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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Apr 18. 2019

인사하기 무서워하는 의외의 소심함

무시하는 것 아닙니다. 다만 무서워할뿐입니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참 소심했다.

유치원생때부터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때는 분명 활발하게 동네 아이들과도 잘 뛰어놀았던 것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간다는 것은,

처음으로 집이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독립된 인격체로서 사람들과 스스로 어울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그것에 너무 당황했는지,

학교에선 입만 꾹 다물고 있었다.


어떻게 친구를 사겨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전에는 그냥 어머니 친구 딸, 동네 놀이터에서 놀다가, 유치원에서 장난감 가지고 놀다보면 같이 어울리는 친구가 생겼었다. 모두 수동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익숙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처음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그 기점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입을 다물었다.



부끄러움이 많았다.

어렸을 적 부모님이 부부동반모임하면서 딸아들 데리고 가는 자리에 나도 가면

다른 딸아들들은 재롱도 곧잘 부리는데 나는 항상 아버지, 어머니 곁에 숨어있었다.

목소리도 작았고 먼저 나서서 말하는 것도 두려워했다.

그렇게 나는 천성이 참 소심하고, 부끄러워 하는 것으로 태어났다.

나같은 부류가 꽤 있을 것있을 거라고 본다.

어렸을 적 엄청 소심했는데

커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성격 너무 좋다" "참 활발하다" "B형이죠" 라는 소릴 듣는 부류.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구구단을 3단까지 못외워서 방과후까지 남아서 외워야 하는 공부못하는 학생이었다면 4학년때부터 인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재미를 보면서 성적이 올랐고 당시 한달에 한번 치르는 시험에서 성적 오르는 재미를 쏠쏠하게 봤다. 특히 발표를 한번도 주동적으로 해본적이 없던 내가,

표준전과, 동아전과에 나오는 발표예상답안을 미리 달달 외워가서 손을 들어 발표를 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틀리면 부끄러우니까 라는 소심함에 의해서 만들어진 치밀함이다)

첫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그 후로 틈틈이 나는 주동적으로 손을 들어 발표를 했다.

 

가끔 읽기/국어 시간에 책을 한단락씩 읽게 하는 날이면 나는 기뻤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전기문, 청소년 소설을 달고 살아서 책을 더듬거리지 않고 정말 잘 읽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 책읽는 목소리 정말 좋아" , "성우나 아나운서 같애"라고 동급생들에게 칭찬을 지나가는 말처럼 몇번 들은 후에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아 내 목소리가 좋은가? 그냥 안 더듬고 읽어서 그런건가? 물론 이는 커서도 장점으로 작용한다.


어찌됐건 발표도 열심히 하고 발표를 잘하기 위해 예습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성적이 올랐다. 자신감도 올랐고 성격도 많이 활발해졌던 거 같다. 심지어 전교회장 선거까지 나갔으니.

벙어리란 소릴 들어볼 정도로 하루종일 말한마디 못하던 내가 이정도면 참 드라마틱한 변화아니겠는가.


어찌됐건 그 후 나는 줄곧 활발하고 목소리 크고 적극적인 아이로 변했다.




지금의 나는,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참 좋아한다.

목소리 크고 전달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아

피칭하는 자리에서도 유독 강점으로 작용한다. 대학생때도 발표자리를 좋아해서 항상 사람들이 흥미를 일으킬수있도록 대본을 준비했고, "우리 대학교에서 발표를 제일 잘하는 친구"로 칭찬을 받아보기도 했다.


이렇게 천성을 나는 완전히 바꾼것일까.

아니다.

나는 그 누구보다 속으로 내가 여전히 소심함을 안다.

또한 누구에게 폐끼치는 것을 정말 안좋아해서 티아난게 혼자서 조사를 되게 많이 하는 편이다.

이러한 소심함은 다른 사람에게도 종종 있으니, 일단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


죽어도 안바뀌는 천성,

여전히 주동적인 것보다 수동적인 것을 선호하는 것이 원초적으로 드러날 때는 바로 인사할 때이다.

동료나 친구한테 인사할때. 만났던 사람들에게 인사할때.

나는 먼저 인사하는 것이 참 어렵다.

아예 아침 출근으로 인해 다같이 기계처럼 하는 인사는 잘한다.


근데 예를 들어

일의 중간에 누군가가 오는 경우.

특히 누군가가 다가오는 경우.

나는 먼저 인사하기가 참 어렵다.

자연스럽게 해야하는 것에 대한 강박증이 심해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인사할까)

부자연스럽게 하느니, 그냥 그 상대방이 먼저 인사를 해주기까지 기다린다.


소심함을 담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혹시 부자연스러워서, 내가 틀려서, 내가 뭔가 어긋나는 일을 해서, 삐긋나서

얻게 되는 타인의 시선 및 생각을 되게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적어도 남들 앞에서는

삐걱대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한다. 그게 설령, 인사같은 쉬운일일지라도.


그래서 오해를 종종 받는다.

왜 보고도 인사안하니,

무시하니.

등등

아니, 그건 아닌데...그냥 먼저 인사하기가 참 힘들어.

그리고 전화를 먼저하는 것도 정말 힘들다.

요즘엔 전화포비아 (문자 등으로 연락하는 것을 선호하고 전화연락을 비선호하는 현상) 현상도 있다곤 하지만,

난 정말 어렸을 때부터 전화나 문자 연락을 먼저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업무상 전화를 할 때도 최대한 미루고 전화를 할 정도로.

근데 전화 오는 것은 그래도 곧잘 받는다.


정말 인사나 전화 등 이런 기본적인 것에서

먼저 주동적이지 못한 것은

소심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근원에서 비롯된 것인지.

가끔은 참 궁금하다.


사람은 천성에서 완전히 100% 벗어날 순 없는 것 같다.  

그냥 오늘도 인사를 먼저 못하고 상대방에게 무뚝뚝하게 대했다는 것에 대해서 1023424번째 반성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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