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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un 30. 2023

-빗속의 러너-

Slow jogging




 비는 세차게 내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내리고, 또 그쳤나 싶다가도 다시 내리기를 반복한다. 나갈 준비를 하다 포기하고 언제쯤 나갈 수 있을까 하고 애꿎은 날씨 탓을 해본다.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만 있자니, 답답하고, 바람 쐬러 저녁이면 걸어 나간다. 유유히 걷는 사람과 굵은 땀을 바닥에 뿌리며 달리는 러너들을 많이 만난다.


 재활을 시작할 때 내가 처음에 계획한 재활 기간은 이번 달까지였다. 4월부터 시작한 재활치료는 오늘이 마지막 날인 셈이었다. 하지만 회복 속도는 마음과는 달리 속도를 내주지 못하였다. 지금의 회복 속도라면 아마 한 두 달은 더 걸릴 것 같다. 


 부상을 당하고, 몇 개월 동안 통증이 줄지 않아, 이러다가 평생 달리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고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처음엔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에 한숨마다 짜증을 내뿜었다. 


  하지만 점점 통증에 무뎌지며 가며 걷기가 수월해지고, 재활을 시작한 지 한 달을 넘어갈 때쯤 유튜브를 보며 지금 내게 가능한 운동의 한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슬로우 조깅(Slow jogging)” 이다. 이것을 내 재활운동과 함께 해보기로 하였다.  


 슬로우 조깅은 말 그대로 천천히 달리는 것이다. 자세와 동작은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처럼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 저마다 뛰는 속도는 다르겠지만 나는 1km를 대략 13~14분 정도의 페이스로 천천히 달린다. 나는 분명 달리고 있지만 걷는 이조차 나를 앞질러 갈 때가 많다. 


 시간으로 약 30분 정도 달린다. 거리로 보면 2~2.5km 정도 나온다. 이 정도가 내게는 딱 좋다. 통증도 없고 근육도 뭉치지 않는다. 늘 더 달리고 싶지만 이것도 감지덕지할 뿐이다. 


  천천히 달리는 내내 천천히 생각한다. 달리는 동안에는 온전한 나와 만난다. 한발 한발 발을 내디딜 때 집중하고, 호흡 하나에도 집중한다. 그러다 보면 시야는 점점 내 안으로 들어온다. 달릴 때 분명 많은 생각을 했는데 달리고 나면 다 잊어버린다.


  어제 빗속을 뚫고 달렸다. 다행히, 빗속을 달리는 미친 사람은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나는 몇 명의 빗속의 러너와 가벼운 인사를 하였다. 저들도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처럼 미친 사람이 여기 또 있군’ 하고 말이다. 비가 와서 거리와 페이스가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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