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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Feb 08. 2021

왜 우린 스타들의 영어실력에 열광할까

영화 <미나리>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이슈인 윤여정 영어실력

제2의 기생충이라 불리며 미국 영화계에서 소소하게 이슈가 되고 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미나리>이다. '물'이란 최소 조건만 만족하면 어디서나 잘 자라는 이 나물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이란 낯선 땅에서 정착하기 위한 한국 가족들의 모습의 은유이다. 20억 미만의 독립 영화이지만 나름 한국에서 연기파 배우로 유명한 윤여정과 한애리 그리고 워킹 데드로 미국에서 대표적인 한국계 배우로 자리 잡은 스티브 연이 주연을 맡은 화제작이다. 한국계 가족이 미국에 정착하는 이야기를 담았지만 전 세계 이민자들의 공감을 받아 단번에 골든글로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대사의 절반 이상이 한국어란 이유로 이 영화는 외국어 영화상으로 노미네이트 되어 '시대착오적인 차별'이라며 논란이 되고 있다.

그리고 해당 영상만큼이나 한국에서 유튜브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윤여정의 영어실력'이다. 배우 윤여정은 미나리에선 한국말만 가능한 할머니 역이었지만 언론 시사회 등에서 통역 없이 위트 있는 인터뷰 센스를 보여줘 다들 인상적이란 평가이다. 예전 기생충이 화제가 되었을 땐 통역사 샤론 최와 봉준호 감독의 영여 실력이 이슈이더니, 이번엔 윤여정 영어실력이 좋은 떡밥인 것처럼 윤식당을 비롯해 그녀의 과거 영상 등까지 총동원에서 분석하는 각종 유튜브 영상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사실 그전에도 꽤 많은 영어 관련 유튜버들이 "스타들 영어실력 평가 영상" 소재를 조회수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꽤 많이 제작해왔다. 특히 아이돌을 다룰수록 그 아이돌의 팬덤들이 몰려와 조회수와 댓글을 남길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아이돌 위주로 다루는 유튜버들도 있다. 그렇다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스타들 영어실력 평가하는 영상을 좋아한다는 건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1. 어쩔 수 없이 자리 잡은 '영어'에 대한 열등감과 동경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어'에 대한 많은 빚이 있다. 영어라는 것은 다른 공부와 다르게 엉덩이 공부와 시험으로 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0년을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지만 대화의 수단으로 영어를 사용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영어 실력을 증명하는 것은 시험이지만, 그 시험의 고득점이 내 영어실력을 반드시 증명해주진 않기 때문에, 영어 시험은 따로 준비하고 스피킹은 따로 늘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하지만 스피킹은 다른 공부처럼 단시간에 벼락치기를 한다고 느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스피킹 공부를 꾸준히 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장기간 영어를 공부했는데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한 마음의 빚과 열등감이 자리 잡는다. 그러한 상황에서 외모도 수려하고, 성공했다고 하는 연예인들이 내가 못하는 영어까지 잘하는 것에 대한 동경이 생긴다. 그와 동시에, 흠을 잡고 싶다. "난 저 연예인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는데 왜지?" 하는 심리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그 연예인이 발음이 좋지 않거나, 문법이나 표현적 오류를 범했다던가, 유창함이 떨어진다던가 등 꼬투리를 잡는다던지 "저 연예인은 외국에서 살다왔잖아. 나도 외국에서 살다오면 저 정도는 하지" 등으로  열등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는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영어 실력 평가 영상에는 꼭 실력에 대한 이의 제기 등 댓글이 꼭 따라붙는다.


2. 내 아이돌, 배우 영어 영상도 다뤄주세요에 대한 심리

스타 영어 실력 영상을 주기적으로 만드는 유튜브 영상 댓글을 보면 "내 아이돌 OOO 영어 영상 좀 만들어주세요"를 자주 볼 수 있다. 우선 그 아이돌이 영미권 네이티브(어렸을 적 유학이나 살다온 사람)가 이건 아니건 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영어 실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혹은 정말 좋은지 검증을 받고 싶은 욕구) 그 스타에 대한 매력도를 더 높이려는 심리인 것 같다. 물론, 최근엔 영어 좀 한다는 대부분 아이돌이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에서 어릴 적 살다온 경우가 많아서 실력 검증보단 영어 인터뷰 분석 영상 등의 방향으로 가는 듯 하다.


3.살짝의 국뽕 +

스타들이 영어로 인터뷰나 발언을 하는 장은 대부분 글로벌 무대이다. 멋있는 스타들이 통역을 거치지 않고 능숙하게 자기 표현을 하는 모습에 꽤 많은 사람들은 "마, 이게 한국 배우/가수 클라스다" 라며 간접적으로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것 같다.

특히 미국 TV쇼 등에서 공공연히 "아시아계는 영어를 잘 못한다"라는 편견 (물론 요즘엔 많이 사라졌지만)을 깨부수는 모습에 사람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는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해당 스타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기대심리도 들어간 게 아닐까.

이번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영어실력이 이슈가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남의 영어실력 평가 영상을 그리 즐겨보지 않는다. 대부분 해당 스타들과 이슈의 인기에 힘입어 관심을 좀 더 가져보기 위함이고 영어에 대한 열등감이 너무나 뚜렷하게 표출되는 영상이기 때문이다. (마치 한국 K-pop 이나 한국 아이템 외국인 리액션 영상을 좋아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10년 넘게 영어공부를 해왔다고 하지만 사실 10년 넘게 우린 '영어 해석력'에 대한 공부를 해왔을 뿐 영어 스피킹을 공부한 것은 총 합쳐서 1년도 안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영어 스피킹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열등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그 1년도 안배웠을 영어를 가지고 외국가서 먹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자부심을 느껴도 될 것 같다.


사람들의  열등감이 조회수로 이어지는 콘텐츠가 점점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유튜버들을 비판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외국어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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