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생활, 과테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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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msk-y/136
살면서 경험한 최악의 아마존 고객경험 CX
채팅 상담으로 연결된 상담원 총 8명
이메일 상담으로 연결된 상담원 총 12명
전화 상담으로 연결된 agent 총 9명
최초 고객센터 사고 접수일 : 7월 25일
총 통화 시간 : 2시간 30분
최장 통화 시간: 1시간 7분
여전히 케이스 진행 중
원래 미국의 고객서비스 경험은 그리 썩 훌륭하지 않다는 사실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친절한 멘트, 내용 접수하자마자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한국 고객서비스와 달리 미국은 고객 서비스 센터 연락처마저 꼭꼭 숨겨져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고객 서비스 연락하기 전에 최대한 FAQ나 충분히 검색을 해보고 연락하라는 의도이다. "모든 것은 FAQ에 대부분 다 있다"라는 마인드로 FAQ를 최대한 디테일하게 만드는 게 미국의 문화이다.
아마존의 경우, 홈페이지에 들어가자마자 메인 탭에 'Customer Service'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컨택이 쉽다. 직접 경험하기 전까진 아마존 CS 서비스가 상당히 쿨하고 훌륭하다란 소문을 많이 겪어 왔기 때문에 내 문제 역시 빠르게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다.
(이번 사건 때문에 정말 미국 Reddit 사이트부터 각종 커뮤니티를 뒤져가며 얻은 결과 아마존 Customer Service 정책 관련 대대적인 개편이 올해 초에 있었다고 한다. 예전엔 묻지 마 반품, 환불, 배송사고 보상 등을 손쉽게 진행했다면 최근엔 까다로워졌다고 한다)
매번 새롭게 연결되는 상담원, 내용 무한 반복
아마존 Customer Service의 경우 1) 전화 수신 2) 실시간 24시간 채팅 상담으로 진행된다. 전화 수신은 내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아마존에서 콜백 하는 시스템인데 해외에 있지만, 내 과테말라 심카드론 미국 발신 전화를 받지 못한다. 따라서 자연스레 최초 상담은 24시간 채팅 상담으로 진행됐다.
다소 침착하고 최대한 공손하게, "택배를 받았는데, 아이폰이 빠진 박스가 왔다"라는 내용 등과 정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이 상담원은 "반품 신청하고 택배를 아마존에게 보내라"라고 안내했다. 택배 비용의 일부는 아마존이 커버한다는 말과 함께. 일단 상담을 끝내고 시키는 대로 반품 신청을 했는데, 알림 창에 "택배비는 직접 부담해야 하며 20달러까진 아마존이 커버해 준다"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문제는 나는 과테말라이고, 아마존에서 배송받을 때 지불한 배송비용만 60달러 내외이다. 내가 보낸다고 하면, 최소 60달러 그 이상이 들 게 뻔하다. 실제로 과테말라 배송 관련 회사에 견적을 내보니 최소 100달러 가까이한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아이폰이 없는 빈 박스이지 않는가. 다시 한번 채팅 상담 연결했다. 이번엔 또 다른 상담원이 연결되었는데 앞의 내용과 연결되는 상담임에도, 다시 한번 나에게 내용을 설명해 달라고 했다.
이번엔 이 상담원이 "이건 도난 케이스로 경찰에 가서 리포트를 작성해야 한다. 작성하고 이메일을 보내라"라고 안내를 했다. 똑같이 말을 했는데 왜 상담원마다 응대 조치가 다른 걸까. 일단 어쩔 수 없으니 그러겠노라고 하고 다음날 경찰서와 정부 기관까지 가서 진술서 및 폴리스 리포트를 작성했다.
폴리스 리포트는 해당 상담원이 보낸 이메일에 답변을 보내는 방식으로 전송한다. 보내고 나서 이틀이 지나도 답변이 없길래 (분명 6시간 이내 답변해 준다고 자동 알림을 받았음에도) 다시 한번 채팅 상담을 요청했다. 해당 상담원은 자신에게 폴리스 리포트가 보이지 않는다며, 다시 한번 폴리스 리포트를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한 3~4번 요청한 메일로 보냈는데 갑자기 해당 상담원은 리포트 확인이 안 된다고 재차 말하더니 상담 중에 나가버렸다.
폴리스 리포트까지 보냈다면 최소 담당자가 배정되어 이걸 전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아마존에선 그 누구도 내 케이스를 전담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채팅이나 이메일이나 전화 연락할 때 그걸 받은 사람이 답변을 하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이메일을 '답장'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과정에도 매번 담당자가 바뀌었다. 'Hi, this is K_____," "Hi, this is B______" 내 사건은 정상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점점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한 상담원은 폴리스 리포트를 열었는데 스페인어로 되어 있으니 당황하며 "스페인어 부서로 연결해 주겠다"라며 나를 다시 연결했다. 스페인어 부서로 연결했는데 거기선 전화를 통해 인증받으라며 자신은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며 또다시 상담 중에 나가버렸다. (정말 황당했던 순간)
너무 답답한 마음에 미국 레딧 및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및 소비자 사례 등을 조사했다.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사람이 많았는데 아마존에서 폴리스 리포트 제출해래서 다 했는데 그 이후 감감무소식이었다는 점, 전화 수십통하고 상사(Superviser)와 가까스로 연결해 해결했다는 사람들, 매번 전화나 이메일, 채팅 등을 통해 1일, 2일, 3일 기다리라 하며 서로에게 미루다가 영원히 해결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 등 다양했다. 대부분 글마다 달린 댓글 중 공통적인 조언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아마존 제프 베조스 이메일을 CC 해서 보내라는 것이었다.
제프 베조스 이메일을 CC 해서 보내라고?
아마존 제프 베조스는 이메일을 대외에 공개한 상태다. (jeff@amazon.com) 물론 언론에선 대부분 메일을 확인한다고 하지만, 그냥 마케팅 용일 가능성이 많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일 그가 이런 사사로운 고객 클레임 메일을 확인하겠는가. 게다가 그는 2021년 이후로 CEO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미국 커뮤니티에선 마치 아마존 고객센터에게 폴리스 리포트 제출한 후, 고객 상담 진척이 없는 경우 제프 베조스 이메일을 참조해서 보내라는 그런 개똥 같은 조언이 떠돌고 있었다.
근데 이 개똥 같은 조언도, 정말 절박해지고 더 이상 노답이다 싶을 땐 마치 지푸라기처럼 잡기 마련이었다. 결국 나는 내 메일에 대한 답변이 3일이 넘게 오지 않자 (아마존에선 보통 6시간~24시간 이내 답변을 원칙으로 한다) 사실 관계 확인 및 그동안의 내용 등을 자세하게 서술하고 답변을 기다린다는 내용을 제프 베조스 참조해서 고객센터에 보냈다.
하지만 다음날 내가 받은 답변은 "정보 부족으로 환불이나 대체품을 보내줄 수 없다"라는 6줄도 안 되는 짧은 단문 메일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 부족이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아마존 전화상담
내가 항변하는 이메일을 한번 더 보내자 다음날 메일 답변이 짧게 왔는데 이번엔 아마존에 전화해 달라는 1줄 답변이 왔다. 그리고 메일에 포함된 해당 링크를 클릭하니 직통 번호도 아니고, 그저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다시 콜백 하는 그 아마존 기존 고객센터 링크였다.
전화를 통해 해당 사건을 Verificate 해야 한다라길래 난 정말 전화만 거치면 되는 줄 알았다. 문제는 로밍 요금만 초당 250원이 과금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 로밍 요금이 분당에서 초당으로 바뀌었던 걸까. 처음 분당으로 알고 전화를 했는데 8분 정도, 심지어 담당자 연결이 되지 않아 결국 나중에 전화해 달라는 메시지를 받고 끊은 게 8분이었는데 2만 원 가까이 과금되어 있었다.
결국 다음 아마존 연결은 스카이프를 통해 시도했다. 첫 번째 통화는 20분, 두 번째 통화는 40분, 세 번째 통화는 30분, 오늘 한 4번째 통화는 1시간 7분이 넘었다.
매번 전화할 때마다 프로세스는 같았다. 모든 상담원들은 내 이전 상담 이력을 알지 못한 채 전화를 받았고 나에게 다시 한번 상황을 설명하기를 요구했다. 그리고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며 다른 부서로 계속 삥삥 돌리다가 마지막 담당부서에선 전화 연결이 10분 넘게 되지 않자 담당자가 이메일을 통해 연락할 건데 3일을 기다려달라고 나에게 요청했다. 그 말을 믿었다.
3일 (평일)이 지나도 아무런 메일이 오지 않는다. (아마존에선 절대 먼저 주도적으로 메일을 보내지 않는다) 다시 한번 전화를 하자 이번에도 또 다른 상담원이 받았다. 다시 한번 내용을 설명하고, 정중하게 슈퍼 바이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싶다 요청했다. 그는 우선 자기가 해결해 줄 수 있는지 보겠다고 하고 내 케이스 이력을 확인하는 시간을 요청했다.
추후 계속 이런 식이었다.
상담원 : 폴리스 리포트 넘버를 알려달라
나 : 첨부한 파일에도 있지만 XXX-XXXX이다.
상담원 : 그건 폴리스 리포트 넘버 규격과 일치하지 않는다
나 : 혹시 과테말라가 발생지역인 건 알고 있느냐. 아마존이 과테말라까지 우선 배송으로 진행했고, 이 사건은 과테말라에서 발생했다. 과테말라 폴리스 리포트 넘버 규격과 미국 넘버 규격이 다를 텐데 그걸 말하는 것이냐
상담원 : 그럼 폴리스 리포트 열람할 수 있는 링크나 접수한 이메일을 알려달라
나: 과테말라에선 온라인을 통해 사건 리포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이메일 주소 역시 없으며, 내가 직접 경찰서와 정부 관할 부서에 방문해서 종이 파일로 받은 것이다.
상담원 : 그럼 전화번호를 알려달라
나 : 폴리스 리포트 내에도 있지만 XXXX-XXXX이다.
상담원 : 내가 스페인어를 못하니 해당 부서로 돌리겠다
나 :.....
해당 부서로 연결된 이후에도 똑같은 방식이었다. 난 사건을 다시 한번 설명해야 했고 위의 내용을 다시 반복해야 했으며, 해당 상담원은 "경찰서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라며 해당 리포트를 인증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알아서 연결한 후 3일 이내로 이메일로 답변을 주겠다고 또다시 같은 답변으로 나에게 응수. 속는 셈 치고, 정말 3일을 다시 한번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리고 1주일 후, 여전히 이메일이 오지 않았으므로 나는 다시 한번 전화를 했다. 위의 과정과 대화를 또 반복하고, 이번에도 나와 연결되어 있는 와중에 기다려달라며, 현지 경찰서와 정부 부서에 전화 연결을 시도하지만 아무도 연결되지 않는다고 나에게 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엔 50일을 기다려달라. 50일 이내로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이메일로" 답변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번엔 정말 폭발해 버렸다.
"여태까지 1일 기다려 달라, 3일 기다려 달라, 또 3일 기다려달라 이메일로 답변해 주겠다고 했는데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이거 그냥 시간 끄는 거냐. 아니면 그냥 고객이 알아서 지칠 때까지 돌리는 프로토콜인 거냐"
"우리도 도와주고 싶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다. 50일을 기다려달라"
"내가 대체 더 이상 어떻게 아마존을 신뢰할 수 있느냐. 여태까지 매번 메일 기다려달라. 먼저 갈 거다라고 했지만 한 번도 아마존에게서 먼저 주도적으로 메일을 받은 적이 없다. 내가 전화를 해야만 그때서야 현지 연결 해보겠다 시도하지 않느냐. 이번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그럼 다음 부서로 이관하겠다. 1~2 영업일이내로 다음 부서에서 메일을 줄 것이다"
정말 몇 번 소관 부서를 바꿨는지 모르겠다. 다음 부서명이 뭐냐고 묻자 "Executive customer relation team"이라고 한다. 아니, 이 부서 직원과는 이메일을 통해서 이미 상담을 했는데, 지금 다시 이 부서로 이관한다고? 이 부서와 도저히 상담 진척이 없어서 전화를 했는데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아마존 CS의 고질적인 문제점
살면서 이렇게 CS로 2주 동안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 여전히 문제는 진행 중이며, 2주 동안 아마존과의 상담을 진행해 본 결과, 내가 느낀 아마존 CS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1) 직원마다 프로토콜이 다르다. 똑같은 케이스를 설명해도 누군가는 이렇게, 또 다른 누군가는 저렇게 안내한다.
2) 케이스가 심화된 경우(Escalate)에도 그 누구도 케이스를 전담하지 않고 매번 상담원이 바뀐다. 매번 사건 설명을 새롭게 해야 하고 그 상담원은 처음부터 내 상담 이력부터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무한루프이다.
3) 이메일 소통이 꽉 막혀 있다. 이메일로는 정말 1줄~5줄 성의 없는 답변이 다다. 심지어 "왜?"란 이유조차 설명해주지 않는다.
4) 지극히 미국 기준 사고방식이다. 국제 배송을 지원했다면 해당 국가의 시스템과 규정이 다르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럼에도 미국 기준으로 폴리스 케이스 넘버가 맞지 않다며 유효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5) 전화 연결할 때마다 정말 쓸모없는 AI가 먼저 전화를 받는다. 사람에게 말한다 생각하고 자신에게 말하라고 하는데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한다. 이것 때문에 최소 3분 이상 깎아 먹는다.
그동안 아마존 CS로 긍정적인 경험을 받은 분들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아마존 택배를 받았는데 아이폰 알맹이만 빠진 경우 문제 해결하기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했다.
고객 입장에선, 내가 이 아이폰을 받아놓고 받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다행히 나는 언박싱할 때 주변 사람이 4명 있었고 영상까지 촬영한 상태다) 그럼에도 아마존은 그런 영상따윈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고 애초에 받는 것조차 거부했다. 그냥 내가 해야 할 것은 폴리스 리포트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 문제는 그 누구도 이 사건을 자세히 조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당연히,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아마존이 배송사인 DHL을 통해 사건을 조사라도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내 폴리스 리포트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는데 2주일 시간을 소요했고 (아니 그냥 시도도 하지 않았다. 내가 전화할 때만 해당 경찰서에 전화해 볼 뿐) 여전히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으니 당장 도와줄 수 없다는 답변만 줄 뿐이다.
결국 나는 이렇게 아이폰을 2번 도난당하는 걸로 끝나는 걸까. 그동안 아마존과 논쟁한 시간과 노력이 그저 아까울 뿐이다. 무한루프 상담의 늪에 빠져 받은 2주간의 스트레스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지불한 아이폰 가격인 1000불은 그냥 훌쩍 넘지 않을까. 다시 한번 한국 고객 상담의 퀄리티가 얼마나 좋은지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