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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피터 Jul 03. 2021

델마와 루이스

고! GO!

차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뭔가 가벼운 마음으로 변화를 추구하며 일상에서의 탈출을 시작한다. 그럼 다시 돌아와서 즐거운 마음으로 계속 그냥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거야. 자 가자 충전!!! 자 가자 여행!!!


누구나 마음속에 델마와 루이스는 가지고 있다.


고지식하고 원칙주의자이며 계획적이고 현실적인 루이스.

낭만적이고 충동적이며 자유롭고 엉뚱한 델마.


언제나 사고는 델마가 친다. 안된다고 좀 계획대로 하자고 루이스가 아무리 말려봐도 델마는 그런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냥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고 루이스를 무시하고 충동에 따라서 그렇게 흘러간다.


나쁜 녀석들은 그런 델마의 낭만과 부주의함을 기가 막히게 포착한다. 그리고 마침내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그 야만과 탐욕으로 델마를 집어삼키려고 달려든다. ‘델마’는 세상이라는 폭력 앞에서 무기력하다. 그 속에서 모든 게 무너진다. 그럼 언제나 ‘루이스’가 나타나 너덜너덜한 델마를 구해낸다. 루이스는 야만적인 폭력에 강력하게 항의한다.


“기억해둬 인간이 저렇게 울 때는 정말로, 정말로 재미있어서가 아니야!!” 그리고 다시 어떻게든 모든 것을 수습하여 냉정하고 차분하게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하겠지만 세상은 만만하지 않다.


“아… 내가 완전히 먹어 버렸어야 하는 건데!!”


세상의 도발… 그럼 냉정한 루이스가 오히려 폭발한다.


“탕!!!”


무언가에 의해서 억눌린 분노가 쏟아져 나오면 그때부터는 이제 되돌아갈 수 없다. 과거는 되돌릴 수 없고 그리고 사실은 예전으로 되돌아가고 싶지도 않기 때문에 달리는 차에 몸을 싣고 어디로든 일단 떠난다. 하지만 달리는 내내 냉정한 현실감각의 루이스와 낭만주의의 델마의 싸움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일단 저지르고 보았지만 계획되지 않은 사고는 두 자아를 계속 패닉 상태에 머물게 만든다. 안 좋은 판단과 행동들이 연이어 나타나는 이유이다.


“경찰서로 가야 하지 않아?” 마음 약한 델마가 죄책감에 말해 본다. 그럼 냉정하고 현실적인 루이스가 날카롭게 받아친다.


“가서 뭐라고 말할 건데?”

“사실대로 말해야지”

“뭘?”

“모두 다… 나를 상처 주고 망가뜨리려 했잖아?”

“그놈 (돈, 지위, 쾌락, 뭐든지…) 이랑 춤추는 널 수백 명이 봤어 세상 사람들이 우리말을 믿어줄 것 같아?”


우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아무 증거도 증인도 없다. 아무리 그게 아니라고 소리쳐 봐도 세상은 그런 소리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심지어 가족, 친구, 연인도 당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사건이 일어나고 뭔가 이상한 징조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주위에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 하지만 평소 대화와 소통이 부족했던 탓에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초조한 두 자아는 일단 도망가는 것에 바쁘다.


그렇게 도망치다 보면 뭔가 반짝거리고 예쁜 것이 간혹 눈에 들어오고 도망 가느라 바쁜 와중에도 그것을 냉큼 실어 같이 동행하게 된다. ‘대화’, ‘소통’, ‘공감’, ‘위안’… 낭만주의인 델마는 그런 것들에 또 ‘금사빠’ 해버리고 부주의하게 마음의 문을 열고 초조함을 달래 보려 한다. 루이스는 어떻게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며 나름 길이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고 그 찾지 못한 길을 위해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다.


하지만 그렇게 감정적으로 시작한 새로운 관계와 대안들은 곧 그 자체로 새로운 재앙이 되어 두 자아를 덮쳐온다. 뭔가 해 보려고 하다가 좌절한 냉정한 루이스는 더 크게 좌절한다. 델마가 말한다.


“괜찮아.”

“아니 괜찮지 않아. 괜찮은 게 아니야. 괜찮은 건 하나도 없어. 이제 어떻게 살아갈 거야?”


이제는 도망자이면서 돈까지 없는 빈털터리다. 현실주의가 바닥까지 가라앉으면 이제는 오히려 얌전했던 낭만주의가 더 날뛰기 시작한다. 계획되지 않은 온갖 것을 저지르거나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맹목적으로 앞을 향해 돌진하다. 현실주의가 무기력해진 순간 낭만주의는 정말 용감해지고 대담해진다. 일탈이다.


“고!!!”


델마가 소리치며 차 안으로 달려들자 루이스가 놀라 대답한다.


“뭐야 뭔 짓을 하는 거야? 이런 정신 나간 짓을 하고 다녀도 되는 거야?”

“우린 이게 필요하다고 적어도 사람은 안 죽였잖아. 지금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아니라고.”


미친 짓이 더욱 대담 해질수록 주위의 관심도 더 집중된다. 주위에서는 어떻게든 두 자아를 잡아서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하다. 투입되는 자원이 많아지면서 더욱더 강하게 사방에서 조여 오지만 누구도 (혹은 한 명정도를 제외하곤) 진실과 그들의 사정에 대해서는 알려하지 않는다. 주위를 탐문하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왜 그렇게까지 막 나가는 것인지 확실한 원인을 찾지 못한 채 그냥 계속 그들은 세상의 낙오자로 낙인찍혀 도망치게 된다.


그럼 어느 순간 초조하게 다투던 두 자아는 화해를 모색한다.


“그거 알아?”

“뭘?”

“그놈 (역시 꿈, 돈, 권력 등등 뭐든지…) 은 나한테 고통을 줬어. 네가 안 왔다면 더 끔찍했을 거야. 나랑 춤도 췄으니 그 녀석은 무사했겠지 내가 꼬신 거라고 말이야.”


세상과 동떨어져 혼자만의 고독을 맛보는 시간에서 사람들은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 순간에야 마침내 자신 안에 있는 또 다른 자아들의 아우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상처 받고 찌그러진 수많은 욕망과 양심 그리고 추억과 여러 관계에 얽힌 복잡한 문제들을 그때에야 감각하고 쓰다듬어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너무 시끄러운 세상은 자신 내면의 소리에 무감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쌓는지도 모르고 우리 안에 각종 쓰레기들을 쌓아 올리면서 바깥쪽에 만들어지는 헛된 결과물에 혼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봐야 한다. 더 많고 넓은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자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 과정에서 살아가는 동안 단 한 번도 맛 본적 없는 진정한 자유를 당신이 느끼게 된다면 그때부터 당신은 더욱 대범하고 담담하게 세상을 향해 다시 돌진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상은 당신에게 사과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음속에 세상을 향해 날릴 ‘뻑 큐’ 하나쯤은 준비하고 다시 덤덤하게 차에 올라타야 한다.


그렇게 더 이상 누구에게도, 자기 자신에고도 억압받지 않는 그런 삶을 이제는 준비해야 한다.


“나는 한 번도 이렇게 깨어 있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 모든 게 달라 보여. 새로운 게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온갖 관계 속에서 전전긍긍하던 당신, 이제 홀로서기라는 고독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았다면 더 이상 망설이면 안 된다. 기회란 언제나 오는 것이 아니고 깨어난 지금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어지는 진정한 기회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시 달린다.


“넌 참 좋은 친구야”

“너도 그래.”


그렇다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친구는 자기 자신이다. 오직 자기 자신만이 자신의 가장 궁극적인 문제를 다루고 풀어줄 수 있다. 어떤 조언과 도움도 자신이 홀로 서지 못하는 순간에는 소용이 없다. 우리 안의 델마와 루이스는 언제나 나의 삶에 가장 소중한 친구인 것이다.


이제 결단의 시간이다. 절벽에 내몰린 당신, 델마와 루이스 이상 도망갈  없다. 세상은 여전히 당신을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잔인하다. 몸이 부들거리고 정신은 혼미하고 지금까지 타고 달려온 차는 이제  이상 나아갈 힘이 없다. 현실주의인 루이스가 어떻게든  가보려고 몸부림치지만 소용없다. 낭만주의인 델마가 말한다.


“좋아 잘 들어. 우리 잡히지 말자.”

“무슨 소리야?”

“그냥 계속 가는 거야.”

“뭐?”


“*고 (Go) !!!!*”

“*유 슈얼 (You Sure) ???*”

“응… 그래…”.


모르겠다. 이 앞에 무엇이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삶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당신은 이 길을 갈 것인가? 당신은 자유를 위해 직진을 선택할 것인가? 나는 글쓰기를 위해 나를 한계까지 몰고 가고 있다. 미친 짓이다. 하지만 완벽주의라는 병은 나를 항상 패배자로 만들었고 나에게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이 한계상황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도망치기 위해 잡히지 않기 위해… 당신은 눈앞에 절벽이 펼쳐진 저곳으로 정말 직진을 할 것인가? 결국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뛰어들 것인가?


나에게 글쓰기란 그런 것이다.


“아유 슈얼???”

“Yes”


당신은 어떠한가? 세상은 아직 살아볼 만하고 주위에 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관계들이 있는 지금 저 앞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진정한 자아를 위해 도전을 멈출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 깎아지른 절벽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시작일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니 중년의 소년, 소녀들이여 만약 아직 꿈이 남아있다면 저기로 가자. 자신만의 델마와 루이스를 태우고 저 길로 가자. 자 가자. 저 절벽으로…


*“고!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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