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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May 09. 2019

13. 다이어트는 식단이 75%, 운동이 25%래.

맨날 운동해도 내가 살이 안빠지는 이유 

오늘 화상 영어를 하는데 메인 주제가 "Fitness & Healthy Life Style"이었다. 

관련 영문 아티클은 다름 아닌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이 필수는 아니다" 라는 주제 하에 관한 글이었다. 해당 기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체중을 줄이는 것은 75%의 식단조절과 25%의 운동이다 (Weight Loss is 75% diet, 25% exercise)" 이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려면 운동을 해야한다는 통념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식단 조절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그러한 내용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75/25 법칙으로도 많이 알려진 내용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장난스러운 말로 "식단 관리 안하고 운동만 열심히 하면 건강한 돼지가 될 뿐"이란 말이 유행하지 않는가. 



원어민 선생님은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나에게 물었는데 

나는 이 기사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운동 열심히 하는데 식단 조절 안해서 살이 안빠지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 때 운동에 중독(?)아닌 중독이 되어서 주 6일 아침 운동 1시간, 저녁 운동 1시간 30분 이렇게 운동한 적이 있었다. 그 때는 인바디 결과에 조금 집착하다보니, 자연스레 식단관리를 하게 되었다. 사실 이 식단관리를 하게 된 계기도 '운동을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왜 인바디 결과가 안좋은거야' 란 생각에서 든 오기 때문이었다. 



2016년 12월까지 하더라도 나는 정말 운동을 질색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 운동회 달리기를 하면 꼴찌 혹은 꼴찌에서 두번째, 체력장 테스트하면 중간등급이나 중하등급 정도로 저질 체력이었다. 먹는 것을 좋아해서 초등학생 때는 경도비만 판정을 받은 적도 있었다. 오죽하면 그 때 친언니가 나보고 살 좀 빼라면서 강제로 윗몸일으키기를 매일매일 시켰겠는가.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다. 언니가 뭐라고, 매일매일 되지도 않는 윗몸 일으키기를 정말 습관적으로 했다. 처음엔 1분에 10개도 하기 힘들었는데 나중엔 티비 보면서도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하지만 그 때도 내가 식단조절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은 별로 안빠졌고 훗날 "윗몸일으키기는 뱃살 빼는데 도움되지 않는다"라는 기사를 읽고 의욕 상실해서 그만 뒀다. (만약 누군가가 그 때 복근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더라면 했을텐데. 초등학생의 생각엔 살빼는게 시급하지, 복근이란 건 필요없는것에 불과했다) 

이후 중,고등학교 체육시간은 체력장 테스트를 하는 날을 제외하곤 그냥 친구랑 노가리 까는 날이었다. 따뜻한 볕을 받으며 운동장 한켠에 앉아 친구들이랑 1시간동안 의미없는 잡담들을 나누는 거다. 워낙 운동감각이 없는 나여서 체력 수행평가는 항상 중간 정도 점수만 받았는데, 그래도 기를 쓰고 열심히 해서 만점을 받은것은 "줄넘기" 였다. 당시 줄넘기 2단 뛰기 30개가 수행평가 만점기준이었는데 2단 뛰기가 안되는 것이 분해서 매일매일 저녁시간에 집 앞 공원에서 줄넘기 1단 뛰기를 20분동안 하면서 2단 뛰기를 연마했다. 이후, 2단 뛰기 30개야 가뿐히 했던 걸로 기억난다. 

즉, 나는 20대가 되기전까지 그나마 잘하는 운동은 '줄넘기'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모두 다 젬병이었다. 


20대 초반에는 살을 빼야겠다! 라고 다짐해서 먹는 것을 줄였다. 그 때도 "운동해서 살 뺄 바엔 그냥 안먹고 말지"라는 보통 운동 싫어하는 여자들의 마인드로 그랬던 거 같다. 친구랑 약속이 없으면 그날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먹거나 아이스크림 1개 혹은 사탕 몇 알 먹으면서 버텼던 거 같다. 지금 기준에서 보면 미친거다. 오히려 근육을 완전히 없애버려서 더 살찌는 체질로 만들어버렸으니. 

그렇게 나는 20대 중후반까지 운동과 담을 쌓은 사람이었다. 근육도 평균 이하, 지방은 평균 정도. 근데 지구력, 순발력, 근력 모두 딸리고 운동하면 남들보다 땀이 2~3배는 많이 나왔다. 그래서 종종 핑계로 '땀 흘리는 게 싫어서 운동 하는 거 안좋아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스타트업을 하면서, 야근이 너무 잦았고, 매일 일만 하다보니 몸이 너무 지쳐갔다. 다이어트 보다는 체력을 길러야 겠다! 해서 어렸을 때부터 배워보고 싶었던 복싱장에 등록했다. 복싱도 하려면 기본적인 운동 베이스가 있어야 더 잘된다. 마침 복싱장에서 단체 피티 프로그램 같은 것을 진행해서 매일매일 다른 부위의 근육통을 앓아가며 참가했다. 아직도 복싱장 등록한 첫 날 관장님의 말 한마디가 기억난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올거에요?" 거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가급적 매일이요" 

관장님은 비웃듯 대답했다. 

처음엔 다들 그렇게 말해요


쓸데 없는 저 한마디에 대한 오기랄까. 나는 2달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출석했다. 술 먹는 날에는 운동하고 밤 늦게 술약속가고, 운동을 하기 위해 퇴근시간을 앞당기기도 했다. 하루라도 빠지면 괜히 흐트러지거나 그 다음날이 더 힘들어까봐, 아무리 피곤하고 근육통이 나를 힘들게 해도 꼬박꼬박 빡센 피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그렇게 2달 동안 열심히 운동하고 인바디를 쟀는데 근육량은 미세하게 늘었고 생각보다 체중이 많이 안줄었다는 것에서 억울했다. 아니 토할만큼 운동하고, 집에 돌아갈 때 다리에 힘풀려서 갈 정돈데 이정도밖에 안줄었다고? 그 때 처음으로 단백질의 소중함에 대해서 알게 됐다. 

왜 운동하는 사람들이 닭가슴살이랑 계란에 집착하는지 그제서야 알게된거다. 당시 나는 단백질 섭취량이 압도적으로 부족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 기준 단백질 20g도 섭취 안한거 같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몸무게의 1%만큼 단백질을 섭취해줘야 한다는데 나는 근육도 없는 애가 근력운동을 그리 열심히 했으면서 단백질 섭취를 안하고 있으니 생각보다 근육이 늘지 않은 것이다. 

그 때부터 나의 단백질에 대한 집착이 시작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이어진다)

하루 평균 55g 이상의 단백질을 먹어야겠다! 고 다짐하며 닭가슴살을 시켰고, 일반식을 먹을 때 공기밥을 반공기만 먹었다. 탄수화물을 먹을 바엔 반찬을 더 먹는다는 생각으로 탄수화물 양을 줄였다. 다행히 나는 비교적 건강식을 좋아하고 치킨 먹을 때도 터벅살을 좋아해서 닭가슴살, 샐러드가 내 입맛에 잘 맞았다. 2년 넘은 지금도 나는 여전히 닭가슴살이 질리지 않고 오히려 맛있게 즐기면서 먹는 편이다. 하여간 당시 2개월동안 좋아하는 술도 2주일에 1회 정도로 줄이고 하루 세 끼를 고구마, 샐러드, 닭가슴살, 과일 (사과, 바나나, 토마토) 로만 채웠다. 그 결과 2개월 후 인바디는 눈에 띄게 좋아졌고 인생 허리 사이즈를 찍었다. 하지만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어찌 저 식단을 유지하겠는가. 

결국 지금은 버릇처럼 운동 하는 습관만 남기고 식단 관리는 딱히 안한다. 그냥 먹고 싶은 것은 다 먹자는 주의로 간식을 자주 많이 먹는게 사실 살이 안빠지는 근본 원인인 거 같다. 그 와중에 단백질 하루 55g이상 채우는 건 꼬박꼬박 잘 실천하고 있다. 닭가슴살 전용 쇼핑몰에 꾸준히 주문을 넣을 정도로. 

결국 나는 현상 유지만 하고 있다. 아니, 사실 조금 많이 쪘다. 요새 스트레스 때문에 단 것을 많이 먹은 탓이리라. 바보 같이 설탕 당 역시 탄수화물(포도당)의 일종이란걸 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탄수화물 좀 덜먹고 설탕으로 열심히 지방을 채웠으니 운동을 해도 나무아미타불일 수밖에. 

오늘 원어민 선생님에게도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는데  

"내가 거의 일주일에 4일 이상 운동을 하는데, 설탕을 못 줄여서 살이 더이상 안빠져. 이 기사에 정말 공감해. 정말 다이어트를 제대로 하려면 75%의 식단조절과 25%의 운동인 거 같아" 

원어민 선생님이 자기는 운동도 안하고 설탕도 못 줄여서 매일매일 살이 찐다며. 그래도 너는 살이 찌지는 않겠다라고 물었지만... 

요즘 운동이 약간 관성처럼 (운동의 강도를 점점 늘려야하는데 요새 너무 힘든게 싫어서 강도를 안늘리고 있다) 하고 있고 먹을 때 좀 폭식을 하다보니 살이 찌고 있다. 정말 건강한 돼지가 되는 기분. 


인바디를 한 번 재고 싶긴 한데 

그러면 또 먹는 행복함을 또 포기해야할까봐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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