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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Jul 05. 2019

아무리 바빠도 OO할 시간은 있어야돼

워라밸을 만들어가는 방법 - 나를 프로그래밍화 하기 

"되게 열심히 사시네요" 


근래 참 많이 들은 말이다. 분명 요상하다. 난 분명 한없이 게으르게 살고 있는데 타인의 시선에서 보면 되게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나보다. 심지어 나와 3개월 넘게 프로젝트를 함께 한 동료도 "와, OO씨는 어떻게 맨날 밤샘 프로젝트를 하면서 또 아침엔 그런걸하고 점심엔 또 그걸하고 저녁엔 또 운동을 가요?" 하며 맨날 신기해하더니 "내 주변에서 가장 열심히 잘 사는 사람인거 같애"하고 덧붙인다. 

나는 해외에 나가 있거나 아니면 스타트업쪽에 있었다보니 일이 많은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체력 관리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고, 그 운동을 시작하면서 사람이 일종의 규칙(?)에 의해 살게 됐다. 즉, 나에게 있어선 운동을 시작한 게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는데 큰 전환점이 되었다. 

2년반전 운동 시작전에는 나에게 삶은 그저 일이었다. (삶 = 일 ) 

당시 졸업하고 바로 스타트업계에 뛰어 들면서 1년넘게 하루 12시간은 그냥 일했다. 게다가 나는 경기권에서 서울을 출퇴근하는 사람이라 출퇴근시간만 왕복 2시간. 나의 생활은 오로지 일밖에 없었다. 초기 창업 단계니까 돈도 최저 임금만 겨우 챙겼다. (초기에 시드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었다) 

당시 평균 임금보다 현저히 낮은 그 임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돈을 계속 모을 수 있었던건 너무 바빠서 돈을 쓸 데가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 만나는 것을 유독 좋아하는 나지만 그 기간동안은 한달에 두세번 친구들을 만날까 했다. 주말엔 녹다운되서 하루종일 집에서 영화나 대여섯편 연달아 보다가 자다가 먹다가 보내는 그런 일상. 

언젠가 육체적 체력이 일의 체력과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을 아무리 자도 피곤하고, 뭔가 몸도 많이 뻐근하고 몸이 무너져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그 운동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일종의 시간표가 서서히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즉, 운동 마지막 타임에 맞추려면 최소 아홉시이전에는 체육관에 도착해야했다. 그렇다면 나는 일을 무조건 7시반전에 끝내고 퇴근을 해 아슬아슬하게 그 시간에 오는 광역 버스를 잡아야 했다. 

7시반전엔 무조건 퇴근! 이란 목표점은 살짝 느슨해졌던 내가 더욱 폭발적으로 일을 끝내게끔 만들었다. 

"7시반전에는 무조건 퇴근해서 9시에는 운동을 가야돼" 라는 일종의 프로그래밍 코드가 짜여진 거다. 마치 이 것을 지키지 못하면 안될 거 같은 그런 생각. 


그렇게 처음으로 그런 게 생겼다. 

"아무리 바빠도 운동은 해야지"


이후 점점 이런 식으로 나만의 규칙과 약속을 늘려나갔다. 

가령 아침에 출근 30분 일찍 해서 신문이나 주간지 읽기. 이 역시 2년 넘게 이어지는 습관이다. 정말 아침부터 엄청 급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 아침에 30분정도 일찍와서 신문이나 시사주간지를 읽으며 따뜻한 커피를 마신다. 예전엔 통근거리가 1시간 정도 됐을 때는 항상 그 시간에 읽었던 신문이나 시사주간지였다

지금은 사무실이 집이랑 너무 가까워져서 그 짬짬이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다. 원래 활자나 글, 정보 읽는 것을 좋아해서 이 시간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나만의 생활로 아침을 시작하기에 참 좋다. 

기분 좋은 아침을 "남의 일"이 아닌 "나의 일"로 시작해보는 것은, 주체적으로 내 삶을 살아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렇게 두번째 프로그래밍화 된, 


"아무리 바빠도 커피 내려놓고 모닝 뉴스는 읽어야지" 

언젠가 점심을 샐러드나 가벼운 걸 먹기 시작했다. 

원래 사람들이랑 밥을 같이 먹는게 아니면 나는 회사나 사무실에서 다른 사람들과 밥 같이 먹는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 점심시간을 또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고 싶은데 남들과 밥을 같이 먹다보면, 그 한시간 혹은 한시간 반이 밥과 수다 등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전 회사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점심시간에 다들 밥 같이 먹자고 권할 때 그냥 다이어트 핑계로 샐러드나 샌드위치 등 간단한 걸 사서 먹었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단축하고 그 시간에 전화영어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보통 전화영어는 진짜 귀찮다. 내가 걸어야하고 예약해야하는 것만큼. 나 역시 엥간하면 실천을 잘하는 편인데 꽤 여러번 미루게 된다. 내 친구들도 다 그렇다 하더라. 40회권 샀는데 그 중 4회권 정도 사니 기간이 만료됐다더니 하는 등. 

그래서 나는 그 점심시간에는 무조건 전화영어 혹은 전화중국어 하는 시간으로 또 하나의 규칙을 정했다. 어차피 전화영어나 중국어는 공부가 아닌, 또다른 수다 아닌가. 그래서 사실 난 수다떨려고 전화영어/중국어를 한다. 그래서 처음 나와 통화하는 쌤은 시간내에 정해진 교재/학습자료을 빨리 끝내야하는 그런 강박관념으로 내 말을 끊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나랑 자주 하던 쌤들은 이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편히 수다를 떤다.  이렇게 그냥 전화 외국어도 내 주도로 바꿔버리니 그리 큰 부담도 없어졌다. 


그렇게 형성된 세번째 코드, 


"아무리 바빠도 외국어로 수다 떠는 시간은 있어야지" 


뭔가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나를 프로그래밍화 시키는 것은, 

꽤 내가 이 삶을 주체적으로 알차게 살아간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준다. 

하지만 물론 이 프로그래밍화 역시 의욕에 넘 너무 빡빡하게, 한번에 많이 주면 실패한다. 


실제로 나 역시 한번에 4~5개 습관들을 강제 형성하려다가 오히려 녹다운된 경험이 여럿있다. 또한 어떤 건 입력했는데 바로 튕긴 것도 있고, 몇번하다가 아 못해먹겠네 포기한 것도 있다. 컴퓨터가 과부하되어도 맛탱이 가듯, 사람 역시 그렇다. 천천히 한개씩 그것이 무의식으로라도 자동으로 돌아가게끔 꾸준히 만들어주어야 곧 나의 것으로 체화되는 듯하다. 


지금의 프로그래밍 코드는 혹시나 눈치챘을 진 모르겠으나 

"아무리 바빠도 브런치 쓸 시간은 있어야지" 다. 


물론 이는 매일 하는 것은 무리고 주 3일 정도 하는걸로. 

지난 2~3주간 잠시 본인 라이프 재정비 타임을 가지느라 실천을 못했지만, 

이 프로그래밍 코드 역시 별 탈 없이 잘 돌아가기를 바란다. 


n=0 

while n<4: 

    do(n,"번째 브런치쓰기")

    n+=1 

 do("브런치 그림 마무리")


else: 

  do("자막없이 영화보다 잠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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