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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un 07. 2023

쓸데없는 걱정

통증이라는 감옥


  


  통증과 함께 생긴 갖가지 망상을 잊으려 걸으러 나갔다. 많이 걸으면 안 되지만, 집이라는 감옥에서 약간의 해방감을 주고 싶어 걸었다. 걷다 보면 통증이 사라지는 구간이 생긴다. 인식이 멈추는 지점이 있다. 걸으면서 내 안의 나와 대화를 할 때가 있다. 몇 마디 주고받다 보면 어느새 꽤 먼 곳에 있었다. 통증은 그곳에 없었다.


  내 부주의로 통증과 함께한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무식하게 열심히 한 것이 이렇게까지 큰 탈이 되어 고스란히 되돌아올 줄은 몰랐다. 충분히 쉬어주면 낫겠지 하며 보낸 세월이 벌써 몇 개월째 지났지만 통증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깊은 통증에 멈춰서 깊은숨을 내서야 할 때가 많았다.


 일어날 때마다 오늘은 어떨지 걱정하는 마음에 아침이 두려워, 밤을 기다린 적이 많았다. 잠잘 때만큼은 통증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가끔 꿈에서 뛰어다니는 꿈을 꾸곤 하는데, 아프지 않다는 기쁨에 달리다가도 꿈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순간 현실이 눈을 뜨고 그와 함께 통증이 기다린다.


꿈에서조차 맘껏 달려주지 못한 내가 미웠다.   


  바람과 함께 나를 스치며 달리는 러너들을 보면 부럽다. 빠르게 달리는 러너, 이상한 자세의 러너, 그룹으로 달리는 러너들, 초보지만 선수급 장비를 착용한 러너, 헤드폰을 착용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달리는 러너 등등....달리는 그들을 보며 나도 한때는 저들처럼 달렸을 텐데 라는  미련이 저들이 달고 온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그저 저들에게도 나와 같은 부상이 없길 바란다


내 몸이 내게 다시 달릴 수 있을까 라고 묻지만 선뜻 답해줄수 없어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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