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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Apr 08. 2021

나의 100% 운명적 상대를 찾아준대도 자만추를 할까?

넷플릭스 영국 드라마 <더 원 The one>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 및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한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스포는 없으니 편하게 감상해주세요^^


"사랑"은 우리의 인생에서 많은 것을 차지한다. 누구나 인생을 논할 때 사랑을 빠짐없이 언급하고 혹자는 사랑 없이는 이 인생이 의미가 없다고도 한다. 형태가 없는 이 사랑이란 감정은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일수도 있고 연인과의 사랑일수도 있고, 폭넓게 보면 인류애처럼 자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원 The one>은 다양한 사랑의 형태에서 '연인과의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여기에 한 커플매칭회사가 있다. 성공률은 100%. 사람의 DNA 유전자 정보를 통해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나의 운명적 상대를 찾아준다. 그 상대는 이성일수도 동성일수도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이 될수도 어린 사람이 될수도 외국인일수도 있다. 누가 매칭되었던 건가에 그 사람을 만나면 그동안 느껴왔던 사랑 그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절대 바뀌지 않으며 결코 중복된 정보는 없다는 DNA로 매칭된 가장 과학적인 방법으로 가장 비이성적인 감정이라는 '사랑'을 찾아준다는 것은 지극히 모순적이다. 

내 운명의 상대란 점에서 문득 운명의 붉은 실이 떠오른다. 개개인의 손끝에는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이 묶여 있어 이 붉은 실을 따라가면 내 운명의 상대를 찾을 수 있다는 아시아에서 꽤 흔한 전설인데, <더 원>은 이 붉은 실 묶인 상대를 DNA 정보를 통해 바로 찾아 알려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시리즈는 이 회사를 창립한 주인공과 창립 멤버, 옛 친구 사이에 일어났던 과거 살인사건을 메인 줄기로 이 사건으로 인해 얽히게 되는 인물들의 각자의 매칭(운명적 상대)으로 인해 나타나는 갈등들을 다룬다. 확실히 영국 드라마 특유의 다크함과 디스토피아적인 색채가 곳곳에 묻어나오는데 <블랙 미러>를 재밌게 본 분들이라면 이 시리즈 역시 흥미롭게 볼 것 같다. 

우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연애관에서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 하거나 소개팅, 온라인 데이팅앱, 결혼 정보 회사 등 적극적으로 만남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 대부분 어릴 땐 자만추를 추구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자만추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경험한다. (나 역시 그렇다 ㅠㅠ) 


그럼에도 자연스러운 만남에는 일종의 낭만이 있다. 애초에 '연애'를 목적으로 하기보단 '사람 대 사람'으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랑이 싹트기 때문에 느리지만 떨림이 있다. 소개팅이나 온라인 데이팅앱은 애초 '연애'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 사람을 본능적으로 스캔하고 자신만의 잣대로 이리저리 저울질할 수 밖에 없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감정에 이성이 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뭔가 덜 낭만적이다. 

여기에 세상에서 가장 이성적인 판단 기준으로 사랑을 찾아주는 회사가 있다면 우린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까. 드라마 속에서도 이 회사에 대한 의견이 정확히 반반 갈린다. 내가 결혼을 했건 아니건간에 이 세상 어딘가 완벽한 단짝이 이 있다면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과 과학적인 정보로 사랑을 매칭시켜준다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 나라면 어떠한 선택을 할까. 사실 속으로는 뭔가 거부감이 있으면서도, "나의 사랑"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지름길을 바로 앞에 두고 어디로 도착할지도 모르는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만약 실제로 <더 원>과 같은 서비스가 존재한다면 자만추를 주장할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오히려 한 번에 나의 영원한 단짝을 찾을 수 있다면 더이상 연애 및 결혼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 겉보기엔 상당히 효율적인 거 같다. 하지만 우린 자신의 사랑을 찾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고 울어도 보고 데여도 보면서 성장하지 않는가. 우리가 찾는 이상적인 사랑이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방향을 틀면서 우왕좌왕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찾는 사랑의 지점을 찾게 되고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날 신이 내려와 지도를 주고 "여기로 가거라, 그럼 너의 완벽한 단짝을 찾을 수 있다"라고 하면 자유로운 여행이란 경험을 빼앗기고 우린 갑자기 정해진 결승라인으로 향하는 단거리 달리기를 하는 러너가 된다. 

그럼에도 <더 원>은 너무나 유혹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막상 있다면 단호하게 거부할 용기는 없다. 그래서 이러한 서비스는 애초에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스스로의 사랑을 개척할 수 있는 모험의 영역만큼은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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