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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Aug 06. 2024

중국에서 5kg 찌게 만든 길거리 음식

지엔삥 (煎饼)

2018년, 중국 베이징 어학연수를 떠나기 전에 한국에서부터 유독 먹고 싶었던 음식이 있었다. 지엔삥(煎饼)으로, 보통 한국 사람들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일 수도 있는데, 중국어 교재 및 영상에 종종 등장한 탓에 "대체 무슨 맛일까?" 상상하며 입맛 다시곤 했다. 지엔삥을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으면서 이미 중국어 배우는 영상을 통해 "지엔삥을 시킬 땐 계란을 하나 더 추가시킬 것" "고기 종류도 추가시킬 것" 관련 표현까지 습득했을 정도이다. 


지엔삥은 보통 길거리에서 노점 판매를 하거나, 1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당처럼 지엔삥 맛집을 중국 지도 검색해도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베이징에 도착하고 약 3일간은 "왜 지엔삥 파는 데가 없지"하고 갸웃거렸는데, 이후 학교 근처 상가 건물에서 지엔삥 파는 곳을 발견하고 자주 방문하곤 했다. 거의 하루에 1번은 꼭 지엔삥을 먹었는데, 중국 6개월 생활하면서 5kg 쪘다면, 그중 5할은 지엔삥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내 중국 식생활에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녀석이다. 


지엔삥(煎饼)이란?

지엔삥(煎饼)의 한자부터 풀어보면 '(기름에) 지지다, 굽다' 뜻을 가진 지엔(煎)과 밀가루 등으로 만든 떡 혹은 빵류를 뜻하는 삥(饼)의 결합이다. 사실 중국에선 이 삥(饼)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 빵과 떡이라고 단정 짓기보단 부침개 형태도 삥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밀가루 등 반죽을 통해 만드는 베이스 정도라 보면 될 거 같다. 한자만 보면 "부침개, 전"같은 느낌인데 맞다. 우리가 부침개를 만들 때 반죽을 얇게 펴서 만드는 것처럼 지엔삥 역시 옥수수가루(혹은 밀가루)로 만든 반죽을 판에 넓게 펴고, 그 위에 재료들을 넣어 싸서 먹는 형태이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는 무궁무진한데, 보통 계란은 기본으로 들어가지만, 먹잘알들은 계란 1개 더 추가해 총 2개를 더하라고 추천한다. 계란 1개 더 추가해도 요금은 한화로 200원~300원선이기 때문에 부담 없다. 수많은 지엔삥을 먹어봤지만 최고 인기 옵션은 계란 1개 추가다. 그 외에 기본 지엔삥 재료들은 비교적 심플한 경우가 많다. 


지엔삥은 주문 즉시 만든다. 만들면서 항상 "재료 다 넣을지" "매운맛 추가할지" 등을 묻기 때문에, 중국어를 하나도 못한다면 주문할 때 난이도가 조금 있을 수도 있다. 

기본 지엔삥 

보통 크레페처럼 얇게 펴 바른 반죽 위에 계란 1개 혹은 2개를 깨서 반죽에 골고루 입혀준다. 그리고 특별한 소스 2~3개 정도 반죽 위에 골고루 바르는데 1개는 매운맛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지엔삥을 주문하면서 주인은 항상 "매운 소스 원해?"라고 물어본다. 근데 어차피 쓰촨을 제외하곤 중국에서 매운맛 해봤자 한국 사람에겐 "매운맛?"이란 의아함이 들 정도로 매운맛이 거의 안 나기 때문에 다 추가해도 상관없다. 


소스를 다 펴 바른 후 총총 다진 파와 고수를 골고루 뿌려주고 집집마다 차이가 있지만 식감을 위해서 상추 등 채소를 넣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론 바삭한 식감을 주는 커다란 보추이(薄脆: 얇고 바삭하게 밀가루 과자)를 넣어 두 번 접어 내어 준다. 크기는 상당히 크지만 기본 지엔삥엔 생각보다 많은 재료가 들어가 있지 않아 실망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다. 조금 더 푸짐하게 먹는 사람들은 여기에 닭고기, 소시지 등을 추가한다. 이 추가재료는 집집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그때 보고 단백질류 하나씩 추가하면 된다. 



 지엔삥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쥬엔삥(卷饼)

정확하게 말하자면 난 지엔삥보다 쥬엔삥(卷饼)을 조금 더 자주 먹었다. 둘이 상당히 비슷한데 지엔삥은 마무리를 접어서 한다는 것, 쥬엔삥은 돌돌 말렸다는 한자를 쓰는 만큼 말아서 준다. 

속재료도 차이가 있는데 쥬엔삥은 보통 감자채, 얼린 두부, 채소 등이 풍부하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고기는 없어도 건강한 재료들이 잔뜩 들어가 있고 포만감이 오래가서 지엔삥과 쥬엔삥 선택지가 있다면 쥬엔삥을 먹곤 한다. 

감자채를 포함해 각종 채소, 미역(?) 같은 게 잔뜩 들어가 있는 쥬엔삥 

이번에도 상해 도착하자마자 다음날 아침 뭐 먹지! 하면서 인근 시장에서 쥬엔삥을 주로 하는 집을 찾아서 주문했다. 지엔삥이랑 만드는 방식은 상당히 비슷하지만, 두부와 감자채 등이 풍부하게 들어가 있다. 이번에도 계란 1개 더 추가하는 걸 잊지 않았다. 총 10위안, 한화로 2천 원도 되지 않는 가격인데 정말 혜자다. 크기도 엄청나게 커서 아침 일찍 이걸 먹었는데 점심시간까지 배가 꺼지지 않아 결국 점심 겸 저녁을 먹어야 했다. 


 30분 걸어가서 먹은 소문난 지엔삥 맛집 

상하이 숙소를 관광지 근처가 아닌, 현지인 아파트들이 많은 동네에 자리 잡았다. 이날도 아침 일찍 일어나, 오늘 아침은 뭐 먹지 고민하면서 바이두 지도를 뒤적거리는데, 숙소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찐 후기가 엄청나게 많은 지엔삥 집을 발견했다. 교통편도 조금 애매하지만, 그냥 아침 조깅한다는 느낌으로 30분 걷지! 하면서 도착했다. 


정말 노포 중 노포, 찐 동네 아재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내가 어리바리하게 서있으니 "지엔삥? 지단삥?"이라고 물어본다. 지엔삥뿐 아니라 계란 전(?)에 해당하는 지단삥도 함께 파는 곳이었다. 지엔삥을 주문하고 항상 그랬듯이 계란을 1개 더 추가, 요우탸오(油条중국식 꽈배기라고도 표현되는데 밀가루 튀김이다. 단 맛은 없는 편)까지 추가했다. 상하이에선 여태껏 요우탸오를 넣어 만드는 지엔삥을 판매하는 곳을 많이 못 봐서 반가운 마음에 급! 추가한 재료였다. 

심플한 재료 구성 (저 상태에서 2번 접으면 완성이다) 
고수의 손길이 느껴지는 지엔삥 

의외로 심플하게 만들었는데 계란 2개를 입혀 얇게 부친 밀가루 반죽에 특제 장 2~3개 바른 후 고수, 파를 넣고 요우탸오 넣고 끝! 너무 심플해서 살짝 실망했는데 먹는 순간 "오" 감탄이 튀어나왔다. 지엔삥도 집집마다 특제 소스가 다 달라서 이 장맛이 지엔삥의 맛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 장맛이 정말 끝내줬다. 다른 상하이 지엔삥은 항상 달짝지근함이 있었는데 여긴 중국 북부 산동지방 스타일로, 달짝지근함보단 살짝 짭조름한 감칠맛이 더 많이 나는 장이 특징이다. 여기에 푹신한 요우탸오를 함께 베어 먹는데 보기보다 잘 어울린다. 역시 탄수화물에 탄수화물은 진리인 걸까 싶을 정도로. 


관광지와는 멀찍이 떨어져 동네사람들 사이에서 유명한 지엔삥 집이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찾아와서 먹어보고 싶은 맛이랄까. 이번에 중국 2주 체류하면서 지엔삥, 쥬엔삥만 약 7회 정도 먹었는데 그중 가장 심플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고수의 지엔삥으로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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