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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un 26. 2023

바람도 머물다 가는 곳

風停場



 햇볕이 강했던 토요일 오후, 


  3시에서 4시로 넘어가고 있지만 아직 해는 자신의 멋을 맘껏 발산하고 있었다. 태양이 수줍어 붉은 모습을 보일 때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개 산책을 위해 길을 걸었다. 많이 덥겠지 생각하고 걸으니 더 더운 것 같았다. 걷다 잠시 더위를 피하려 적당히 쉴 만한 곳을 찾아 걸었다. 가끔씩 보이는 그늘진 곳도 몇 군데 쉬었다가 보지만, 그늘만 있을 뿐 바람이 전혀 불지 않아 시원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더위를 피해 되돌아오는 길,


 평소 매번 지나던 길로만 가던 개들이 이번에는 전혀 가보지 않았던 길로 가자고 원하는 것 같아 개들이 이끄는 대로 가보았다. 수촌마을에 살면서 몇 번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길을 한동안 걷다 마침 여러 덩굴나무들로 그늘도 있고, 바람도 부는 곳을 발견하였다. 나와 개들에게 쉬었다 가기 참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잠시 동안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잠깐의 행복을 콧노래로 대신하던 중, 그곳은 바람이 쉬지 않고 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우연히도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모든 바람이 머물다 가는 곳,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신기해하는 찰나, 한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이곳은 어쩌면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가는 장소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렇게 좋은 곳을 만났으니 이름 하나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여 나는 그곳에 ‘풍정장’ 이라는 나만의 이름을 지어 주었다. 인생에 살면서 의미 있는 곳에 이름을 지어준 곳이 몇 군데가 있는데, 십여 년 만에 이름을 지어주었다. 앞으로 이곳을 자주 찾을 것 같다. 그저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이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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