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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Dec 18. 2023

호주 여행기 3일차

10년이 지나도 그리운 것들 

10년이 지나도 그리운 것들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영국 프리미어 축구 경기를 봤다. Geordy와 나는 축구로 만났기에 우리는 축구가 너무 좋은 사람들이다. 전반만을 보고 우리는 아침을 먹으러 갔다. 

  베이컨을 곁들인 토스트를 먹고 싶었지만, 어제 너무 맛있는 스테이크를 많이 먹었기에 배고프지 않아 커피만 마셨다. 커피는 호주에서 마셔도 또한 맛있다. 호주에선 유명한 브랜드 커피보다 개인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가 오히려 더 인기가 있고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


  오늘은 호주 가족이 모두 모여 점심을 같이 하기로 한 날이다. 실은 다른 가족은 내가 여기에 와 있다는 것을 모른다. Geordy가 비밀로 해서 모두를 서프라이즈 파티를 해주려고 모두에게 비밀로 하고 있었다. 

  

  약속 시간인 11시가 넘어서자 막냇동생인 Josef 가 도착했고, 이어서 할머니인 Betty와 엄마인 Jocelyn이 도착하였는데 아주 크게 놀랄 줄 알았는데, 할머니는 전혀 놀라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이 더 놀라웠지만, 다행인 것은 내년이면 90살이 되는 그녀는 나이답지 않게 너무 건강해 보였다. 다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고 했고, 마지막으로 둘째인 Henri가 세 아이들 와 여자친구와 같이 도착했는데 아주 크게 반가워했다. 


  호주에서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먹는 음식과 디저트를 다 같이 먹었는데 간단한 게임도 하였다. 나는 로또 복권과 디저트로 한국의 초코과자를 준비했는데 다들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점심을 함께 먹으며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도 그럭저럭 서로의 대화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지역 사투리가 섞여 중간중간 알아듣지는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많이 향상된 나의 영어 실력에 다들 놀라 했다. 


  그러다 문득, 10년 전이 생각났다. 그 때도 오늘과 같았다. 모여 같이 즐겼다. 그때와 모두 똑같은데 단 한사람 Peter만 빼고 말이다. 그래서 오늘 더욱더 그가 그리웠다.3시간 정도의 점심을 마치고 각자 집으로 되돌아 갔다. 그리고 잠깐의 휴식을 가지고 우리는 10년 전 처음 머물던 집으로 가보기로 했다.  

  Peter가 죽고 나서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지만 내 모든 추억과 기억은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면서부터 모든 것을 내 두 눈에 담기 위해 천천히 그리고 빠짐없이 담아 갔다. 내가 지내던 방, 항상 Peter와 저녁과 맥주를 먹고 마시던 곳에 앉아 있는 그와 함께 했던 지난날을 회상하고, 옛 물건들을 하나둘씩 꺼내 보았다. 




  그러다 Peter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간직해도 되냐고 물었고 다들 좋은 생각이라고 하였다. 생각한 끝에 저녁이면 그와 함께 와인을 마셨는데 그래서 그 와인잔을 가져가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짐을 어느 정도 정리한 상태여서 쉽게 찾지 못했다. 다음에 올 때 다시 한번 찾기로 하고 집을 떠났다. 지난날 호주에서의 생활이 아직도 내게는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었는데, 그 추억의 뿌리가 하나둘씩 사라져 가는 것을 보고 슬픔에 잠겼다.( 하루 뒤 다시 가서 정리된 짐에서 와인잔을 찾았다.)


  디시  집으로 돌아와 저녁으로 호주에 가져간 한국라면 요리를 해주었다. 10년 전 내가 먹을 때 조금씩 도전해 보던 그들이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먹는다고 한다. 더 좋은 음식을 해주지 못해 미안했다. 오늘은 이렇게 모두 모여 함께한 시간들로 아름다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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