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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Jun 09. 2023

세계 1위 콜라 섭취국 멕시코에서 콜라를 끊은 이유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 콜라에 중독된 마을 


미국 콜라보다 더 맛있다는 멕시코 콜라  

멕시코에 와서 놀란 것은 사람들의 어마어마한 콜라 섭취량이었다. 미국을 제치고 전 세계 1위 콜라 섭취를 자랑한다. 멕시코의 코카콜라는 미국 본사의 코카콜라보다 훨씬 맛있다는 이야기도 기정사실화가 됐다. 코카콜라 매니아들은 멕시코 코카콜라가 미국 코카콜라보다 더 자연스러운(Natural)한 맛을 낸다고 한다. 이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은 1980년 대 미국 본사에서 기존 콜라 레시피의 사탕수수 대신 액상 과당을 넣는 것으로 바꿨지만 멕시코는 그대로 사탕수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콜라 전문가가 아니라서, 멕시코 콜라와 내가 한국에서 먹은 콜라의 디테일한 차이점은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콜라가 매우 저렴하다. 한국에서 500ml 콜라 편의점에서 사려면 1500~1700원은 했던 거 같은데 여기 편의점에선 펩시나 코카콜라나 정체불명 브랜드의 콜라 브랜드까지 포함해 다양한 사이즈가 있는데 최소 400원으로도 콜라를 구매할 수 있다. (물론 500ml 코카콜라나 펩시는 1200원 내외) 

멕시코 코카콜라 

대형 마트의 3L 이상의 콜라부터 타코나 각종 길거리 음식을 먹을 때 콜라에 빨대 꽂아 마시는 현지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과 콜라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거나, 종종 할인 이벤트가 들어가면 콜라가 물보다 저렴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마트에 가면 물이 콜라보단 조금 저렴한 편이지만 멕시코에선 일반 물보단 콜라나 설탕과 과일향이 들어간 소다 음료를 정말 많이 마신다) 


나는 한국에서도 콜라를 그리 즐겨마시는 편은 아닌데, 멕시코의 강렬한 햇빛 아래 걷다 보면 물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갈증이 생긴다. 처음엔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 위주로 사 먹다가 나중엔 그냥 콜라를 마시게 됐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이틀에 한번 꼴은 콜라 500ml 병을 비우고 있었다. 


코카콜라 때문에 물 부족에 시달리는 마을 

현재 한 달째 살고 있는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San Cristobal de las casas)는 멕시코 어느 지역보다 "물 퀄리티"에 대한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는 곳이다. 오죽하면 다른 곳에선 문제가 없었어도 이곳에선 양치할 때 생수를 이용해할 것을 대부분 사람들에게 권장할 정도다. 


인도나 다른 여행지에서 길거리 음식 먹으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물갈이 그 이상의 복통을 나도 여기 와서 처음 겪었다. 대부분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최소 1주일은 복통부터 설사, 두통에 시달린 이후엔 양치질은 무조건 생수로, 야채나 쌀을 씻을 때도 물로만 충분하지 않아 약품을 쓴다.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의 물 퀄리티 문제는 물 정화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식수나 우리가 쓸 수 있는 물로 정화할 때 유해한 미생물 박테리아 균을 필터링을 해줘야 하는데 그에 대한 시스템과 시설 부족 등으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유해 박테리아 균에 노출된 상태이다. 살모넬라부터 각종 기생충 감염이 잦아, 현지인들도 주기적으로 기생충 약을 섭취하고 최근 숙소에 머무르는 한 친구도 살모넬라 감염 진단 판정받아 일주일째 항생제를 먹고 있는 상태이다. 


가뜩이나 물 정화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 문제가 되는데 만성 물 부족까지 겪고 있다. 이곳은 고도가 높은 지역으로 주변에 폭포나 강 등이 많은데 왜 물 부족을 겪는다는 걸까? 그 배후에는 코카콜라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산 크리스토 발의 중요 식수 공급원은 Huitepec 산인데 이곳에 코카콜라 병입 공장이 자리 잡고 있다. 코카콜라는 오래전 정부와 계약을 통해 하루 1,150,065리터 물을 추출해 사용한다. 코카콜라가 정부에 지급하는 돈은 1000리터 당 10센트. 이 말도 안 되는 계약 때문에 고산 지대에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의 우물은 이미 마른 지 오래고, 주민들은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멕시코 전 대통령이자 Femsa 전 CEO였던 빈세떼 폭스 

이는 정부 부패와도 관련이 없잖아 있는데, 이곳 코카콜라 병입 공장 소유주는 멕시코 식음료 기업 Femsa이다. 이들은 멕시코뿐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전역 콜라 유통 판매권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이다. 이 기업의 전 CEO인 Vincete Fox는 2000년~2006년도 멕시코 대통령을 역임했다. 전 멕시코 대통령의 이력이 코카콜라 유통 회사 CEO라니. 정부가 Femsa에게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물 사용 허가권을 준 것도 그제야 이해가 간다. 


비극적인 것은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가 위치한 치아파스 주는 멕시코 전역에서 가장 가난한 주란 사실이다. 코카콜라가 물을 뽑아 쓰고 부족한 정화 시설로 마실 물이 없는 주민들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코카콜라를 사 마신다. 전 세계에서 1위 콜라 섭취율을 보이고 있는 멕시코에서도 치아파스의 코카콜라 섭취율은 그중에서도 1위이다. 


통계에 의하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하루 평균 2리터의 소다 음료를 마신다. 어딜 가나 콜라나 소다음료는 쉽게 구할 수 있고 물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13년에서 2016년 사이 이곳 치아파스 주,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무려 30%나 올랐으며 심장 마비 다음으로 높은 사망 원인이라고 한다. 코카콜라로 인해 마실 물이 고갈된 주민들이 어쩔 수 없이 콜라에 의존하게 되는 지독한 악순환인 셈이다. 뿐만 아니다. 콜라 공장이 산 크리스토발의 경제를 일부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 악순환을 끊는 게 더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약 400명이 넘는 이곳 주민 사람들이 콜라 공장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하다못해 코카콜라 교회가 있다고? 

일명 코카콜라 교회라고 불리는 산 후안 성당 

이곳 옆 마을 차물라(Chamula)는 차 타고 약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작은 마을이지만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다름 아닌 코카콜라 교회(Coca-cola Church)란 별명을 가진 Iglesia de San Juan 이란 교회 때문이다. 대체 코카콜라 교회가 뭐길래. 사람들이 이곳을 한 줄로 정의하면 아래와 같다. 


코카콜라를 성스러운 음료로 바치고, 닭모가지를 비틀어 제물로 바치는 곳 


멕시코에서 마야인(local Tzotzil) 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마을 중 하나인 이곳 마을 중심에 세워져 있는 교회 내에서 마야 의식과 가톨릭을 복합으로 얽힌 기묘한 의식이 거행된다. 교회에 입장할 땐 30페소(2000원 정도) 입장료를 내야 한다. 


교회 내부에선 촬영이 일체 금지된다. 사진을 찍히면 영혼이 빠져나간다던가, 의식을 방해한다는 등의 굳건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부 사진을 찍을 경우 4000페소 (약 30만 원) 벌금을 내야 한다. 나는 5명의 친구와 함께 방문해 교회 앞에서 티켓을 받는 아저씨 가이드 투어 (300페소 21000원)를 신청해서 내부 이야기를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차물라 교회 내부로 들어가면 펼쳐지는 풍경 (출처 - 핀터레스트)

우선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그 어느 교회에서 볼 수 없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바닥에는 소나무 잎들이 카펫처럼 깔려 있고, 여러 무리의 사람들은 빨강, 노랑, 파랑, 초록, 흰색 등 형형색색의 수백 개 수천 개의 양초를 바닥에 꽂아 불을 피우고 앉아 있다. 양초의 색깔마다 "감사"부터 다양한 의미가 있는데, 양초가 다 타고 바닥에 닿을 때까지 사람들은 그곳에 둘러앉아 있다. 


닭을 어루만지다가 이윽고, 목을 비틀어 신에게 바친다. 난생처음으로 내 눈앞에서 닭 목을 비틀어 잡는 장면을 봤는데, 약간은 충격적이었다.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닭을 잡을 때 피를 흘리지 않기 때문에 '닭'을 희생양이라고 말하지 않고 '신에게 바치는 선물, 제물' 같은 개념이라고 한다. 

페인어가 아닌, 이곳의 언어인 Tzotzil로 의식은 무리별로 거행된다. 주술 같기도 하고 중얼중얼거림이 끝나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양초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마시는데 콜라다. 어린아이부터 어른들까지 컵에 콜라를 따라 마시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탄산음료는 아픔을 치료하는 기능이 있다고 믿는다. 이들이 콜라를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사용했을 리는 없다. 원래는 포시(Pox)라고 불리는 마야 전통 술이 있다. 도수는 약 50~60도 사이로 꽤 높은 술인데, 콜라가 이 포시의 자리를 대체한 것이다. 우리가 보기엔 이상해 보일지라도 이들에겐 콜라나 포시를 마신 후 나오는 트림을 통해 내면의 불결한 영혼이 빠져나간다고 믿는다. 

차물라 마을 전경 

이들이 콜라를 의식에 사용하게 된 배후엔 역시 코카콜라가 배후에 있다. 1960년대, 코카콜라와 펩시는 이곳에 탄산음료를 소개하며 이 토속 신앙에 포함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한다. 수십 년간 이들 회사는 커다란 광고판에 토착 언어로 된 광고를 올리고, 심지어 원주민들이 있는 양털 옷을 입은 모델 사진까지 내 걸정도로 열성적이었다. 이 악독한 마케팅으로 인해 차물라 사람들은 콜라를 의식에 사용하기 시작하며 이 교회는 코카콜라 교회라는 기묘한 별명까지 얻게 됐다. 


표면적으로 보면 마치 "미개한 사람들이 콜라를 신성한 음료로 받아들이며 제사에 올리는 꼴"이라며 부시맨-콜라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이 콜라에 중독되고 의식에 활용하기까지엔 결국 대기업의 농간이 있다는 점은 다소 충격적이며 슬프다. 


이 모든 사실을 접하면서, 난 최소한 멕시코에선 콜라를 마시지 않기로 결심했다. 






<참고> 

1.En una ciudad con poca agua, la Coca-Cola y la diabetes se multiplican, Por Oscar Lopez y Andrew Jacobs, The New york times 

2.Coca-Cola Sucks Wells Dry in Chiapas, Forcing Residents to Buy Water, By Martha Pskowski , truthout

3.Mexican Students Choose Sugary Drinks Over Contaminated Water,Marissa Revilla,global press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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