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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Dec 27. 2022

읽고 싶은 만큼

그리고 오래토록



한 챕터를 남겨논 하루키의 에세이


  연말이지만 시간이 많아 여러 책들을 한꺼번에 빌려 보기 시작했다. 새해를 준비하기 위해서라고 말고 싶지만 우선 내가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과 도서관에 찾아가는 내 삶을 즐기다 보니 시간이 날 때면 저절로 도서관을 들리곤 한다. 아마 어렸을 때 도서관을 가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들은 굉장히 똑똑한 사람들 일 거야. 그러니 저렇게 매일같이 도서관에 가서 열심히 공부하지” 



  라는 혼자만의 선입견 아니면 편견에 가로막혀 있던 나였기에 아직까지도 주말에 그다지 할 일이 없을 때는 도서관에 가서 뭐 읽을 만한 책이 없을까 하고 둘러보러 간다. 대개는 최근에 나온 따끈따끈한 책을 빌려보고 싶지만 신간인 책은 어림도 없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들었다. 어느 통계에서는 우리나라는 국민당 1년 독서량은 예전에 많이 줄었다고 발표한 자료를 본 적이 있는데, 이런 통계가 맞기나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도서관에 가면 매번 내가 한번 읽어보려고 빌리려한 책들은 거의 대출 중이었다. 그리고 그 예약도 꽤나 되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나는 겨우 고전들 내지는 1년 정도 지난 베스트셀러 정도 만이 대출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신 나온 책들은 읽을 수 없지만 나는 운이 좋다. 우리 누나에게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은 어지간하면 빌려다 볼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나는 몰랐다. 그냥 예전부터 책을 많이 읽는 누나라고 만 생각하고 살았다. 여기서 잠시 우리 친누나 방을 묘사하자면 방의 대부분이 책들로 가득 차 있다. 한국소설, 외국소설할 거 없이 영어원서 등 각종 카세트테이프와 CD 음반들로 가득 차서 더 이상 쌓을 곳이 없을 정도로 포화 상태인데 그래도 누나는 아직도 간간이 책을 구입하는 것 같다.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야 그 덕에 여러 책을 공짜로 그것도 대출기한 없이 마음대로 읽고 싶을 만큼 읽고는 있지만, 내가 유튜브 강의나 책에서 소개해 주어서 읽어 보고 싶은 웬만한 책들은 누나가 소장을 하고 있던 것이다. 지금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란 책과 조지 오웰의 - 동물농장- 등을 서로 번갈아가며 읽고 있다. 이 책들도 누나에게서 빌려 읽고 있다. 



  보통은 책을 읽고 나서 독후감 내지는 읽고 난 후에 그 책에 대한 비평이랄까 나름 나는 이런 책을 이렇게 읽었다.라고 써보지만 나는 못하겠다. 왜냐하면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알면 알수록 그리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읽고 느낀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혹은 나는 이 책을 잘 소화해 낸 것 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칫해서 내가 그런 글을 잘못 남기기라도 하면 남에게 실례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군가 나의 잘못된 글을 읽고 그 책을 읽지 않게 된거나 구입하지 않는다면 그 책을 열심히 집필한 작가에게도 실례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읽을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가 옮긴이의 비평과 작가의 후기를 보고서 아, 이 인물은 이런 연출을 위해서 만들어 낸 것이구나 라든가, 시대적 혹은 정치적 배경을 나타낸 것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을 때는 솔직히 쪽팔렸다. 왜냐 읽을 때는 모르고 읽었으니 분명 알고 읽는다면 그 책의 맛은 달라졌을 테니깐 그렇다. 


  어느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은 오로지 독자의 개인의 몫이라고 말한들, 아직도 나는 책을 읽는 동안에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읽는다. 여기서 이 인물은 무엇을 나타내는지 혹은 왜 등장시키고 왜 여기서 갈등을 야기하는지 등등 나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분석따위를 해가며 읽었다. 다 읽고 나서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조금 안도의 한숨이 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쉬운 말로 괜한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것이다.) 그저 그 작품 그대로 편안하게 즐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조금은 든다.



  나는 천천히 읽는 독자다. 다른 말로 일컫어지는 말을 알았는데 잊어버렸다. 나는 매우 천천히 읽는 편에 속한다. 한 번은 마음먹고 빨리 읽어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아니다 다를까 읽긴 읽은 것 같은데 머릿속으론 들어오지 않고 그냥 페이지만 넘기고 시간만 축내는 바보와 별반 다름이 없었다. 읽고 나면 내가 뭘 읽은 건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하지만 천천히 마음속의 또 다른 내가 소리 내듯 읽다 보면 그것이 내 눈앞에서 보이듯 나타나고, 읽은 후에도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그래서 한 달에 고작해야 몇 권을 읽지 못한다. 며칠 만에 한 권을 해지우는 사람을 보면 한편으로는 부럽다. 나도 빨리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좋은 책들은 보다 더 많이 접할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해보지만 나는 내 능력을 잘 안다. 나는 천천히 가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저장 장치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속독하는 법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그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읽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내 처리 속도가 그에 따라가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참고로 죽기 전까지 민음사에서 발간한 세계문학전집은 꼭 한 번은 다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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