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걷는 자
홀로 나는 새
담배 한 개비
커피 한 잔
일을 마치고 무언가에 이끌려 가듯 길을 나섰다. 멍한 정신과 함께 빠르지 않은 걸음은 한참을 걸은 듯 보였으나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길 위를 걷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느낌은 흡사 해외에 처음 나갔을 때 이름 모를 곳에서 홀로 방황하고 있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걷는 내내 나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또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지, 내가 가야 할 길이 자욱한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풀, 꽃, 바위, 나무, 구름, 바람 등 어느 것 하나 내가 아니 좋아하는 것들이 없는데 내 주위에 있는 것들로부터 힘을 받았던 나였는데 그 무엇이 마음을 흔들어 놓았는지 온통 낯선 느낌의 것들뿐이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을 애써 달래 보려 콧노래를 불어본다. 내 몸에서 나온 어색한 소리는 애달피 우는 매미의 울부짖음에 잘게 잘게 부서져 사라진다.
그 후로 여러 날 괜스레 마음 어딘가가 불안해 괴로웠다. 그러다 또 어느 날 길을 걷다 가을 하늘 마냥 높은 창공 홀로 천리를 날아가듯 먼 길을 홀로 나는 새를 홀로 걷는 길에 아래서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홀로 선다.
나 그대 그리고 우리 모두
예전부터 익숙해질만하면 다들 떠나간다. 만남은 이별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만나는 모든 이과 모든 곳에 이별의 시앗이 드디어 싹을 피어 내기 시작했다.
이제 내 홀로서기가 시작되었다.
홀로 걷는 자의 고뇌
홀로 나는 새의 고독
오늘 커피 한 잔으로 하루만큼 이별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