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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피터 Jul 13. 2021

미운 오리 새끼

브런치 프로젝트 2.

요즘 나는 나 스스로를 미운 오리 새끼라고 생각한다. 나 스스로가 남들보다 잘난 백조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어린 생명체의 자기 정체성이라는 것이 처음 무엇을 보고 그것을 쫓아가느냐에 따라 강한 각인 효과가 발생하게 되고 그것은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여서 그로 인해 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일생을 남과 비교하면서 끙끙거리며 살아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다.


나는 형제 많은 집의 둘째로 태어났고 어릴 때부터 부모의 관심을 받기 위해 형과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 있었다. 우리 시대의 대부분이 그랬듯이 우리 집 역시 맏이에 대한 기대와 대우는 특별했었고 어린 나는 그것이 너무 부러워 언제나 형을 질투하고 형이 하는 것을 그대로 모방하면서 형이 인정받는 것처럼 나 역시 부모님께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랐다. 형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고 시골에서 농기계를 수리하면서 용접을 하시는 아버지의 손재주를 물려받아 무언가를 만들고 조립하면서 원리를 터득하는 능력이 뛰어났기에 어릴 때부터 과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나는 과학자가 무얼 하는 것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그냥 당시 로봇 만화에 나오는 여러 박사들처럼 막연히 로봇을 만들고 우주를 탐험하는 사람이 과학자라고 생각하여서 형과 마찬가지로 과학자가 되는 것을 꿈꾸게 되었다. 나의 눈이 내가 아닌 형을 바라보면서 세상을 탐색하기 시작한 나는 형이 하는 행동을 내가 하는 행동처럼 인식하는 각인효과가 들어버린 것이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한 번도 따로 고민해 본 적은 없었다. 나는 그냥 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엄청 좋아하고 머릿속에서 온갖 망상과 공상을 만들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그런 내가 글을 쓰는 재능을 가져서 그것으로 세상과 소통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꾸게 될 것이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과학자가 되기로 결심한 이후 나의 삶의 경로는 오직 이과로 맞추어졌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슬슬 수학이 나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줄곧 이과를 고집했고 고등학교도 이과로 선택하고 대학도 이과로 진학했다. 대학에 갔을 때 나는 나의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완전히 절망했다. 그 모든 내용이 전혀 내게는 흥미롭지 않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전공을 고수하여 정말 안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나는 사회생활에서 나의 전공을 전혀 써먹지 못했다. 그러함에도 나는 내가 이과적 감성을 가진 이과 남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었다. 무리 속에 있으면서 무리의 사고를 내재화한 인간은 자신 안에 있는 자신의 본성에는 무지하고 무관심한 경우가 정말 많다.


나는 근래 브런치에서 작가에 도전하고 글을 쓰면서 내 안에 글쓰기에 대한 욕망이 오래전부터 내재되어 왔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실감하게 되었다. 스스로 어떤 문체도 가지고 있지 않고 부정확한 맞춤법과 부족한 어휘로 인해 내 안에 떠다니는 이야기들을 글로 옮기는 것에 많은 한계를 실감하고 있지만 그래도 거칠지만 나의 글을 쓰고 싶고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아 언젠가는 나만의 글을 완성하고 싶다는 ‘꿈’을 새롭게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라 해야겠다.


무리 속에 있으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기 무리의 논리를 아무 비판 없이 자기 본인의 것으로 내재화한다. 그렇게 살아도 물론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문제는 자기 것이 아닌 것을 내면에 각인한 사람들은 뭔가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부분에서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하고 탈출하고 싶고 괴롭다는 감각은 있는데 그것이 도대체 왜 그런 것인지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답을 찾기 힘든 경우가 있다. 문제 자체가 외부가 아닌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우리는 그렇게 바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백조가 오리보다 더 우월하다고 말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생각한다. ‘더 낫다, 못하다’를 이야기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기 본연의 모습을 우리가 진지하게 인식하고 있느냐? 삶을 살아가면서 그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 자기 자신과 정말 깊은 이야기를 스스로 나누어 본 기억이 있느냐?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자신보다는 주변에서 말하는 정체불명의 ‘엄마 친구 아들’ 즉 ‘엄친아’에 휘둘리면서 자기 자신을 미운 오리 새끼 취급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것이다.


시대의 질서는 급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전 세대의 지혜와 교훈이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 100년의 변화보다 현재의 10년의 변화가 더 크게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주변의 어떤 어른도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우리 자신에게 자신 있게 이야기해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더 이상 어른이 이야기하는 데로 내 인생의 방향을 설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많은 것을 읽고, 많은 것을 실제 해보면서 자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빠르게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내가 친하게 지내고 지금 현재 속해있는 무리에서 내가 정말 어울리는 존재인지 아니면 나는 그들과 조금 다른 감각을 지닌 전혀 다른 타입의 인간은 아닌지 빠르게 감지할 필요가 있다. 만약 내가 내 주변과 다르게 조금 특수하다면 그땐 자기 자신이 미운 오리 새끼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하는 것이고 정말 그렇다면 자기 본연의 백조 무리를 찾아가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 이야기가 현대에 해줄 수 있는 나름의 교훈적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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