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 May 30. 2019

18. 혼자 밥 먹을 때 스마트폰 보면서 먹긴 싫어

쿨하게 혼밥 즐기는 법을 알게 되면 맛을 알게 된다 

20살 독립을 하면서 매일 하루 3끼를 먹던 내 일상에 변화가 생겼다. 

매일 아침 어머니의 "밥무라" 라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잠에 덜 깬 상태에서 먹어야 했던 아침밥, 3교시 끝나기 10분전부터 발을 책상 옆으로 슥 내밀어 급식소로 전력질주 대기하게 만들었던 학교 점심시간 그리고 야자하기전에 비교적 여유롭게 먹었던 학교 급식소의 석식. 태어나면서 고3생활이 끝날 때까지 끼니를 거른 적은 거의 열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나는 밥을 열심히 잘 챙겨먹었다. 

그리고 대학교에 들어가 시작된 첫 기숙사 생활. 

그제서야 나는 밥을 먹는다는 것은 내 스스로의 자유의지에 달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누군가가 강제로 깨워서 밥을 차려주는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일찍 일어나서 학식(학교식당)을 가는 것은 엄청난 부지런함을 요구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면서 한 3~4년간 아침을 먹지 않았다. 거의 첫 끼가 정오가 지난 후 동기들이랑 점심을 같이 먹었던 거 같다. 저녁도 항상 밖에서 먹었는데 술자리가 있는 날은 굳이 저녁을 먹지 않았다. 


이런 끼니 패턴을 가졌던 25세 이전의 나는 "혼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꽤 어색했다. 아니 그냥 혼자서 밥을 먹을 생각을 안해본거 같다. 혼자서는 도통 밥을 먹고 싶단 생각이 별로 안든다. 그게 다른 사람의 시선, 의식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굳이?" 그런 생각때문이었다. 

게다가 나는 간식을 좀 좋아하기 때문에 딱히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나 자리가 안생기면 대강 군것질로 때웠다. 당시의 나에게 '식사'를 한다는 것은 음식 자체를 오롯이 즐긴다는 것보다는 그냥 친구들이랑 밥 시간 되면 하는 의례적인 패턴이었고 소셜 활동 중 하나였던 거 같다. 


그 때는 누군가와 밥을 함께 먹으면 나의 맛표현은 보통 같이 밥을 먹는 사람들의 평가에 따라가는 편이 많았다.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이 

"와, 이거 맛있다" 

라고 하면 나 역시 그것을 맛있다고 느끼고 

만약 그 사람이 

"생각보다 별론데" 

이렇게 말하면 나 역시 뭐 그냥 먹을만하네 라고 맛에 대한 내 주관이 별로 없었다. 


그냥 다른 사람들이 다 맛있다고 하면 "맛있는거구나"

맛없다고 하면 "맛없는거구나"

한마디로 어떤 게 맛있는지, 맛없는지 몰랐다는 거다. 




내가 25세 전후가 되었을 때 

"혼밥"이란 단어가 유독 유행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그 전에는 혼밥이란 단어가 존재한다기 보다는 그냥 학식이나 이런데서 혼자 밥을 먹는 사람은 대개 "복학생"이나 학교를 오래다닌 학생들, 혹은 친구가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 그런 이미지가 강했다. 특히 여자들은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을 더욱 보기 힘들었다. 

종종 혼밥을 하는 사람들을 관찰하면, 

약 7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혼자 밥을 먹기에 심심해서 그런걸까. 아니면 "나는 혼자 밥을 먹어도 외롭지 않아"라는 것을 무언으로 표현하려는 걸까. 


대개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면서 먹는 사람들은 밥도 급하게 먹는 편이다. 식사도 하고 스마트폰도 보는 두가지 행위를 동시에 하다보니 식사 자체에 대한 집중력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많은 기사나 글에서 "컴퓨터를 보면서 밥을 먹을 때 식사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하게 되며, 나도 모르게 밥을 급하게 먹게 되므로 건강에 좋지 않다"라는 내용을 보게 된다. 


내가 혼밥을 먹기 시작한 것은 사실 반강제적(?)인 연유였다. 

당시 여행 관련 일을 하다보니 전국 맛집을 떠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맛을 보고 하는 생활을 꽤 오랫동안 했는데 2인이상 주문되는 음식도 혼자 주문해서 먹어야 했다. 아마 시중에 장난으로 혼밥력 테스트(?)같은 걸 하면 거의 상위급 레벨이 아닐까. 해물탕부터 시작해서 회, 뷔페 대부분 다 혼자 먹어봤다. 그 때는 사실 일 때문에 먹는 것이었으므로 혼자 먹어서의 뻘쭘함은 잠깐 있다 사라지고, 음식이 나오자마자 사진 찍고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야 했다. 그 덕분에 음식을 먹는 행위에 100% 집중하며 음식의 맛을 느끼는 법을 배웠다. 덕분에 혼술 역시 그리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다. 


수제맥주를 좋아해서 여행지가면 크래프트 브루어리 펍은 꼭 가기 때문에 혼자서 샘플러나 스타일리쉬해보이는 맥주 한두잔 주문해서 괜히 평론가 흉내를 내보면서 한모금씩 천천히 맛을 본다. 




처음 혼밥을 할 때는 솔직히 나도 조금 민망했다. 아무도 나를 신경쓰는 사람은 없는데 괜히 주변을 의식하게 됐다. 그래서 괜히 스마트폰으로 메일 한번 확인하고 울리지 않는 카톡화면을 수시로 쳐다보는 등 일부러 바쁜 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게 더 없어보이는데? 그냥 당당하게 밥을 먹으면 면 되는거 아냐? 오히려 그게 더 쿨해보이잖아. 


그래서 그 후로 밥을 먹을 때는 폰을 보지 않는다. 식사를 천천히 하면서 탄수화물 고유의 단 맛을 즐기고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반찬과 그렇지 않은 반찬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지금 내 앞의 식사에만 100% 집중하고 있을 때 비로소 먹는 즐거움을 알게 된다. 

 

그러다보니 혼밥러 치고 나는 식당에서도 꽤 오랫동안 앉아있는 편이다. 최소 40분 이상은 앉아서 식사 시간을 가진다고 할까. 곰곰이 씹어먹으면서 맛있는 음식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도 고찰해본다.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무엇이 내 입맛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확실히 알게 됐다. 나만의 "맛있다"란 기준을 정립할 때는 그 음식에 집중을 할 줄 알아야 한다.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면,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결국 100%가 아닌 50~60%정도 밖에 못느끼게 되는 것. 너무 아깝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앞으로 우리 인생에서 몇끼나 남았다고. 이왕 먹는 한 끼, 조금 더 맛있고 즐겁고 당당하게 먹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밥먹을 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보고 먹었다면 

이제부터 점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식사란 행위에만 오롯이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세상에 맛있는 음식이 이렇게 많은데 그 맛있는 음식을 눈 앞에 두고도 완전히 즐기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니깐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