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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Jan 11. 2021

외국어공부는 [운동처럼] 해야한다.

4개국어의 길은 멀고 험난하다.

하나 이상의 외국어를 어느정도 회화 수준급으로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경험 해봤을 것이다.

일단 일상 회화를 어느정도 할 수 있는 단계에 진입했다면 거기에서 고급 수준의 영어 (정말 네이티브급의 영어)단계로 진전은 커녕, 계속해서 그 단계에 머물러서 "왜 더이상 늘지 않지, 오히려 녹스는 기분이야" 라고 자조하는 경험말이다. 발전은 커녕, 실력을 유지하는 것마저 번거로워진다. 이것이 단순 하나의 외국어가 아니라 두개, 세개가 되면 각각의 외국어가 조금씩 퇴보되는 것을 느낀다.

고로 하나의 외국어를 마스터한다는 것은 그 외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나라에 어렸을 때부터 살았던 것이 아닌 이상,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한 때 어느정도 고급 수준의 영어 실력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몇달간 쓰지 않으면 금새 녹스는게 외국어다. 이는 운동이랑 같다. 운동을 전혀 안하는 사람이 운동을 그래도 조금 하는 사람이 되기까지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근육이 1도 없었던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 1년을 꾸준히 운동하면, 어느정도 근육이 붙음과 동시에 할 수 있는 운동이 많아지고, 체력이 좋아진다. 하지만, 거기서 계속 했던 운동만 반복하면 당신의 근육은 더이상 늘지 않고 제자리에 정체하게 된다. 웨이트 트레이닝이라면 무게를 계속해서 올리면서 근육을 키워나가야 한다. 만약 매일 항상 하던대로 20kg만 들었다면, 나는 결국 거기에서 정체하게 되는 것이다.

근육량이 0인 사람이 20kg으로 만드는 것이, 근육량이 30kg인 사람이 40kg만드는 것보다 훨씬 쉬울 것이다. 외국어 역시 입문에서 중급까지 도달하는 기간이 중급에서 고급으로 도달하는 기간보다 훨씬 짧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급에서 슬럼프를 만나게 되고 결국 흥미를 잃어서 소위 말하는 외국어 '근손실'을 겪거나, 맨날 쓰던 말만 말하면서 현상유지만 하게 되는 경우가 정말 많다.

나 역시, 영어를 다행히 어렸을 적 부터 일상 회화급은 다진 상황에서 세계 여행하면서 일상 소통에 문제 없는 정도로 만들어 놓은 다음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 땐 정말 중국어에 미친듯이 빠져들어서, 내 주변 환경을 중국어로 다 세팅해놓았을 정도고 그 좋아하는 미드 조차 잠시 중단했다. 미드가 보고 싶으면 중드를 봤다. 그 정도로 영어는 철저히 차단 시켰고 그 결과 비교적 단기간만에 중국어 중상급 회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1년이란 기간동안 내 영어 실력은 참담할정도로 퇴보했다. 1년동안 영어란 운동을 쉬어서 영어 근육 손실을 겪은 것이다. 그래서 중국어를 어느 정도 잡은 후에 영어를 다시 시작했다.작년에 전화 영어 가장 비싼 플랜을 끊어서 정말 매일매일 1시간동안 했다. 지금 내 전화영어 기록보면 1년 400시간을 했다고 나왔으니 정말 꾸준히 한 셈이다. 그리고 그 기간에 중국어 근손실을 막고자,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루 30분씩 전화 중국어도 병행했다. 아침엔 중국어 타임, 저녁엔 영어 타임으로 설정해서 나름 지난 1년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중국어 근손실이 조금 있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 빡세게 하면 금새 회복되는 듯 했다.

최근 스스로에게 목표 부여를 위해 접수했던 중국어와 영어 각각 스피킹 시험 각각 고레벨, 최고 등급을 다시 갱신했다. 이제 잠시 버려놨던(?) 스페인어를 다시 공부할 차례이다. 사실 스페인어는 첫 시작은 작년에 했는데 중국어와 영어에 집중하느라 거의 버려놨다. 그래서 올해 목표는 스페인어 왕초보에서 초보로 진입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문제는 시간이다. 외국어는 초반에는 단기간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중급정도 궤도로 일단 올리는 것이 좋다. 어차피 초급->중급으로 갈 때는 재미를 느끼는 단계이기 때문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어와 중국어 근손실 방지를 위한 현상유지를 꾸준히 하면서 새로운 외국어에 시간 투자를 많이 하기가 좀처럼 쉽진 않다. 특히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난 시험 목적이라기 보단, 결국엔 회화과 커뮤니케이션 목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감은 덜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매일 외국어 공부에 투자해야할 시간의 총량이 그 전보다 조금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왜, 운동 잘하는 사람들이 헬스장에 체류하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정말 운동이건 외국어이건 '근손실'이란 단어만큼 무서운게 없다. 다개국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 근손실을 방지하면서, 그 단계까지 오른 걸까. 조금 더 여유로울 때 일찍 시작했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30대가 되면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외국어 습득 능력도 나이에 비례한다. 30대가 되어버린 지금, 스페인어 근육이 1도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려니 예전 영어, 중국어 처음 할 때보단 눈앞이 더 깜깜하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의 목표 중 하나인 '4개 국어를 일상 회화 + 알파 수준으로 구사하기' 를 위해 벤치프레스 봉부터 시작했던 그 순간의 마음가짐을 다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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