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문득 떠오른 궁금증 - 토스(Toss)
근처에 토스를 켠 사람이 있어요
토스는 그동안 앞서 나가는 마케팅 선두주자였다. 보수적인 금융업계에서 토스는 사람의 언어로 직관적이고 간편하게 돈을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들 카카오페이를 선호할 때 나는 꿋꿋이 토스를 사용했다. 지금 해외 여행하면서도 메인 계좌로 여행용 계좌로 실시간 송금하는 것도 여전히 토스를 통해 진행한다. 다른 뱅킹앱은 무거워서 해외의 느린 인터넷 환경에서 자주 다운되거나 접속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토스는 앱 자체가 가벼워서 해외 사용에 무리가 없다.
사실 난 토스의 송금 기능 말곤 다른 기능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짠테크를 위해, 누군가는 주식을 위해 토스를 이용한다고 하지만, 나는 토스 본연의 기능만 충실히 사용했다. 올해부터였던가. 언젠가부터 토스의 알림이 매일 오기 시작했는데 다름 아닌 "근처에 토스를 켠 사람이 있어요!"라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누군가가 토스를 켜면 한 사람당 10원 포인트를 받을 수 있는 개념인데 이 짠테크를 위해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가서 토스 켜서 포인트를 획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뉴스를 어렴풋이 읽은 거 같다.
블루투스 신호를 통해 주위에 함께 토스를 켠 사람이 있을 경우 이를 감지해 앱 푸시 형태로 알림을 제공하는 원리이다. 한국에선 워낙 토스 이용자가 많다 보니 지하철이나 이동을 하면서 틈틈이 이 알림이 뜨더라도 그냥 누군가가 토스를 열었나 보다 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 알림을 보냄으로써 사용자들이 토스 앱을 열어보게 해 일간 활성자수(DAU), 월간 활성자수(MAU)를 늘리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여기 엘살바도르, 니카라과인데 주변에서 토스를 켰다고요?
문제는 중남미 배낭여행을 위해 낯선 땅에 왔음에도 토스는 매일매일 꼬박 이 알림을 보냈다는 것이다. 심지어 멕시코 일부 작은 도시에 살거나 숙소에 머무를 때 해당 마을에 있는 한국 사람은 나 밖에 없는데도 토스는 "근처에 토스를 켠 사람이 있어요"라는 메시지를 매일매일 꼬박 보내왔다. 그것도 동일 시간대가 아닌 각각 다른 시간대에 보내 내 주변에 토스를 켠 사람이 정말 있나?라고 의구심이 들 정도로. 하지만, 정말 말도 안 되는 장소(한국인은커녕, 주변에 외국인이 별로 없는 마을에서도) "근처에 토스를 켠 사람이 있어요"란 메시지를 받으면서 결국 이 메시지는 실제로 토스를 켠 사람이 있기 때문에 보내는 메시지가 아니란 걸 대강 눈치채기 시작했다.
심지어 멕시코를 넘어 벨리즈, 엘 살바도르, 니카라과 등을 여행하는 지금도 여전히 토스에서 해당 알림이 온다. 확언하긴 어렵지만, 나의 가설은 1) 실제로 토스를 켜는 사람이 있어도 작동하되, 2) 주변에 토스를 켜는 사람이 없어도 랜덤 시간대로 알림이 발송되게끔 설정된 게 아닐까라는 것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클릭하니, 주변 레이더망에 박*진 이란 사람이 켰다는 화면이 나온다. 지금 머무르고 있는 니카라과 이 동네엔 한국 사람이 나 밖에 없는데? 그걸 클릭하니 10원이 적립됐다. 정말 내 주변에 박*진이란 사람이 있었던 걸까. 이 이름조차 랜덤으로 생성하게끔 설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모든 것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 나의 추측이다.
실제로 토스를 주변에서 켜는 사람이 없어도 "토스를 켰다고" 알림을 보내는 것엔 문제가 없는 걸까? 우린 흔히 광고나 마케팅 문구를 작성할 때 최대한 오해의 소지가 없게끔, 직관적으로 작성한다. 만약 해당 문구가 사실이 아니라면 이는 허위 광고에 해당하는 게 아닐까? 물론 토스의 경우 해당 문구로 인해 사용자의 금전적 손해를 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10원이라도 이득을 준다는 점에서 다소 판단이 모호하다. 하지만 사용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라면 이 역시 올바르게 정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별 대수롭지 않은 문제이지만, 2900m가 넘는 활화산 베이스캠프에서도 "주변에 토스를 켠 사람이 있어요"란 앱 알림은 조금 많이 가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