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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May 03. 2023

커피를 1도 모르는 커피이야기

 




 산책을 하다 매번 지나가는 카페가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집을 지나쳤다. 그러다 이상하리만치 오늘은 그 집 커피를 마시고 싶어 아메리카노를 샀다. 우리 동네에서는 소문난 커피 맛집이었다. 전에도 여러 번 산책을 하면서 커피를 살까 말까 망설였던 곳이었다.  오늘은 매번 같은 루틴을 깨고 과감하게 커피를 주문했다.


  어쩐지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날이야~!!라고 생각했다.  개 세 마리가 있어 밖에서 직원을 불러 주문을 하려고 보니 가게는 안쪽으로 꽤나 깊숙이 들어가야 주문을 할 수 있는 구조였다. 결국 개들에게 가만히 있어라고 여러 번 명령-당부-부탁을 하고 얼른 주문 카운터로 갔다. 


직원을 보자마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 ~!”


“캐리어도 하나만 부탁합니다.”


  그렇게 거짓말 조금 보태 빛과 같은 속도로 결제를 하고, 다시 개들이 있는 밖으로 나와서 커피를 기다렸다. 직원이 친절하게 밖에까지 나와서 커피를 건네주며 말을 건넸다. 


“아~ 이 개들 주인 이시구나~” 


“많이 봤어요. 여기 근처 자주 오시잖아요”


  그렇다. 10년을 넘게 개를 키우고 거의 매일 같은 곳을 산책을 시키다 보니 알게 모르게 이 동네에서는 나는 몰라도 개 세 마리는 아는 사람들이 생겼다. 직원과 가볍게 농담 몇 마디를 나누고, 커피를 들고 다시 길을 걸었다. 


  커피 한 모금 맛볼 겸 잠시 벤치에 앉았다. 그리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순간 호주에서 사와 집에서 먹는 커피와는 목 넘김부터 달랐다. 술 얘기 같지만 내게는 커피도 그러했다. 전혀 달랐다. 커피를 1도 모르는 내가 마셔도 맛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 커피였다.


  커피 하나로 아침부터 이런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니 오늘은 시작부터 좋았다.

   

  카페에 가면 뭘 주문해야 할지 몰라서 매번 그냥 달달한 거 주문해 달라고 했던 나였다. 그러면 십중팔구 ‘카라멜 마끼아또’ 아니면 ‘카페모카’였다. 그러다가 일본 유학시절 시험을 대비해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를 샀는데 가장 싼 걸 샀다. 그것이 아메리카노였던 것이다. 처음 맛보는 아메리카노의 맛은 쓰디썼다.  이런 씁쓸한 맛을 사람은 뭐가 좋다고 마시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어느샌가 그 씁쓸한 맛에 길들여 졌는데, 그 씁쓸한 맛이 왠지 내 유학의 삶 그리고 중년의 맛 같았다.  그 후론 달달한 건 잘 찾지 않게 되었다. 


 나는 아직도 어떤 맛의 커피가 좋은 커피인지 맛있는 커피인지 모른다. 위에 말한 커피도 이런 맛의 커피가 맛있는 커피이겠거니 하고 혼자 음미하며 내린 결론의 하나일 뿐이다. 참고로 예전 아는 후배와 경리단길?? 망리단길?? 인지 어딘가를 걷다가 핸드드립 커피를 마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맛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지금 마셔도 그때와 같은 느낌의 맛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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