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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Jun 07. 2019

쿨한 척하는 것은 쿨한거야 쿨하지 않은거야?

영화 <로켓맨>을 보고 문득 떠오른 잡념 - 우리는  쿨해야하나

BGM  추천 - Elton John - "Goodbye Yellow Brick Road"  

(왜냐하면 이 노래를 들으면서 일본에서 사온 과일 사케를 마시면서 이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쿨하다는 

누군가의 성격을 말하는 형용사일 수도 있고 

상황에 대해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리키는 형용사일 수도 있다. 

혹은 관계에서도 표현된다. 

외국 드라마나 미드에서 가끔 "Are we cool? (우리 괜찮은 거지?) " 은 연인에서 친구 사이로 돌아갔을 때. 혹은 헤어진 연인이 서로 그래도 우리 쿨하게 친구처럼 지내자 하고 말할 때 자주 나오는 표현이다. 옛날에 질척질척 대지 말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담은 잔인한 말이기도 하다. 

 

대개 쿨한 성격좋고 멋있는 것이고 쿨하지 못한 성격은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조금은 답답할 수도 있는 것으로 많이 여겨진다. 즉, 쿨함은 우리 사회에서 '외향성'만큼이나 미덕으로 받아들여지는 속성이다. 

예전에 "마녀사냥"이 한창 유행할 때 패널 성시경이 "고노무 쿨병, 쿨뭉둥이로 한번 때려줘야돼"라며 쿨뭉둥이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쿨해야 한다는 것에 강박관념을 가져 실제로는 쿨하지 않음에도, 쿨한 척하는 성향이 있는 것을 인정하는 그 말이 왜그렇게 속이 시원한지. 그 때 성시경의 표현력에 감탄했다. 쿨뭉둥이로 때린다니! 대박. 

나는 외향성을 가장한 천성이 내성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어떤 문제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끝이났거나 끝이 날려고 할 때 타인 앞에서 쿨한 척하며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속쓰린 채 집에 가서도 계속 생각나서 인터넷에 굳이 막 찾아보면서 미련을 못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니, 굳이 그렇게 큰 문도 아닌데 뭔가 내가 손해본 느낌이거나 특히 속임을 당한 느낌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렇게 열심히 찾아본다고 해서 이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이미 종결된 문제임에도 그냥 뭔가 억울해서 혹은 내가 맞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고 싶어서 혼자서 질척질척되는 것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런 거면 쿨한 건가? 

쿨하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타인의 관점에서 평가되는 것이기 때문에 쿨한 척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세상에 쿨한 사람 중 '진짜' 쿨한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쿨한 척 하는 사람은 대개 그 사람의 본연의 진짜 속마음을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내가 쿨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쿨한 척을 한다. 


나는 내 최측근을 제외한, 보통의 친구들과 지인들사이에서 쿨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여겨진다. 근데 알고보면 정말 사소한 것에도 속으로 집착한다. 가령, 


#1. 친구들이랑 술/밥먹고 내가 한번에 내고 N빵할때   

나는 어쩌다보니 총무를 도맡아 하게 된다. 특히 술을 먹고 난 후 계산을 할 때 계산할 금액이 생각보다 많이 나왔다. 보통은 계산서를 확인하고 이게 진짜 맞는지 한번 확인하면 되는데, 그게 괜히 사람들 앞에서 구질구질해보여서 싫은 거다. 거기에다 술도 조금 들어갔으니. 아 몰라, 일단 계산하고 생각할래. 하고 시원하게 계산 한 후 집 가는 길에 계속 생각한다. 맞는 건가?  괜히 속으로 오늘 먹었던 안주와 술을 셈해본다. 셈을 속으로 한참 해보고 "아, 맞네" 하면 그제서야 안심하고 그 생각을 놓는 것이다. 근데 만약 끝까지 뭔가 찝찝하다 싶으면 계속 생각한다. 만약 계산이 틀렸다 해도 굳이 가게에 가서 따질 용기도 없으면서 그냥 내가 손해를 봤는지 안봤는지 그것만 확인해보고 싶어서 계속 집착하는 거다. 

여기까지 쿨한 척 첫번째. 

그리고 다음날 나는 N빵한 금액을 1000원 단위로 내림해서 단톡방에 보낸다. 가령 31200원이 나왔으면 굳이 톡으로 "전체금액 얼마얼마, 나눠보니 31200원이 나왔는데 그냥 31000원씩 보내주세요" 하고 또다시 작은 쿨한 척 두번째. 


근데 그 중 한명이 거기서 또 30000원만 보낼 때가 있다. 그러면 굳이 말은 안하고 "고마워^^" 하고 끝내긴 하는데 이후에도 은근 계속 신경쓰이는거다. "하아, 천원 더 달라고 하는것도 좀 그렇고. 그냥 넘어가자" 라고 속으로 생각하는데 그러면서도 "아, 근데 괘씸하네." 하면서 소심하게 또 신경쓰는거다. 이렇게 세번째 쿨한척. 


이 상황에서만 무려 나온 것은 쿨한 척 3번이다. 

읽어보면 정말 작은 문제인데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쿨한 척을 하고 속으로는 계속 집착하는 거다. 

생각해보면 남들한테 있어보이고 싶어하는 자존심 + 쪼잔해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 때문에 계속 쿨한 척을 하는 거 같다. 


#2. 직설적으로 말해주세요. 상처 안받으니까. 

누군가가 묻는다. 

당신은 "직설적으로 말하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잘 돌려 말하시는 편이신가요" 

그럼 난 항상 대답한다. 

"저는 돌려 말하는 걸 별로 안좋아하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상대방도 직설적으로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고백하자면, 나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듣는 것은 더욱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직설적인 것을 선호한다는 그런 표현 자체가 쿨해보이기 때문에 저렇게 말할 뿐이다. 


나는 너네가 나한테 다이렉트로 훅 던져도 상처 안받으니 말하렴! 

즉,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건 간에 상처를 안받으며 그것을 '쿨하게' 수렴한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들은 말이 정말 나에게 상처를 줄 경우 상대방은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괜찮아, 오히려 너가 직설적으로 말해줘서 너무 좋은걸!" 하고 되려 상대방을 위로한다. 


그리고 속으로 계속해서 그 말을 곱씹는 거다. 

"정말 그런가. 아님 저 친구만의 생각인가. 아니 지가 뭔데. 자기도 이렇게 하면서" 


그 말을 인정도 해봤다가 부정도 해봤다가 그 말을 한 화자도 부정을 해봤다가 긍정을 해봤다가. 혼자서 그 말 한마디로 수시간, 며칠을 고민하는거다. 그러면서 시간이 흐른 후 그 친구가 그 때 말한 것에 대해서 언급이라도 하면 괜히 기억 못하는 척 하며 말한다. "응? 뭐? 아~~~~ 나 잊고있었어. 맞다맞다 너 그렇게 말했지" 


사실 난 다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굳이 상대방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뿐이다. 

또다시 쿨한척. 


 

#3. 대가를 바라고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보답없으면 사실 서운한 걸 

나는 예전에 거절 못하는 병에 걸린데다가 

누군가가 부탁한 일이 그리 나한테 득되는 게 없는데 괜히 "1시간이면 될듯? 그냥 밥 한번 사줘" 하면서 

한 6~7시간 투자해서 그것을 해결해준 적이 꽤 많다. 내 최측근 중 한명은 "넌 약간 호구 같은 기질이 있어"라고 이를 표현한다. 


근데 상대방이 내가 해준 것에 대해서 달랑 말 한마디로 "고마워~" 만 하고 끝내는 경우 

겉으로는 또다시 쿨한척 "에이 뭐 별거아냐~" 하고 넘어가지만 정말 막상 상대방이 그대로 넘어가면 괜히 서운하다. "아니 나는 지를 위해서 몇시간을 투자해서 이걸 해줬는데 커피 하나도 안사주냐" 


혼자 궁시렁 궁시렁 거리다가, 

상대방이 또 "혹시 시간 내서 이거 도와줄 수 있어? 밥 한번 살게!" 하면 또 그걸 도와주는거다. 

어찌됐건 나는 상대방에게선 "쿨한 사람"으로 남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또 미련하게 그런다. 


*물론 요즘엔 이 병이 좀 많이 고쳐졌다. 요샌 거절을 참 많이 하는걸로.* 


보통 '쿨한 척'이 많이 언급되는 노래나 문장들은 대부분 연인관계에서 많이 사용된다. 

연인관계이외에 다른 상황에선 우리는 얼마나 쿨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문득, 쿨한 척을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알고보면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고 

그것을 들키기 싫어하기 때문에 애써 하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일종의 '쿨 가면'을 쓴 채 속에서는 혼자서 열불내는 그 아이러니함. 


*

내가 오늘 갑자기 '쿨한 척'이란 주제를 꺼낸 것은 일종의 '충동'에 의해서다. 

이 글을 쓰기전에 괜히 서두에 오늘의 bgm 으로 엘튼존의 "Good bye yellow brick road"를 거론한 것에 누군가는 벌써 짐작했을 수도 있겠다.  


오늘 하루의 마무리로 심야영화 '로켓맨(Rocket man)'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과장되고 화려한 무대의상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춰온 엘튼 존의 이야기를 곱씹어 보면서 문득 생각났다. 


그와 그의 영원한 파트너 버니가 첫 성공적인 무대를 가졌을 때 

엘튼은 버니가 '헤더'라고 불리는 한 아름다운 여자와 함께 있을 거란 말에 애써 쿨한 척하며 그를 보냈다. 그리고 이후 버니와 싸울 때 "너는 우리의 첫 성공인 그 순 내가 아닌, 예쁜 여자와 유명인사와 있고 싶어 했어!"하고 그제서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만약 버니가 "나 헤더랑 오늘 밤을 보낼거야"라는 말에 엘튼존이 "우리 첫 성공적인 무대인데 너는 나를 버리는 거니" 하고 솔직히 말했다면 그 둘의 관계에 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냥 궁금해졌다. 

 상황에서 쿨한 척을 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는게 맞는 걸까.


혹자는 사회생활을 위해선 쿨한 척을 해야한다고 한다. 

나를 이렇게 갈아서라도 쿨한 척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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