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감성 May 16. 2023

면접 가는 길


  

  내 마음처럼 들뜬 버스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 모두 바쁜 사람들이다. 가다 서다를 무한히 반복하는 버스는 나와 그들을 어디론가 급히 데려간다. 나는 어디로 가고 그들 또한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다.


  면접을 보러 가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내 첫걸음은 버스였다. 낮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버스 옆을 지나쳐 가는 차들을 보며 명절 때 버스를 타고 시골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몇 시간씩 꽉꽉 막히는 고속도로 위 버스 창문 너머로 같이 끙끙대며 느림보 걸음을 걷듯 기어가는 수많은 차들을 보며 저 많은 차들은 다들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궁금해했던 적이 있다. 나는 왜 아직도 그들의 목적지가 궁금했지 알지 못한다.


  뒤에서 두 번째 좌석에 앉아 지난 추억에 빠져 10여 분쯤 지나자, 내 두 번째 운송수단인 지하철로 갈아탔다. 지하철의 풍경은 버스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더 외로웠다. 각자 저마다의 손에는 스마트한 핸드폰이 들려 있다. 다들 그것에 빠져 사는 세상이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기상천외한 것들을 한다. 누구는 주식투자를, 다른 누구는 SNS을, 또 다른 이는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 그렇게 요즘은 한 손에 쥘 수 있는 그 작은 것에 다들 온통 정신을 두고 산다. 나 또한 폰으로 글을 쓰며 말없이 갔다. 


  버스는 그나마 소리가 있는 편이다. 반면, 지하철은 유독 조용하다. 마치 사람들이 다들 침묵을 약속한 것처럼 말없이 달린다. 버스에는 없는데 간혹 만나는 미친 사람들만 제외하곤 역을 알려주는 방송 소리만이 지하철 안의 가득 메운다. 책을 읽는 사람도 소리 없이 읽고, 음악을 듣는 사람도 소리 없이 음악을 듣는다. 이쁘거나 멋진 사람을 쳐다보는 사람도 소리 없이 쳐다본다. 나 또한 소리 없이 내 면접을 상상하며 갔다.


  풍경을 보면서 그 느낌을 적다 보니 금세 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길고 멀다고 생각한 곳이 생각보다 가까웠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 면접 장소는 이름 모를 서울 한복판의 럭셔리한 호텔이었다. 들어가 기다리니 면접도 보기 전에 입술이 바싹 말랐다. 솔직히 면접보다 호텔에 으리으리함에 분위기에 먼저 압도 당했다. 젠장 시작도 하기 전에 난 무지 작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면접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그렇듯이 굉장한 허탈감이 밀려든다. 그 허탈감과 함께 왔던 길 그대로 되돌아간다. 되돌아오는 길에는 밖의 풍경이 보이지 않는다. 보고 있어도 보지 못하는 장님이 따로 없다. 머릿속은 온통 내가 면접을 잘한 건지 아님 잘 못한 건지, 또는 면접 중 기억에 남는 질문들로 가득 차고, 이렇게 대답했었어야 했는데 하는 조리 있는 답변들이 머릿속으로 마구 밀려든다. 한창을 그렇게 실랑이하다 결국엔 되려 나를 칭찬해 주려 나 자신을 합리화까지 해본다. 그래 후회하면 무엇하랴 하면서도, 없어지지 않는 허탈하면서도, 후련한 그 무언가가 되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가는 길에는 나를 제외한 것들이 보였다면 오는 길에는 내 안의 걸들만 보였다.

작가의 이전글 하수의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