었지만 성적은 "패"라고 한다. 그리고 선수는 마음에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번주 일요일에 만나면 조금 더 깊은 소개팅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만, 이번에는 부상의 정도가 조금 큰듯 싶었다. 보통 소개팅을 한 후 결과야 어떻게 됐든, 만나서 이렇고 저렇고 소개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재활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연이은 대회 출전과 패배로 인한 그 후유증이 심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잘 마시지 않지만 술 생각이 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하였다. 살다보니 다른 것보다 인간관계가 참 힘들다는게 느껴졌다. 


  어렸을 적엔 동네에서 나이만 비스무리하면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다 친구가 되어 사이좋게 잘 지냈는데, 언제부턴가 사는 지역의 생활수준에 따라, 부모님의 경제력 혹은 지위에 따라, 계급이 나뉘어지는 것 같다. 이성을 만날 때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만약 차를 가지고 있다면 외제차인지 아닌지에 따라, 대학을 나왔다면 무얼 전공 했는지가 아닌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가 중요한 조건이 되어 버린지 꽤 오래다. 직장은 두말할 것도 없다. 좋은 차, 좋은 대학을 선호하는 걸 나쁘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조건이 좋은 사람보다, 사람자체가 좋은 만남을 가져왔다. 하지만 같은 팀 동생은 늘 조건만을 보는 사람들을 만나온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내가 발뻗고 나서기로 했다. 내가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준다고 이야기 해주었고, 그리고 지금 알아보고 있다. 예전만 하더라도 나도 인맥이 많아 좋은 사람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결혼까지는 아니었지만 사귀는 커플들이 다수 있었다. 내가 아는 좋은 사람들은 다들 왜그리 이른 나이에 결혼들을 해 버리는지. 좋은 사람들은 다들 알기에 빨리 데려 가는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동생에게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착하고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이야기(스토리텔링)를 잘 할 줄을 모른다. 이야기 하는 것에 조금 서툴다고 할까?? 뭔가에 대해서 물어보면 즉시 답을 원하는 것이 있고, 줄거리를 풀어가면서 말을 할 때가 있는데 이 동생은 그걸 잘하지 못한다. 같은 이야기라도 어떤 사람의 말은 귀를 기울어지게 하는 반면, 재미없게 하는 사람도 많다. 후자게 가깝다. 이것은 이야기의 구성력이 약한 것이기도 하고, 대화를 많이 안해봐서 그렇기도 하다. 언젠가는 늘겠지 하고 매번 책을 읽을 것을 권한다.


  이친구의 또 다른 단점 하나는 상대방이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미리 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완전 "쪼다" 다.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 사람과 멀어질까봐 혹은 거절당해 상처받을까봐 좋아한다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고백의 효과는 정말로 대단한 것 같다. 누군가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런 말을 듣는 순간 그냥 기분이 좋다. 때론 당황할 때가 먼저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좋다. 아주 가끔 “저 애만 아니면 돼” 라고 하는 사람이 고백을 했다면 모를까 대부분 고백을 받은 사람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눈치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고백하기 전에 어느정도 알고는 있다. 그래서 더 좋은 것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고백을 받으면 전에는 보이지도 않던 그 사람이 어느샌가 자꾸 내눈 앞에 어슬렁 어슬렁 보이기 시작한다. 내느낌에 그랬다는 것이다. 


  좋은 동생이기에 꼭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 이 동생을 보면서 내가 느낀 단점을 잘 보완해 올해 넘어가기 전에는 이쁜 연애를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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