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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Jul 06. 2023

마라톤 맨

Bill Rodgers

 



  연일 더위가 파도처럼 겹겹이 덮쳐오는 여름이다. 의자에 앉자 선풍기 바람을 독차지 해보지만 찜통 같은 더위에는 바람마저 데워져 불어왔다.


 매년 그랬지만 올해도 역시 더위와 나는 친구가 되지 못할 것 같다. 더위 덕분에 집중이 되지 않아 결국 참지 못해 하루에도 몇번 샤워를 해야만 했다. 더위에 시달린 몸은 찬물도 미지근한 물로 바꾸어 버리는 마법을 부렸다. 샤워를 마치고 나서야 아주 잠시나마 정신이 든 사람처럼 다시 한번 책 속으로 몰입해 본다.


  평소 달리기를 좋아해 마라톤에 관련된 책을 빌렸다. 누가 마라톤에 대한 책이 아니랄까봐 책을 읽는 내내 땀이 삐질삐질 흘러 내렸다. 처음이다. 책을 읽으며 책속 주인공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느낌을 받은 것은. 읽는 동안 나는 그와 함께 42.195km를 내내 달린 것이다.(실제로는 20km가 내 최고 장거리다.) 내가 읽기 시작하면 그가 달렸다. 그가 속력을 올리면 나도 덩달아 읽는 속도를 올렸다.


 책의 내용은 자유스럽다 못해 약간 뭔가 부족해 보이는 히피처럼 생긴 한 사람이 마라톤에서 우승을 한 이야기를 다뤘다. 그것도 악명높은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을 한 이야기에 나는 매료되어 버린 것이다. 


 마라톤은 초반부터 무리하게 속력을 내면 후반부에 지쳐 완주를 못하거나 좋은 기록을 거두기 힘들다고 한다. 그야말로, 마라톤을 달리는 동안 페이스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이다.  


  독서와 마라톤은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30~40분 정도 읽는 것이 나의 페이스이다.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천천히 읽되 정확히 읽는다. 또한 마라톤에서 보통은 어려운 구간(오르막 길)을 만나면 페이스를 늦추듯, 나도 책에서 어려운 구간을 만나면 잠시 쉬는 쪽을 택한다. 그도 몇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나또한 무자비한 두께의 책에 실패한 경험이 좀 있다. 

  

  하지만 책의 주인공 빌 로저스 는 실패를 교훈 삼아 오히려 어려운 구간을 만나면 그것을 기회라 여겨 단숨에 앞서 나가는 선택을 한다. 여태껏 힘겨움을 만나면 비켜 가려고만 했지 그것을 정면으로 돌파해보려고 하지 않았던 나를 뒤돌아보게 만들었다. 


  읽고 나서 꺼져만 가던 달리기에 대한 작은 불씨를 되살아 났다. 부상으로 올해는 힘들겠지만, 내년에는 다시 한번 마라톤에 다시 도전 해볼까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즐겁게 달렸던 것처럼 이번엔 그에게 나의 42.195km를 들려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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