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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인 Jun 19. 2024

걸레질 예찬

걸레질을 좋아하는 편이다. 간편하게 청소기로 먼지를 빨아들이기도 하지만 묵은 때를 개운하게 닦아내는데 걸레질만 한게 없다.


보통 걸레질은 이렇게 한다. 오래된 수건은 버리지 않고 잘 모아두었다가 걸레가 부족할 때마다 반으로 잘라 걸레로 사용한다. 걸레 3-5개쯤 있으면 집안 전체 청소가 가능하다. 걸레를 몽땅 빨아서 마루 한쪽에 던져 놓는다. 그리고 차례로 바닥을 비롯해 창문, 선반 등 먼지나 더러운 부분을 말끔히 닦아 낸다. 이렇게 한 개, 두 개씩 더러운 걸레가 쌓이면 또다시 몽땅 수돗가로 가져가 비누로 빨고 건조대에 탈탈 털어 넌다. 이러면 나의 집 청소는 끝! 이렇게 정확하고 쉬운 청소 방법이 없다. 일회용 부직포를 쓰지 않으니 친환경적이고 로봇청소기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 손을 따라 올 수 있겠나 싶다. 꼼꼼하게 청소하니 청결도 오래 유지된다. 이처럼 나의 걸레질 방법현대인에게 쉽고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청소법으로 널리 알리고 싶다.


무릎을 꿇고 걸레로 느릿느릿 바닥을 훔치고 있으면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어릴 적 걸레로 바닥을 훔치던 엄마의 모습이다. 빨간 딸기 다라이 같은 곳에 늘 짜서 던져놓은 걸레가 어릴 적 방 안 한편에 있다. 아마 우리 형제들을 키우면서 물티슈나 일회용 부직포도 없는 육아 살림에 엄마는 빨간 다라이에 있는 걸레로 흘린 음식물을 닦고 먼지를 닦아 냈을 테다. 머리가 크고 대학에 다니고 오랜만에 집 방문을 했더니 여전히 엄마가 무릎을 꿇고 걸레질하며 청소하고 있었다. “엄마 옆에 청소기랑 밀대도 있는데 무릎 안 좋아지게 걸레질하는 거야?”하고 소리쳤다. 이해되지 않았다. 엄마는 그런 내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묵묵히 바닥을 닦아 나갔다. 그 이후 조카들과 아이가 태어나고 할머니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도 엄마는 걸레로 바닥을 닦아냈다. 여전히 반짝반짝 윤이 나는 거실은 오랜만에 방문한 고향 집을 마주하는 첫 풍경이다. 지금은 아이가 걸레질하는 나의 등에 올라타 즐거워한다. 과거 내가 그랬던 것처럼 고목의 매미가 되어 꿀렁꿀렁 웃는다. 슬프고 후회되고 감사한 마음이 오간다.


이렇게 걸레질에 관한 단상을 적고 있으니 얼른 집에 들어가 청소하고 싶다. 어제 아이가 목욕하고 남은 물은 버리지 않고 걸레를 빨고 버린다. 거실 한 귀퉁이에 있는 걸레를 몽땅 목욕물에 던져 빨아 바닥, 창틀, 유리창 등 구석구석 닦으며 정갈한 마음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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