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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Apr 19. 2019

04. 운동해도 바꿀 수 없는 체형콤플렉스 (상체비만)

내 상체와 하체는 잘못 조립되었나 - 힙딥(HIP DIP)

나는 어렸을 때부터 상체튼실 하체부실이었다.

한국 여자들은 상체비만과 하체비만 (실제 비만이 아닐지라도 상대적으로 상체와 하체 중 어디가 더 튼실하냐에 따라 상비, 하비 라고 부른다) 중 하체비만의 비율이 높다. 죄다 다리가 굵다, 종아리 알 등에 대해 고민이 많고 가끔 얼굴이 정말 예쁘고 상체는 말랐는데 하체에서 급격히 커지는 친구들을 보면, 나는 차라리 그게 부럽다. 왜냐하면 나는 상체비만이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비만이 아니라 상체가 정말 튼실하다.

여자임에도 나는 역삼각형 체형이다. (하아...남자로 태어났어야 했어)

어깨와 가슴이 조금 있어서 꽈배기니트나 딱 붙는 옷을 못입는다. 특히 니트는 잘못 입으면 완전 떡대가 되어서 정말 안어울린다. 반면 팔다리가 선천적으로 가는 편이다.


어렸을 적 나는 조금 통통한 편이었는데 그 와중에 애들끼리 한쪽 손으로 다른 한쪽 손목을 한번에 휘감을 수 있는지 여부로 누가 손목이 더 얇은지에 대해 알아보곤 했다. 그 때 나는 몸이 통통 (심지어 초등학교 4학년때는 경도비만이었다.) 했음에도 우리반에서 꽤 마른 편인 애보다 손목이 얇았다. 종아리도 가늘었다. 솔직히 말하면 다리는 좀 예쁜 편이다. 어렸을 적부터 각선미는 타고 났다는 소릴 많이 들었다. 근데 특이하게 유독 상체비만인 애들이 다리 예쁜 애들이 많은 건 내 착각일까. 가령, 핑클 때의 옥주현이나 떡대 있는 김현정 같은 그런 여자 가수들이 각선미로 유명하지 않았나. (갑자기 급궁금해졌다. 그냥 우연의 일치인가)


이건 순전 내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나의 콤플렉스를 더욱 두드러지게 한다.

체형의 불균형.

상체가 튼실하고 하체가 부실하다.



다이어트를 하면 하체부터 살이 빠지고

살이 찌면 상체부터 살이 찐다.

즉, 점점 상하체가 불균형이 일어나는 거다.

나는 이게 운동을 안해서 그런줄 알았다. 운동을 열심히 하면 균형을 찾아가겠지 하고.


2년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땀흘리는 걸 정말 싫어하고 근육이 거의 1도 없는 상황에서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다.

단순 정통복싱 뿐 아니라 뮤직복싱 개념으로, 타바타,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등이 포함된 클래스가 있어서

정말 처음 복싱장 등록 후 2개월은 거짓말하지 않고 주 5일 출석했다. 매일매일 근육통으로 고생했는데

당시 하루라도 쉬면 계속 쉬게 될거다 란 생각을 가지고 아무리 힘들어도 복싱장에 갔다. 운동에 꽤 중독되어서 나중에는 2시간 운동하곤 했다. 좋아하는 술도 많이 줄였다.



그렇게 한 6개월 한 후 인바디 결과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근육량이 확실히 늘었고 체지방이 정말 많이 줄어서 체육관에서 비포에프터후기를 써달라고 제안을 했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바디 상태가 좋았던 때가 그 때인 거 같다. 그 때 잠시 지방 출장가서 그 곳에 있는 피트니스 클럽에서 인바디를 따로 잰적이 있었는데 코치가 "와 무슨 운동하세요? 인바디 결과가 되게 좋은데?" 라며 놀라워 했다. 당시 163cm에 몸무게가 약 51kg까지 나갔는데 근육량이 꽤 많았다.


그럼에도 그 때 여전히 내 어깨는 넓었고 (물론 허리사이즈는 20대이후로 가장 인생 사이즈를 찍었다. 23인치까지 줄였으니) 가슴둘레(일명 가슴통)가 기본적으로 타고났기 때문에 '마른 편'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옷을 입으면 부해보였다. 그리고 여전히 떡대는 두드려졌다. 뭐 이것까진 괜찮았다. 어찌했건 내가 안부해보이는 옷을 입으면 되니까.


*혹시나 "복싱하면 어깨가 넓어진다"라는 걱정을 하시는 분이라면, 일단 저는 원래 어깨가 넓었다는 것을 알고 넘어가주길 바란다. 실제로 복싱하면 어깨가 넓어지는지 아닌지는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운동을 하면 해결될 줄 알았던 골반문제.

나는 내가 골반이 없다는 것을 20세가 되서야 알았다. 그 전엔 골반이란 개념도 잘 몰랐으니.

이상하게 어렸을 때도 내 상체와 하체가 연결된 부분은 뭔가 이상했다. 연예인이나 다른 애들을 보면 둥근 곡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는데 나는 3자 모양으로 마치, 상체와 하체가 잘 못 조립된 느낌으로 있는 거다.

그게 딱붙는 항아리형 치마를 입으면 두드러져서 그런 치마를 입을 수도 없었다.

하도 답답해서 그 때 당시 네이버나 구글에 "허리와 골반 3자 모양" 이런식으로 검색을 엄청 많이 했던 거 같다. 근데 내가 원하는 결과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한 2년전쯤 그게 힙딥(Hip-Dip)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아, 이것도 한밤에 잠이 안와서 구글에서 막 영어로 검색해보다가 찾은 거다. 지금은 유튜브에 힙딥 검색해보면 나오지만 그 때는 한 3~4개 였나. 그 유튜버들이 힙딥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들을 보면서 "엉엉 이건 운동을 해도 고쳐지지 않는거라니ㅠㅠ" 하거 좌절했었다. 선천적인 뼈 형태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리 운동을 빡세게 한들 그걸 채우는 건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 때 본 외국인 댓글 중에 아직도 기억나는 것중 하나. 번역하자면 아래와 같았다.

"오, 나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팬티라인때문에 그게 패인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극 공감. 나 역시 말도 안되는 거라 생각했지만 정확히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팬티라인에 맞춰서 움푹 패였기 때문이다.  

최근 갑자기 생각나서 힙딥에 대해 다시 검색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검색결과가 많아졌다.

심지어 유튜브에는 힙딥을 없애는 방법 트레이닝 영상도 있었고 '힙딥밴드'라는 이름으로 힙딥없애는 운동하는데 도움이 되는 루프밴드도 팔고 있었다.

오, 나같은 사람들이 그래도 있구나. 한 몸짱 트레이너가 이렇게 하면 힙딥을 없앨 수 있다 라며 운동 하는 영상을 보여주는데 솔직히 반신반의스럽다. 물론 그 분도 과거 사진을 보여주면서 나는 이렇게 운동하면서 힙딥을 없앴다. 라고 하는데 이 분의 현재 몸매는 정말 엄청나다. 근데 그 몸매를 위해 투자한 운동 시간은 압도적으로 많았겠지. 과연 일반인이 저만큼 운동을 할 수 있을까란 쓸데없는 의심을 잠시 했다. 그래도 일단 집에 루프밴드도 있겠다, 그분이 소개해준 운동이 그래도 내가 할 줄 아는 운동이라서 조금씩 시작하기로 했다.

운동으로도 어찌할 수 없었던 체형 콤플렉스, 과연 이번엔 극복할 수 있을까.



상비에 힙딥있는 여자는 서럽다.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튼실한 떡대. 차라리 키라도 컸으면 좋았을 텐데.

에이, 됐고.

운동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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