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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Apr 18. 2023

무언의 대화

Deaf and me

  

  



 잘 듣지 못하는 사람을 좋아했었다. 나는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우리 서로 잘 맞았다. 그녀는 나의 말에 언제나 웃음으로 답해주었다. 우리는 마치 류시화의 시집 -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에 나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 처럼 좋은 연인이었다 


 그녀는 내 첫사랑의 추억으로 남겨져 있다. 그래서였을까. 그 안타까움에 수화를 배웠는지도, 그리고 최근까지 수화를 가르쳐 주었던 청각장애인분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7년 전 몇 개월 배운 수화로 그들과의 대화할 때 평소보다 많은 수작업(수화)을 거쳐야 하지만 나는 그들과 손으로 대화를 하는 '무언의 대화’ 가 좋다. 


 그들과 수화를 하기 전에는 내가 그렇게 수많은 소리(잡음)으로부터 귀를 혹사당하고 있었는지 몰랐다. 그전에는 카페나 식당에 들어서면 옆 테이블의 잡담 소리와 일하는 직원들이 내는 소리 등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그들이  손과 얼굴 표정 그리고 몸짓을 이용하여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많은 잡다한 소리에 내 귀가 시달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무언의 대화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고, 오롯이 수화를 읽어내기 위한 손이 내는 수어만 들리게 된다.( 내 경험은 그러했다.) 


  여기서 내가 흥미로운 점은 그들과의 대화를 나누던 중 무심결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나 또한 눈뜬 장님 아니면 Deaf 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왜냐, 그들의 수화를 보고도 보지를 못하고, 그들의 손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으니 말이다.  


  By the way, 우리 사회(사람들)는 강자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지만, 약자에 대해서는 너무나 쉽게 대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런 것을 볼 때면 너무 화가 난다. 어리다는 이유로, 여자라는 이유로,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등 여러 이유로 우리는 우리가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사람들을 하대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럴 때 비로소 사람의 진가(진심)를 알아보기 마련이지만, 자신도 약한 것들이 꼭 자신보다 약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거라 더 보기가 싫고, 더 화가 난다.  


  한 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다. 식당에서 여러 음식을 주문을 했는데, 음식이 잘못 나온 것이었다. 그래서 직원을 불러 음식이 잘못 나왔다고 몸짓으로만 설명하였다. 그 당시 나는 어떤 음식을 시켰는지 화장실을 다녀와서 몰랐었다. 그러자 그 직원은 모두가 Deaf인 줄 알고, 욕을 한 것이었다. 나는 어이가 없어 당장 그 직원을 부르고 뭐라 말했냐며 따지고 사장을 불러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제야 사태 파악이 된 직원과 사장은 사과를 몇 번이나 했고, 우리는 음식을 무료로 먹을 수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은 후로 나의 마음은 분함과 아직도 우리 사회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고 많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이 떠나질 않았지만, 나의 마음과는 달리 그들은 이러한 경험들이 적지는 않은 듯 그러려니 하고 다들 맛있게 먹는 모습에 내가 관한 걱정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오랜만에 그들을 만났다. 시간이 맞지 않아 만나지 못하다가, 일 년 만에 만나는 거라 확연히 줄어든 내 수화 실력에 다들 기겁을 하였다. 매번 만날 때마다 새까맣게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이참에 다시 한번 수화를 배워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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