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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Mar 16. 2023

멕시코 공항 직원 맛집에서 첫 멕시코 타코를

1.멕시코 시티와 까르니따 타코 / 오븐구이 통닭 타코

멕시코 공항 근처에서 맞이한 아침

알록달록한 멕시코 집들

숙소의 체크아웃 시간은 정오로 비교적 넉넉했다. 멕시코 시티 에어비앤비의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쯤. 어차피 짐 맡길 곳도 없으니 멕시코 공항 근처에서 오전시간 동안 환전, 심카드 구매를 마친 후 아침을 먹기로 했다. 보통 공항 환율이 제일 좋지 않다고 하지만, 멕시코는 독특하게 공항 내 다양한 환전소가 있고 시내보다 환율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숙소에서 공항 가는 길은 참 평화롭다. 빨간색, 핑크색, 노란색, 파란색 등 원색을 사용한 건물색상은 햇빛 아래 더욱 밝아 보인다. 비로소 멕시코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간다. 


공항에서 환전을 마친 후, 공항 밖으로 나가 옥쏘(OXXO)라는 편의점에서 심카드를 구매했다. 데이터를 쓸 수 없어 숙소에서 공항, 이 편의점에 오기까지 구글 오프라인 맵에 의존했는데 이제야 속 시원하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숙소에서 공항으로 내려오는 길에 아까 공항 조끼를 입은 직원들이 바글바글 했던 두 타코 노점상을 눈여겨봤었다. 멕시코에 왔으니 타코로 첫 끼니를 해야지. 그것이 내가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 스타일.


  고기가 넘치듯 들어간 까르니따 타코

두 타코 노점상이 거의 대각선 방향으로 마주 보고 있었는데 둘 다 사람들이 가득했다. 멕시코 사람들은 아침에도 타코를 먹는 가보다. 두 노점상을 비교하며 바라보고 있는데 아저씨와 눈이 마주쳤다. 자연스레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활발하게 나를 맞이해 주는 타코 아저씨에게 "이거 뭐예요, 타코예요?"라고 묻자 "타코 데 까르니따"라고 대답했다. 까르니따의 까르네(Carne)는 돼지고기를 가리키니, 어림짐작으로 돼지고기 타코인가 보다 생각했다. 하나 달라고 요청했는데, 엄청나게 큰 또르띠야 2장에 살코기를 가득 얹어주었다. 아니 이게 24페소라고? (한화 1700원선) 타코 접시를 받으며 돈을 내밀었는데 "다 먹고 계산해 주세요~"라며 돈을 거절하셨다.

멕시코에서 먹은 첫 타코

 항상 모양 잡힌 타코만 먹다가 이렇게 또르띠야에 고기 가득 얹어 펼쳐진 형태로 받은 건 처음이라 접시만 든 채 어정쩡하게 서있자 아저씨가 여기에 앞에 높인 4가지 종류 살사를 하나씩 설명하며 "이건 엄청 매운 거" "이건 살사 베르데" "그리 맵지 않은 거" 등으로 알려주었다. 특히 하바네로 고추가 들어가서 매우 맵다고 한 걸 계속 강조했는데, 이는 곧 나의 맵부심을 자극했다. 일단 살사 맛을 조금씩 다 맛본 후 매운맛 살사를 다시 잔뜩 끼얹었다. 또르띠야가 왜 2개가 깔려있지? 궁금했는데, 내용물이 너무 많으면 또르띠야가 찢어질 수 있기 때문에 보통 이렇게 또르띠야를 2장 깐다고 한다.


 타코 하나 먹는데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우선 간이용 스툴 의자에 앉아 접시를 왼손으로 들고 오른손으로 타코를 집어 고개를 왼쪽으로 꺾어 타코를 먹어야 한다. 이때 타코를 잘못 들면 손에 살사 소스가 줄줄 흐르는 불상사를 겪게 된다. 이미 각도 조절을 못해 손엔 살사가 잔뜩 묻었고, 난 휴지로 손을 반복적으로 닦아 가며 타코를 먹어야 했다.

함께 타코 먹은 사람들

맛만 보자면, 또르띠야가 살짝 아쉬운 가성비 쩌는 타코라고 할까? 아무래도 또르띠야가 보통 타코에 비해 큰 걸 쓰다 보니 밀가루 향이 조금 나는 편인데 그 때문에 풍부한 고기맛을 즐기는데 살짝 방해된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가지 살사 맛이 생각보다 짜지 않고 맛있어서 이 작은 단점을 모두 보완한다. 무엇보다 2천 원도 안 되는 가격에 이렇게 살코기가 가득 든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혜자가 아닌가. 이거 하나만 먹어도 한 끼 필요 단백질 섭취는 충분히 하겠는데? 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의외로 식단 관리할 때 좋을 수도?





 오븐구이 통닭 타코

멕시코 시티 시내로 들어왔다. 에어비앤비는 멕시코 시티의 유명 관광지이자 현지인들이 주말마다 즐겨 찾는 나들이 장소로도 알려진 차풀테펙(El castillo de Chapultepec) 성 근처에 있었다. 아파트 찾느라 잠시 걷는데 한 가게 앞에서 현지인들이 엄청 줄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주황색 간판을 한 이곳 내부에는 수십 마리의 통닭이 오븐에서 노릇노릇 돌아가고 있었다. 가게 이름도 pollos rey (굳이 번역하자면 치킨의 왕?) 일단 체크인하고 여기 다시 돌아와서 점심을 먹어야지 결심했다.

지나가다가 목격한 맛집 포스

아파트 체크인하고 돌아오니 그새 줄은 더 길어졌다. 메뉴를 보는데 이곳은 타코가 메인이라기 보단, 저 오븐구이 통닭과 또르띠야, 기타 여러 사이드 디쉬 구성 등으로 여러 세트 메뉴가 구성되어 있다. 가게 한편에 마련된 바 테이블에서 사람들이 각자 앉아 타코처럼 이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여 그것으로 추측되는 메뉴를 주문했다.


닭을 오리지널 오븐 구이로 할지, 양념된 오븐 구이로 할지 선택하고 부위는 다리 혹은 닭가슴살 중 선택할 수 있다. 난 보통 치킨 먹을 때 다리를 잘 안 먹고 흔히 말하는 살 많은 닭가슴살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닭가슴살을 선택했는데, 내 주변 사람들을 보니 다 다리를 열심히 뜯어먹고 있었다.

처음 본 순간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할지 난감했던 닭고기 타코

이번에도 역시 순식간에 내가 주문한 게 나왔는데 받고 보니 이건 내 첫 타코보다 더 어떻게 먹어야 할지 난감했다. 말 그대로 닭가슴살 덩어리와 여러 또르띠야, 구운 양파가 나왔다. 고기가 찢어지거나 잘려 있어 바로 또르띠야에 싸 먹을 수 있는 형태가 아니라, 덩어리여서 이걸 손으로 하나씩 다 뜯어서 또르띠야에 올려 먹는 건가 대략 난감했다. 손을 씻을 수 있는 곳도 없고, 하필 물티슈를 가져오지 않아서 손을 비비는 행동을 보이자 직원이 '손 세정제'를 내밀었다.


옆 사람들을 흘깃 쳐다보니 손으로 고기를 뜯어서 혹은, 또르띠야의 일부를 찢어서 고기를 뜯어내는 방법으로 먹고 있다. 이건 그냥 치킨을 시켰는데 또르띠야가 나온 격인데? 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 경험하면서 알게 됐지만 멕시코에선 그냥 '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을 시키면 타코가 메인인 요리가 아님에도 또르띠야가 서브로 따라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그것이 돈가스 같은 튀긴 고기일지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국물이나 남은 양념에 무조건 밥 말아먹거나 볶아 먹는 것처럼, 멕시코에선 어떠한 고기 음식이 나와도 또르띠야로 싸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타코인 것이다. 이 오븐구이 통닭 타코(?)도 타코가 메인인 것이 아니라, 통닭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의 일환으로 또르띠야를 제공해 타코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 쌈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이파리건, 무엇을 넣건 이것저것 원하는 것을 집어넣고 싸 먹을 수 있으면 그게 쌈이지. 차이라고 하면 쌈은 한 입에 먹는 거고, 타코는 여러 입 걸쳐서 먹는다는 것. 먹는 데 정해진 룰은 없다. 취향껏 이것저것 넣어, 안 흘리고 한 입 베어 먹을 수 있다면 그거야 말로 타코. 흔히 타코가 멕시코 사람들의 인생(la vida)에 비유하는 대상으로 쓰이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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