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29
"그런데...왜 그렇게 조용해요?
회의에서도 그렇고, 술자리에서도 말 안 하시고."
동료가 무심히 던진 말에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조용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어차피 이 안에서는 어떤 말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이미 오래전에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가만히 창밖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왜 여기서 아무런 무게도 없을까.
사실 나도 안다.
내가 속으로는 얼마나 말이 많은 사람인지.
세상을 바꾸고 싶고, 누군가를 움직이고 싶고,
존재만으로도 주변에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걸.
나는 회사에서 말보다 표정을 읽는다.
선배의 기분, 상사의 눈치, 분위기를 익히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정작 나 자신은 투명하게 흐르고 있다.
투명은 안전하지만, 영향력은 없다.
“이제는 좀 달라지고 싶다.”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있는 자리가 곧 중심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의 지시를 따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내 의견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사람.
말 한마디에 움직임이 생기고,
내 판단에 무게가 실리는 그런 사람.
그게 꼭 글이 아니어도 좋다.
무대 위의 발표든, 인터뷰든, 작은 팀 하나의 리더든.
어디에 있든 존재감이 느껴지는 사람.
그게 내가 되고 싶은 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