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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Dec 23. 2023

여행은 무엇을 남기는가?

  

Geordy and Danika engage~!!

 

  지난 일주일이 마치 하룻밤 꿈을 꾼 듯 느껴졌다. 그리운 곳에서 사랑 가득한 에너지를 받아 간다.  와가 와가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호주 가족들을 다시 만나 너무 기뻤다. 모든 것이 세월처럼 많은 것이 변했다. 30대의 나는 40대가 되었고, 기억 속 십 대들은 어느새 30대가 되었고, 꼬마들은 어엿한 청년과 숙녀가 되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호주는 그대로였는데, 다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만이 변했다. 그중 나와 가장 많은 추억을 함께한 peter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다.


  여행을 떠나는 이의 마음은 늘 설렌다. 아마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곳을 가보니 그 기분은 말해 무엇하냐. 늘 어떠한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예전 여행의 묘미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있는데 나는 아직도 그 묘미를 항상 기다리고 기대한다.


  호주에 온 지 4일 정도가 지났을 때의 일이다. 19시간의 긴 이동으로 쌓인 피로도 사라졌는지 아침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어느새 이곳의 무더운 여름 날씨에 적응한 느낌이었다. 내가 지내던 와가 와가의 곳곳을 둘러보니 10년 전 오늘이 생각났다. 모든 것이 새로웠던 그때의 나와 이곳을 다시 찾은 지금의 나는 분명 같지만 다른 것처럼 와가 와가란 곳 또한 그때의 이곳과 지금은 이곳도 같지만 다르다.


  10년 전 호주에 와서 가장 처음 내게 받은 느낌은 아름다움과 행복이었다. 난 아직도 그때를 잊지 못한다. 호주에 처음 왔을 때 난 매우 흥분했다.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모든 거리와 집들이 이쁘고 아름다웠다. 늘 내가 꿈꿔본 것들이 여기엔 즐비했다. 그래서 매일 일을 마치고 나면 거리의 모든 길을 누비고 다녔다.


  한 예로, 20대 시절 유명한 서양 화가들의 풍경화들을 보면서 궁금했었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아름다움을 캔버스 위에 그들은 담아냈을까. 하지만 그 오랜 궁금증도 호주에 와서 알게 되었다. 그들은 그저 이미 아름다운 풍경을 캔버스 위에 담아낸 것뿐이었다는 걸 말이다. 그만큼 내가 보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상했었다. 호주에 왔으니 진짜 호주의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정말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바라던 그림과 같은 집에서 살게 되었을 때 정말로 행복했다. 내가 살던 집은 2층 집이고, 나의 방은 계단을 올라 창가가 있는 방이었다. 늘 내가 꿈꾸던 서양식 집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호주 가족과 함께 생활하며 2년이란 시간을 함께 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함께 축구하고, 영화를 보고, 시골과 바닷가로 여행을 가고, 함께 모든 축제와 행사에 참여하고, 함께 살던 개가 죽어 뒷마당에 묻어주고, 상처를 치료해 주고, 한 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축구하다 다쳐 병원에 입원도 했다.

 

  그야말로 꿈같던 시간들이었는데 벌써 10년 이야기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그저 며칠 전 이야기 같다. 30대의 나는 그렇게 꿈속에서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40대가 되어 다시 찾은 호주는 그때의 아름다움과 행복을 다시 새겨 주었다. 그동안 한국에 돌아와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내가 가지고 있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잊고 살았다. 그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 되찾았다.


  그동안 나는 늘 행복 속에서 지내왔는데, 스스로는 현실과 마주하다 보니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빠 행복 어딘가에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며 살아왔다. 정말이지 미련하고 답답한 나였다. 나는 다시 여행을 마치고 내 자리로 되돌아왔다. 이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것들뿐이다. 인생계획을 다시 세우게 되었다. 행복이란 의미도 다시 다가왔다. 행복은 큰 것이 아닌 소소한 작은 것들로 이루어가는 사실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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