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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Feb 17. 2021

넷플릭스가 그것이 알고 싶다를 만든다면? <크라임 씬>

넷플릭스 범죄 다큐 <크라임 씬 : 세실 호텔 실종 사건>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 및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한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스포는 없으니 편하게 감상해주세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일부 비인기 장르가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사랑 받게 되었다  지금은 넷플릭스 알고리즘이 더이상 추천하진 않지만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 다큐멘터리 등이 그것이다. (특히 푸드 다큐멘터리는 찾아 보게 만들정도로 고퀄) 나는 원래 다큐멘터리를 끝까지 잘 못보는 인내력을 소유하고 있는데 유독 넷플릭스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그 흡입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추리 만화 및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넷플릭스의 범죄 다큐멘터리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는데 2월 첫 주 내 알고리즘에 떡하니 놓인 <크라임 씬 : 세실 호텔 실종 사건>이 그 계기였다. (동명의 TV예능 크라임 씬이 아니다)

해당 다큐멘터리는 미국 LA의 위험한 빈민가에 위치한 유명 여행자 호텔에서 한 캐나다 여대생이 실종된 사건을 다룬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혹시 이거 모큐멘터리 (Mockumentary, 페이크 다큐라고도 불린다)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 구글링을 해보니 실제 있었던 Elisa Lam 사건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한 때 상징적인 비즈니스 호텔이었던 세실 호텔은 세월이 흐르면서 노숙자, 범죄자들이 싸게 머무를 수 있는 장기 투숙 레지던스로 전락하게 되며 마약 거래, 매춘 등 불법 행위 부터 심지어 범죄, 자살 등이 자주 발생하는 곳으로 악명을 떨쳤다. 이 독특한 배경과 Elisa Lam 실종 전 찍힌 기이한 CCTV 영상이 만나 풍부한 이야깃 거리가 되어 다양한 추측과 음모론 등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담았다.

총 4회로 구성된 해당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낀 내 감상은 "그것이 알고 싶다 넷플릭스 버전" 이라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뭔가 혼자 보기 무서워서 거의 본 적이 없는데, <크라임 씬 : 세실 호텔 실종 사건>은 마치 미드를 보는 느낌, 아니 내가 탐정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철저히 제작진이 의문의 사건들을 파내는 과정을 관찰자 시점으로 보는 프로그램이라면 <크라임 씬 : 세실 호텔 실종 사건>은 해당 사건의 진실을 파내는 인터넷 탐정 (A.K.A Web sleuths)들의 단서 추리 및 분석 과정을 보여주면서 마치 내가 그들 중 한 명이 된 듯한 독특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네티즌 수사대만 대단한 줄 알았는데 미국 네티즌 탐정들도 보통 내기가 아니다.

경찰이 올린 CCTV 영상을 수십번, 수백번 플레이하며 사소한 점 하나하나 찾아가며 자신들만의 논리를 풀고 별 의미가 없었던 것을 뒤집어 생각해 의미를 기어코 만들어(?)내는 음모론적인 사고 마저 의외로 설득력이 있어서 다큐를 보면서 나 역시 "정말 이 호텔은 저주 받은 호텔인건가" 란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마치 단서처럼 주어지는 호텔과 관련된 팩트, 사람들의 증언은 내 추리에 힘을 주기도 했고, 의구심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즉, 이 다큐멘터리는 명쾌하게 사건을 하나하나 해설해주는 것이 아닌, 무심하게 단서를 툭툭 던져주거나 혹은 추리에 혼선을 줄 수 있는 사실을 제시해,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시청자를 밀당하며 요리조리 가지고 논다.


사건의 진실(이라곤 하지만 이 역시 100% 답이라곤 할 수 없다. 여전히 많은 네티즌들은 해당 사건을 미스테리한 사건이라고 간주한다)이 밝혀진 후 살짝 맥이 빠지긴 했지만 그 진실은 네티즌 탐정들의 허를 찌르고 그들의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날로 돌아온다. 예전에 재밌게 보았던 또다른 넷플릭스 범죄 다큐인 <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Don't F**k with Cats: Hunting an Internet Killer)>  연상되기도 한다.


어쩌면 "진실을 찾는다"라는 명목으로, 우린 누군가의 삶을 통째로 끄집어 내 난도질을 하고 있는 것 정당화하고 있는건 아닌지. 이 다큐를 다 봤을 무렵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멍함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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