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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May 31. 2019

19. 푸쉬업 잘하는 여자가 부럽다

나는 왜 푸쉬업을 못할까. 


나에게 운동은 이미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2년반전부터 복싱 체육관을 다니면서 단체 PT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줄넘기 - 타바타 - 근력운동 - 복싱 등을 포함해 1시간반 정도 운동을 하는 편이다. 초반 3개월은 주 5일 이상 체육관 출석했고, 이후에도 최소 주 3일 이상은 저녁 운동하러 간다. 

PT 프로그램은 매일매일 바뀌어서 질리지 않게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거의 이틀에 1회 정도 거의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운동은 1) 푸쉬업 2) 마운틴 클라이머 3) 각종 변형스쿼트 4) 버피 테스트이다. 이 중 나는 각종 변형스쿼트나 런지, 버피테스트는 그 누구보다 빨리하고 잘하는 편이다. 특히 타바타 같이 단시간에 격렬하게 심장박동 올리는 운동에서 강하다. 

2년 넘게 운동을 꾸준히 했으니 대부분 운동은 꽤 잘하는 편이다. 그런데 나는 엎드리고 하는 운동에 유독 약한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푸쉬업이다. 

여자들은 푸쉬업을 할 수 있는 근육이 비교적 적어서 남자처럼 무릎을 대지 않고 하는 일반 푸쉬업을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 무릎을 대고 하는 니 푸쉬업 (KNEE PUSH-UP)을 권한다. 나도 초반 3개월 정도는 니 푸쉬업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무릎을 떨어뜨리고 하는데 문제는 가슴을 바닥에 붙이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거다. 말이 무릎을 떨어뜨리고 한다는 거지, 가슴을 바닥에 붙일 수가 없어서 정말 조금만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깔짝깔짝 푸쉬업을 하고 있다. (근데 이것마저 힘들다는 게 함정) 

처음엔 푸쉬업이 안된다는 것에 오기가 생겨서 체육관에서 운동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푸쉬업 잘하는 방법을 집에서 계속 검색해보고 아침마다 일어나서 푸쉬업 동작을 어설프게나마 5~10개를 했는데 가슴을 바닥에 붙이면 그냥 "억"하는 소리와 함께 털썩 떨어지거나 가슴을 밀어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코어가 부족해서 그런건가 싶어서 매일매일 플랭크를 하지만 푸쉬업 근육과는 별반 상관이 없는 거 같다.  

팔을 조금 넓게 벌리고 하면 쉽다고 해서 그렇게 연습을 했는데 또 여자들은 그렇게 하면 어깨가 발달한단다. 그래서 또 다시 어깨너비로 돌아왔다. (내 어깨는 여전히 자라고 있다. 하아, 언제까지 자랄것인가) 


푸쉬업은 겉보기엔 쉬워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자세가 정말 어렵다. 

엉덩이에 힘을 꽉 줘야하고 허리가 너무 내려가도 안된다. 배에 힘을 단단하게 주고 내려갈 때는 가슴부터, 어깨죽지를 쫙 늘리라고 한다. 이 소리를 매일같이 들어 머리론 이해가 되는데 나는 배에 힘을 주고 내려가면 허리도 같이 휘어진다. 아니 무엇보다 다리를 조금 앞으로 옮겨라는데 그 상태에서 가슴부터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다.그리고 어깨죽지를 쫙 늘리면 허리가 휘어지는데? 근데 또 허리를 신전되게 하지말라니. 대체 어떻게 몸을 움직여야 하는거지. 

"몸을 일자로 만들고 엉덩이에 힘을 꽉줘서 내려가지 않으며 허리가 신전되지 않게. 팔은 몸에 붙이고 ㄱ자 만들어서 가슴부터 내려가기."


아니 세상에 푸쉬업이 이렇게나 어려운 운동이라니. 

정말 매일 할 때마다 "왜 나는 푸쉬업이 안되는가"라는 고찰을 하게 된다. 

다른 운동 다 잘하다가 푸쉬업 차례만 되면 몇 개 하다가 결국 한숨과 함께 혼자만의 쉬는 타임을 한 10초씩 가진다. 

반면 함께 PT프로그램을 받는 다른 남자들은 가끔 운동할 때 나보다 지구력이 조금 부족한 사람들도 푸쉬업할 때만큼은 훨씬 잘한다. 남자들은 타고난 푸쉬업 근육이 있는건지, 아니면 군대 등에서 단련된건지. 아무리 운동을 잘 못하는 사람들도 푸쉬업 10개는 기본적으로 하는 거 같다. 


게다가 체육관에 다니는 14~15세 정도 되는 중학생 남자애가 푸쉬업의 정석을 매일 제대로 보여준다. 정말 푸쉬업을 잘해서 운동할 때 괜히 힐끔힐끔 쳐다보게 된다. 와씨. 나도 어릴 때 푸쉬업 같은 운동을 좀 했었어야 했어. 생각해보면 플랭크 같은 자세로 (엎드려 뻗쳐는 알고보니 플랭크였다.) 벌을 꽤 많이 섰던 거 같은데 그 때 꾀부리지 말고 푸쉬업이라도 하면서 운동 체력을 길렀어야 했다라는 엉뚱한 반성이 들 정도로 나는 지금 푸쉬업에 한맺혔다.  

푸쉬업은 계속 해야 는다는데 내가 계속 하다가 "억"하는 소리와 함께 털썩 포기를 해서 더이상 늘지 않는걸까. 2년 넘게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여전히 푸쉬업하나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 조금 서글프다. (슬슬 코치님도 내 푸쉬업을 포기한 눈치다)


어떻게 하면 푸쉬업을 잘할 수 있는지

단지 내가 노력이 부족해서인지 궁금하다. 

혹시나 다른 운동을 통해 푸쉬업할 수 있는 근육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얼마전 대림동 여경 사건에서 '여경 체력검정시험 푸쉬업'이 꽤 이슈가 되었던걸로 기억한다. 

여군들은 무릎대지 않고 푸쉬업하는 걸로 시험을 치르는데 왜 여경은 무릎을 대고 하게 하냐는 사실에서 "그러니까 저 취객 하나 제압못하지"라며 갑론을박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여경이란 직업 특성상 니 푸쉬업으로 시험을 치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다곤 생각한다. 신체구조상 푸쉬업하기 힘든 환경이라면, 니 푸쉬업이란 어드밴티지를 받는 것보다는 남자와 동등한 자세로 푸쉬업을 하되 개수를 줄이는 게 맞다. 


그런데 만약 내가 여경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죽기 살기로 연습하다면, 푸쉬업을 완벽하게 남자처럼 시원시원하게 할 수 있을까. 내가 푸쉬업을 못하는 이유가 그만한 절박감이 없어서 그런건지, 푸쉬업을 못하게 태어난 신체구조때문인지 문득 궁금해졌다. 

오늘 유독 와이드 푸쉬업부터 스파이더 푸쉬업, 아주 푸쉬업 축제(?)를 겪고 난 직후 이렇게 푸념을 해본다. 

언제쯤 나는 푸쉬업을 완벽한 자세로 10개 이상 할 수 있을까. 나도 남자처럼 푸쉬업 좀 시원시원하게 해보는게 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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