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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즈케이 Oct 27. 2021

피곤해 죽겠는데 운동은 하고 싶어

퇴근하면 킥복싱장으로 갑니다 

언젠가부터 서점에 가면 현대 에세이, 베스트셀러로 보이는 책들의 표지와 제목이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죽하면 누군가가 우스개 소리로 "사람이 누워 있는 일러스트 표지 책들"이라고 표현했을까. 정확히 어느 시점에서 부터 그 열풍이 불었는지 모르겠는데 내 최초 기억은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베스트셀러가 탄생한 이후 사람들의 공감을 부르는 비슷한 제목들과 사람 일러스트 표지 에세이집들이 유행처럼 탄생했다. 누가누가 그 한 줄의 제목으로 시선을 끌고 공감을 일으킬 것인가 대결이라도 하는 양.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난 타인의 에세이집을 그리 잘 보지 않는다. 책 읽는 취향은 소위 비문학에 속하는 인문학/철학/역사 서적들이라 이것들을 꾸역꾸역 소화하는 것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전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런 도서류처럼 힐링, 마음 다스리기, 위로 등의 서적도 보지 않는다. 차라리 그 시간에 명상을 하는 것이 낫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러한 도서류를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는 취향은 모두가 다 다르며 그 책들은 단지 내 취향엔 부합하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책을 펴보지도 않을 그 수많은 에세이들 제목 중에서 정말 듣자마자 "와 제목 정말 잘 지었다"라며 내 마음의 소리를 그대로 표현한 책이 하나 있다.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



대학생 때 독립을 하게 된 나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 거진 매일 술을 마시고 맛있는 것을 사먹고. 몸 관리는 그러다가 나중에 좀 음식 줄이면 되지란 생각으로 일단 "인생을 즐기자" 하는 마인드로 정말 제멋대로 살았다. 운동을 하는 것은 죽도록 싫어했다. 그냥 땀 흘리는 것 자체도 찝찝하고, 어렸을 적 달리기 시합을 하면 항상 꼴찌 아니면 뒤에서 2등 할 때마다 굴욕감을 느꼈다. 운동 신경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고 매년 1회정도 치뤄지는 체력장은 항상 스트레스였다. 그 와중에 식욕은 왕성해서 매 급식을 남기는 법이 없고 거기에 간식까지 꼬박꼬박 잘 챙겨 먹었으니 어느날 내가 경도비만 판정 받은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내가 거울 속 나를 봤을 땐 날씬해보이는데 소풍이나 수학여행가서 단체 사진을 찍으면 그렇게 불어보이는 거다. 그 때부터 나는 내 몸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난 초등학교 저학년 때를 제외하고 19살때 까지 통통한 체형을 벗어난 적이 없다. 


수능이 지나고 혹독하게 다이어트 했다. 당시 나는 대학교에 가선 이미지 확 변신해서 잘 살아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새내기 MT 가기 전까지 약 2~3개월동안 급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능이 끝난 후 나의 몸무게는 당시 164cm 키에 70kg였다. 위기감이 들었다. 이러다가 평생 연애도 못해보고 죽을 팔자는 아닐까. 근데 앞서 말했듯이 난 땀흘리면서 운동하는 걸 질색했다. 그리고 살빼려면 운동 열심히 하는 것도 있는데 결국 식이요법에 달려있다란 정보에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택했다. 사실상 단식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내가 어떤 것에 홀렸는지 모르겠는데 한 효소 다이어트 관련 쇼핑몰에 홀렸다. 그 효소를 식사 대신 물에 타먹으면 건강을 잃지 않고 살을 뺄 수 있다고 한다. 그 쇼핑몰에선 하루 2회 정도 그리 하고 1회 보식 뭐 이렇게 권했는데 당시 나는 빨리 살을 빼야한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혔다. 하루 3끼 모두 효소로 떼우기로 한 것이다. 즉 아예 밥을 먹는 것을 거부하고 3끼 물 탄 효소로 버티겠다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고 무식하기 짝이 없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근데 독하게도 난 그걸 2개월이나 유지했다. 밥을 일제히 먹지 않았다. 간식 한 쪽 먹는 것도 혹시나 여태까지 효소 다이어트한게 물거품이 될까봐 안먹었다. 그리고 단식은 생각보다 한 2주 유지하면 이후엔 딱히 허기짐이 없다. 주변에서 유혹만 없으면 된다. 

그러다가 설날, 나는 10대로서 마지막으로 어른들 앞에서 세배를 하고 일어나는데 머리가 핑 돌면서 바닥에 주저 앉았다. 갑자기 식은 땀이 나고 숨쉬기가 어려워졌다. 가족들이 뭐라도 먹어야 한다며 나에게 무언가 먹이려고 했는데 난 그걸 거부했다. 그 와중에 살찔까봐. 다행인 것은 그 단식은 대학교를 입학하자마자 사라졌다. 3개월만에 종료한 셈이다. 


지금 나의 이 과거 회상을 하는데 아찔하다. 지금의 내가 그 때의 나에게 가서 정신차리라며 흔들어주고 싶을 지경이랄까. 지금 생각해보니 사실 난 그 때 거식증과 다를 바 없는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폭식 폭음을 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 하루 더 먹어봤자 설마 1킬로 더 찌겠어. 내일 덜먹지 하는 마음으로 매일 먹다가 어느날 난 다시 고등학생 때 그 몸무게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헬스장을 등록했다. 괜히.

어느날 위기의식을 느껴서 운동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학교 근처 헬스장을 등록했다. 마침 대학생 대상으로 할인 프로모션을 하는 곳이었다. 난생 헬스장을 가본적이 없었던 나는 결국 첫 방문을 하고 이후 가지 않았다. 내가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런닝머신 위를 걷는 것 밖에 없었다. 헬스장 기구들을 이용하려면 뭔가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데 대학생인 내가 PT 신청할 돈이 있을리가. 대충 눈대중으로 익히고 따라할려고 해도 소심한 성격은 나의 기구 사용을 저지했다. 

혹시나 내가 저 기구 이용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비웃으면 어쩌지. 그러한 쓸데없는 생각. 무엇보다 난 당시 살빼려고 헬스장에 등록했는데 죄다 날씬한 사람들이다. 주눅이 든다. 아니 살 빼려고 헬스장 가는 건데 왜 다들 이미 날씬한 건데. 나처럼 통통/뚱뚱한 사람은 어디서 운동하라고. 


그리고 헬스장 최초 등록 상담할 때도 알바인 듯한 트레이너가 최대한 친절하게 굴며 등록 차트 작성하는데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나에게 큰 상처였다. 

"운동하시려는 목적이요...음, 살빼는 거죠? 다이어트 (체크)" 


안그래도 내 통통한(혹은 뚱뚱한) 체형 콤플렉스가 있었던 나였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그 트레이너가 자문자답하는 것에서 난 결국 "아 내가 살빼야 하는 체형이구나"라는 것을 두번 확인 사살 당한 것이다. 물론 그 트레이너는 능글스러움, 넉살 좋게 대하려고 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내가 뚱뚱하다고 하는 것과 남들이 내가 뚱뚱하다고 하는 것은 다른 느낌이지 않는가. 어찌됐건 난 내가 대답하지 않았음에도 그 사람에겐 "살 빼야 하는 뚱덩어리 중 하나"였다는 것이 그리 표출된 셈이다. 

물론 이건 당시 나의 피해의식에서 발생한 생각의 흐름일수도 있다. 그게 아니었다치자. 그럼 왜 트레이너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당연하다듯이 "다이어트"가 내 목적이라 생각한 걸까. 대부분 여자들은 결국 살빼려고 헬스장에 온다라는 그러한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여튼 그렇게 헬스장을 등록하고 난 정작 운동이 절실한 사람들을 주눅들게 만드는 헬스장의 분위기, 소심함 등으로 가지 않았다. 특히 요즘엔 바디 프로필 열풍에 힘입어 헬스장 + 바디프로필 패키지를 묶어 파는 모습은 헬스장은 결국 "보여주기 위한 몸"을 만드는 것이 목적인 곳이라는 것을 더욱 못박아 버린다.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라 결과로 따라오게 만드는 것은 스포츠 

그 이후 다른 사람들처럼 살이 찐 것 같으면 먹는 것을 좀 줄였다가 먹었다가 또 찌면 줄이고 하는 다이어트를 반복했다.  당시 내 근육, 체지방률을 측정했다면 정말 근육량이 최저수치, 아주 부족을 찍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는 헬스말고 뭔가 뚜렷하게 목표의식이 있는 스포츠를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건 모든 운동 종류는 그 활동량 만큼 살이 빠질 것이고. 헬스장처럼 노골적으로 "몸을 키워야 한다"라는 목적보다는 그 스포츠 정신이 우선시되고 건강한 몸은 자연스레 따라나오는 결과이지 않은가. 이왕 하기 싫은 운동을 하는 것, 즐기면서 유용한 것을 배우고 싶단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생각만 한채 그걸 실행에 옮기기 까지 약 5년이 걸렸다. 


이에 대한 글은 아래의 브런치 글에서 조금 더 자세하게 풀었으니 이번에는 생략한다. 

https://brunch.co.kr/@msk-y/15 (다이어트는 식단이 75%, 운동이 25%래.) 


복싱장에 등록하는데 이번에도 관장님이 운동의 목적을 물었다. 

나는 당시 "기초대사량 높이고 싶고 건강하고 싶어서. 요새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등을 체크하고 살빼고 싶다는 것에는 체크하지 않았다. 

물론 요새 다이어트 복싱장도 많지만 그 복싱장은 정통 복싱과 다이어트 복싱 비중이 약 7:3 정도로 진행되는 곳이었다. 이 운동은 어디를 예쁘게 만들어줘요, 이 운동은 뱃살 빠지게 해줘요 그러한 말 대신 "훅을 쳤을 때 내가 취해야 할 가드 자세를 이렇게 안하면 여기를 맞아요" "스트레이트를 할 땐 허리를 조금 더 돌려서 이렇게" 등으로 자세와 운동 그 자체에 집중한 코멘트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주변 사람들도 살을 빼는 것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복싱이란 운동이 재밌어서 꾸준히 하는데 그 결과로 살이 자연스레 빠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왜, 옛말에 성공한 사람들은 단순 "돈을 벌려는 목표"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상상했고 그것을 실현했을 뿐"인데 돈과 명예는 자연스레 따라온다는 그런 흔한 말도 있지 않은가. 여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만약 내가 단순 '살을 빼는 목표'에 의해서 운동을 한다면 그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더이상 그 운동을 지속할 동기가 없어진다. 그리고 뭔가 재미가 없다. 하지만 그 운동 자체가 재밌고 매일 매일 하고 싶어서 그냥 열심히 한다면 높아지는 자존감과 체력 등과 더불어 살빠지는 것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부수적 결과물에 불과하다. 즉 꾸준히 내가 운동을 지속하게 만들어주는 동력이 되는 것이다. 


어찌됐건 난 집 근처 복싱장에서 빠른 템포의 고강도 운동의 참맛, 재미를 경험하고 매일매일 저녁마다 가장 좋아하는 루틴이었다. 친구들이랑 약속이 딱히 없는 날엔 무조건 체육관에 갔고 약속이 있는 날엔 좀 늦게 가더라도 운동을 1~2시간씩 하고 갈 정도 였다. (약속도 항상 2차에 출몰했다) 


이후 이사를 간 후 내가 다니던 복싱장을 그만두고 집 근처 비슷한 복싱장을 알아보는데 희한하게 킥복싱장만 있었다. 근데 또 킥복싱도 재밌을 거 같았다. 안그래도 복싱은 손만 써서 답답했는데 킥복싱은 발차기도 할 수 있으니 더 재밌겠지? 하던게 지금 1년째 배우고 있다. 


흔히 복싱, 킥복싱하면 얻어 터지는 거 아냐, 아픈거아냐? 라는 걱정을 하는데 그럴 걱정이 없다. 오히려 엥간한 헬스보다 훨씬 재밌고 스트레스는 훨씬 잘 풀린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수 할 거 아니면 얼굴 맞을 훈련은 할 일이 없다. 

코치와 미트를 합을 맞추어 잘 칠 때의 쾌감, 샌드백에 내가 킥을 찼을 때 소리가 예전보다 커졌을 때의 그 만족감 등은 말로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다. 만약 복싱이나 킥복싱 같은 운동을 배워보고 싶었는데 가슴 한켠에만 묻어두고 차마 실행을 못하는 여자들, 헬스장가서 자존감 상실한 상처받은 영혼들에게 나는 몸 만드는게 주 목적인 헬스장보단 킥복싱과 같은 특정 운동 종목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라고 권하고 싶다. 지속가능한 운동 루틴을 만들고 건강한 몸, 자기긍정, 자존감 높이는데는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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