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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감성 Dec 26. 2023

일본 오사카 여행기 1일차

동생과 첫 여행기


 2023.12.13 수요일


  동생과 단둘뿐인 여행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40대가 넘어서야 시간과 자금에 여유가 생겨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다. 시간적 여유만 더 있었더라면 유럽으로 갔을 것인데, 일정이 짧게 잡혀 그나마 가까운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호주를 다녀와서 3일 만에 다시 일본으로 향한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했을 때 내 짐만 도착을 안 해 조마조마했다. 분실신고를 하고 나서 하루 만에 짐이 집까지 도착했다. 일본으로 떠나는 모든 준비사항을 검토한 뒤 한숨을 쉬던 찰나 오사카로 떠나기 하루 전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모두 매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서로의 일정을 다시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결국 새벽 3시에 차를 몰고 가야만 했다. 새벽 3시에 운전하는 사람이 있을까 했지만 꽤 많이 보였다. 장기 주차장을 찾지 못해 약간 헤맸지만, 우리는 인천공항에는 넉넉한 시간에 도착했다. 


  수화물을 옮기려 제주항공 카운터로 가보니 짐을 맡기는 것 또한 무인 시스템으로 하고 있었다. 이게 좀 불편하기는 했다. 직원이 여러 정보를 알아봐 주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물어보고 싶었는데 화면이 시키는 대로 내가 짐을 붙이는 시스템이 앞으로는 이렇게 변할지 몰라도 나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공항에서 짐을 붙이고 나니 시간이 많이 남았다.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다 동생이 음료수를 사러 간사이 의자 옆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어디를 가느냐 물어보았다. 겉으로 봤을 때는 누가 봐도 한국 사람이었는데 일본 사람이었다. 나는 바로 일본어로 인사를 했고 나는 오사카로 간다고 했다. 그녀는 도쿄로 돌아가는 중이었고, 한국 아이돌을 좋아해서 한국에 자주 온다고 했다. 

  그녀의 이름은 아이라 (愛来)라고 했다. 귀여운 외모의 친구였는데, 한국말도 곧 잘했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렇게 그녀와 한국에 대해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았을 때 동생이 음료수와 함께 돌아왔다.  동생을 소개해 주고 3자 간에 대화를 이어 나갔다. 30분가량 그녀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혹시나 모를 것에 대비해 약간 서둘러 터미널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아이라와 헤어졌고, 다음에 한국에 오면 같이 밥이라도 먹자고 약속했다. 나는 불과 며칠 전에 한국에 돌아와서 인천공항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비행기 탑승구에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7시 비행기인데 꽤 많아 놀랐다. 하지만 역시 이른 비행기 시간이라서 그런지 지각생들이 발생해 30분 지연되었다. 비행기에서 동생과 일본에 도착하면 함께 할 일정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던 중 기장으로부터 안내 멘트가 들렸다. 30분 지연된 것을 제시간에 맞추기 위해 속력을 더 낸다는 말이었다.  벌써부터 좋은 일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일본에 오랜만에 도착했다. 무려 4년만 이었다. 그전에는 제1터미널로 도착을 했는데, 이번에는 제2터미널로 도착해서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짐도 꽤 빨리 나왔다. 짐을 찾고, 셔틀버스를 타고 메인 터미널로 나왔다. 그리곤 원래 계획한 간사이 패스를 구입했다. 가격이 5만 원이 넘는 가격이었지만 우리가 3박 4일간 지내면서 이동할 것을 생각하면 본전은 뽑을 것 같았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텐가차야 역에서 잠시 내려 일본의 거리를 둘러보았다. 동생도 생소한 곳에 와 보니 기분이 들떴는지 묘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4년 만에 보는 일본의 거리가 그리웠다. 내게도 묘한 옛 감성이 되살아 나는 듯했다. 사진도 찍고 거리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다시 기차를 타고 호텔로 향했다. 물론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짐만 맡기고 다시 나왔다. 

  우린 난바 역으로 향했다. 관광객들이 가장 말리 몰리고, 오사카에 오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한 이곳에 오면 동생도 좋아할 줄 알았다. 하지만 동생은 사람 많은 곳을 굉장히 꺼려 했다. 이곳에서 동생과 나의 여행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여기저기 약간 구경을 하다, 점심을 먹기 위해 스시 가게에 들어갔다. 꽤 괜찮은 곳이기도 했고, 가격과 맛이 좋았다. 

 배를 채우고 나니 다시 힘이 생겼는지 "이젠 어디로 가볼까?" 하는 동생의 물음에 가까운 오사카 성에 가기로 했다. 오사카 성을 보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하루 종일 걷고 쉬고 걷고 쉬고 하기 금세 피로가 찾아왔다. 체크인 시간이 지나기도 했고, 조금 피곤한 감이 없지 않아 호텔에 들러 잠시 쉬기로 했다. 

  호텔이 돌아와 동생은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나는 이것 저 젓 일본에 대한 것을 찾아보다 피곤했지만 저녁 약속이 있기에 잠들지 못했다. 5시가 조금 넘어 동생은 일어났고, 그제야 내가 잠깐 잠들었다. 일본인 친구인 미나와 저녁 7시에 약속이 있었다. 

  다행히도 미나가 우리 호텔 근처로 와주기로 했고, 우리는 시간에 맞추어 나갔다. 지하철역 앞에서 너무 반갑게 인사를 했고, 미나가 자주 가는 술집으로 갔다. 미나에게 음식 주문을 맡기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었다. 동생은 맥주로 시키고 나와 미나는 하이볼을 주문해 마셨다. 여러 가지 꼬치 구이도 시켜 먹었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아주 맛나게 먹었다. 


 서로가 주고받은 대화의 주된 내용은 서로의 미래 계획과 인생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 각자의 인생철학 같은 것을 주제로 대화하였는데, 내 일본어 실력보다 더 높은 단계의 한국말을 동생이 자꾸 하는 바람에 일본어 통역하는데  아주 힘들었다. 그럴 땐 영어로 대화를 하기도 했는데 다행히도 비록 서로가 모자른 언어실력이었지만 흥미를 잃지 않고 대화 할수 있어 좋았다. 다시금 영어 와 일본어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다시 가게를 바꾸어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도 동생은 하이볼을 마셔보라는 나의 권유에도 자신은 술을 섞어먹지 않는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구 똑같이 맥주와 하이볼을 주문해 마시면서 11시가 다 될 때까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미나의 막차시간 때문에 결국 11시가 조금 안되었을 때 헤어졌다. 헤어지며 미나는 우리에게 일본에서만 파는 맥주를 선물해 주었다. 역시 좋은친구이자 귀여운 여동생이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내일 아침에 먹을 도시락과 컵라면을 샀다. 새벽 3시부터 시작한 오늘 하루가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그리고 정말 긴 하루를 보낸 느낌을 받았다. 내일은 교토를 가야 했기에 맥주를 마지막으로 우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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