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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터피터 Jul 13. 2021

성냥팔이 소녀

브런치 프로젝트 4.

취업난의 시대. 사실 오늘날 우리 모두는 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다. 시대의 발전으로 나를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순간에도 우리 자신들은 오늘 하루를 살아가기 위한 성냥팔이를 해야 하는 그런 존재들인 것이다.


냉정한 현실에서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순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가진 성냥을 꺼내 나만의 꿈을 상상하는 것으로 작은 위안을 삼아 본다. 성냥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이지만  잠시 잡힐 듯 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왔던 기회들이 종종 순식간에 연기가 되어 공중으로 사라져 버린다.


최선을 다한 이력서와 스펙 쌓기 그리고 인턴십. 이 시대의 미생들에게 기회는 그 자체로 달콤한 위안이지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모두의 꿈이 부딪히는 현장은 절대 낭만적이지 않다. 실적이라는 결과 앞에 나의 잠재력과 창의력은 인정받지 못하고 아주 작은 권력 앞에서도 생계가 달린 현실을 저당 잡힌 젊음들은 비굴해지고 비참해진다. 하나의 기회라는 성냥이 타들어가는 동안에는 어떻게든 그 환상을 잡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어느 순간 성냥불이 사라지듯 냉정한 현실이 희망의 불씨조차 꺼버리면 젊음은 또 현실 앞에서 좌절하고 만다.


실패가 쌓이는 만큼 어느새 무감각도 쌓여 간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나만의 꿈과 야망을 펼치는 것은 그 자체로 망상이 되어버리고 꿈을 꾸었다는 죄로 인생이라는 전쟁터에서 온갖 낙인들이 몸과 마음에 아로새겨진다. 실패는 용서받지 못할 죄다. 이 시대의 청춘이 하나같이 모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진 성냥이 몇 개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가장 확률 높은 성공이 그것이기 때문이 아닌가?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소녀의 소망을 이야기하는 성냥팔이 소녀라는 동화는 사실은 현재에도 그대로 진행 중인 우리의 이야기다. 모두가 고등교육을 받고 무수한 돈을 들여 스펙을 쌓은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지만 시대의 흐름은 모두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너무 빠른 시대의 변화에 우리의 인식이, 시스템이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과거의 화법을 적용하여 젊은이가 자기 자신을 무한 착취하도록 만들고 이제는 기득권이 되어버린 시대의 어른들도 더 이상 주위를 돌아보며 불쌍한 소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없는 무언가 절박한 내적 쫓김과 삶의 냉담함이 느껴지는 요즘의 분위기는 저 동화가 만들어지던 시대와 지금이 과연 무엇이 그렇게 크게 다른 것인지 우리에게 질문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변화를 꿈꾼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정말 모든 것이 끝나고 최후에는 싸늘한 죽음만이 남을지라도 그 죽음 위에 행복하게 웃는 얼굴을 남긴 성냥팔이 소녀처럼 이 시대의 미생들은 그럼에도 포기하고 안주할 수 없기에 다시 도약을 꿈꿔 본다. 소녀는 성냥 불빛을 통해 이미 세상에서 사라진 할머니를 보게 되고 그 할머니를 계속 머물게 하기 위해 남은 성냥을 몽땅 써 버린다. 결국 우리 생의 꿈을 잡기 위해서는 우리는 모험을 해야 한다. 꾸준히 노력한 것만으로 삶에서 ‘꿈’과 ‘자유’는 보장되지 않는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가 꾸준히 무엇을 하는 것만으로 그의 정의와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결국 최종적으로 자신이 갈망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모험을 해야 했던 것처럼 우리 역시 최종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결국 모든 것을 걸고 ‘꿈’ 자체에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긴 하수도 구멍을 기어서 인내하며 통과해야 마침내 나의 자유에 도달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럴 때 이 시대의 모든 미생들이 준비되어 있기를 바라본다. 성냥팔이 소녀처럼 모든 것을 걸고도 결국에는 행복한 꿈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비극이 이 시대에도 일어날 수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그런 꿈 꾸는 것마저 불가능한 무기력에 빠져들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그래도 깨어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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